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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본 #서평 은 출판사 #김영사 와
네이버 북카페 #책과콩나무 로부터
#다산의일기장 을 제공받아
자율적으로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조선의 왕들을 MZ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세종대왕과 함께 천상계에 등극할 왕이 정조 대왕이 아닐까 싶다. 조선의 마지막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 만큼, 후대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다양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니 말이다. 한편, 그의 시대를 살았던 정약용 역시 많은 후손들의 귀감이다. 논박 필요 없는 한반도의 천재이자 위인으로서 그의 행적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조선 역사의 주요 부분들을 탐색할 수 있다.
국내에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호재가 따르면서 정조와 정약용, 천재 위인의 다양한 일화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 SNS에서는 역사 덕후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이 여러 야사를 훑어 근엄한 왕 정조의 짓궂은 면모와 대쪽 같은 신하 정약용의 케미스트리를 전파하기도 한다. 특히 정조가 자신이 바라는 답을 내놓지 못한 정약용을 궐 내 연못의 작은 섬인 부용정으로 '유배' 보낸 뒤 즐거워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유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엄격하면서도 다정한 성격과 합리적인 판단력으로 태평성대를 이끈 성군 아래 바람직하게 성장한 야무진 신하 정약용의 일대기도 궁금해졌다. #다산의일기장 은 #정약용의 일기를 최초 완역하여 해석을 단 책으로, #다산정약용의 일생을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적 의미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지만, 예상 외로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장점이 있었다.
현대 미디어는 정약용은 냉철한 듯 인자하고 엄한 듯 재치있는 기발한 인물로 주로 묘사한다. 당사자가 직접 남긴 글을 기반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실제 정약용의 삶에서 나온 기록들을 기반으로 하여 더욱 생생한 그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정약용을 존경하면서 그를 그저 과묵한 천재로 보는 경향이 짙은 듯하다. 하지만 정약용을 대변하는 듯한 그의 문체는 빛바랜 종이 너머 움직이는 붓끝이 손에 닿는 듯한 생동감을 주었다. 그 속의 정약용은 때로는 괴팍하고 때로는 파격적이었다. 쉬운 말로, '정약용은 참지 않'는다(하긴 그 시절 엠지였을 테니). 책에 나오듯이, 그 옛날에 자신보다 30세나 많은 관리에게 사안 해결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모습 등에서 이려한 면모가 등장한다.
천주교 신자들을 비난하던 시대에서 천주교 세례를 받은 정약용의 입지는 날로 위태로웠다. 그 신념에 대하여 정조까지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유학을 기반으로 정약용의 기세를 꺾으려는 자들에게는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책 내용 중 금정일록을 해석한 부분에서는 여러 신하가 앞다투어 정약용의 신념적 결함을 지적하는 상소를 올렸던 사실이 나온다. 정약용의 쓸모를 합리적으로 판단했던 정조가 자신의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여러 번 막아주었지만, 강도를 더해가는 압박에 결국 강수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정조는 정약용에게 의도한 좌천을 명한다.
표면적으로는 결국 정약용이 버려졌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산의 일기장>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그 시절 정약용이 얼마나 신뢰받고 아낌을 얻은 신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정약용이 자신이 모시던 임금을 위해 그 성정에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보답하려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정조는 그를 금정 찰방으로 좌천 시키는 교지에 '글씨 똑바로 쓰랬는데 여태껏 말을 안 들어먹고 있다. 이것이 매우 괘씸'이라는 식의 분노를 표했다. 응당 사형에 처했을 정약용을 보호하기 위한 정조의 철저한 보여주기식 (이래저래 화난 건 사실이셨겠지만) 진노는 좌천을 통해 정약용의 종교 스캔들을 세탁하여 중앙으로 멀끔히 복귀시키려는 계산이 담겼다. 이러한 행간을 읽어낸 <다산의 일기장>에서는 성군의 마음을 헤아려 열심히 방학숙제 중인 정약용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