전체선택삭제
글제목 작성일
북마크하기 윌리엄 - 메이슨 코일 (공감0 댓글0 먼댓글0)
<윌리엄>
2025-03-01
윌리엄
메이슨 코일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무심코 책상에 올려두고 잠들었다가 밤에 보면 화들짝 놀랄 것 같은 표지를 자랑하는 SF 공포 스릴러 소설이다.

앞에 수식어가 많은데 그만큼 여러 설정들이 합쳐져 상당한 재미를 준 작품이다.

작품의 주요 인물은 AI까지 포함하면 총 5인이며 공간적인 배경도 한 부부의 2층 저택으로 한정된다.

이 저택은 혼자서 '윌리엄'이라는 AI를 만들어낸 '헨리'와 그의 임신한 아내 '릴리'의 집이다.

두 사람 모두 엔지니어여서 집의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작동되는 자동화 시설로 갖추었음은 물론이고 유리창도 방탄으로 꾸미는 등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최고급 안전 사양을 두른 집이다.

헨리는 밖에 나가면 곧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극심한 신경 장애를 앓고 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릴리가 자신의 옛 동료들인 두 남녀를 집에 초대해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

타인과의 일상적인 대화에도 어려움을 느끼던 헨리는 자신의 작품인 윌리엄을 소개하게 되고, 이 윌리엄이 인간을 향한 알 수 없는 적대감을 보이며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럼 프로그램이 아니면 뭔데?"

"로봇, 프로그램, 아기... 뭔가가 새로 탄생할 때는 그 존재와 더불어 '공간'이 생겨.

존재 안의 부재랄까. 짐을 싣지 않은 배가 바다로 출항하는 격이지."

(pg 173)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당연히 제목이기도 한 윌리엄이라는 'AI'와 '자동화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사유를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한 AI가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은 그동안도 많았기에 사실 윌리엄이라는 인공지능은 참신한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강박스러울 정도로 안전을 고려해 설계한 저택이 오히려 밖으로의 탈출을 불가능하게 하는 최첨단 감옥으로 탈바꿈되는 지점은 꽤나 참신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막상 AI로 인한 공포감은 부가적인 장치고,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가장 적대적인 공간으로 변할 때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공포를 제대로 경험한 것 같다.

후반부에는 나름 반전도 있어서 읽는 속도가 붙으면 책을 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윌리엄은 인간이 아니야.

놈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 여기서 한 일, 다 기계적 속임수에 불과해.

화면, 카메라, 보안 시스템 모두 한 가지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의 에너지 변환일 뿐이야."

"그게 바로 영혼의 정의 아니야?"

(pg 244)

저자의 책은 처음이어서 이것이 저자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사람들이 긴 글을 싫어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쓴 것인지 문장 자체가 매우 짧고 간결하다.

마치 영화 스크립트를 읽는 것처럼 대사로만 진행되는 부분도 많고 사건의 전개도 '걸어간다. 말한다.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와 같이 짧은 문장들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270페이지로 그리 얇은 두께는 아닌데 금세 읽어버린 것 같다.

물론 문장이 짧다는 것은 가독성을 높여주지만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을 때 흔히 기대하는 찰지고 멋진 문장을 만나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르 자체가 그런 것을 추구하는 장르도 아닐뿐더러 유튜브 영상도 배속이 없으면 보기 힘든 이 시대에 짧고 강렬한 재미를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므로 부담 없이 재미난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