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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자주 가는 카페에서 이 책 이벤트를 벌였었다. 그 이벤트에서 떨어지고 말았지만 보고 싶었기에 결국에는 결제를 해버리고 말았다. 표지가 좀 공포 스러운 분위기가 나긴 했지만 카페가 미스터리 카페였고, 공포 소설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하고 읽기 시작 했던 나. 다섯 개의 단편 중 첫 번째 단편 영혼을 찍는 사진사를 읽고나서 책을 덮었다. 밤이기도 했지만 이 책을 계속 읽어 나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얼마나 무섭던지. 직접적으로 귀신이 나오는 단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인간의 어떤 심리를 건드린 것인지 너무나도 무서웠다. 귀신이 나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그날은 밤 그냥 세웠다.
하지만 몇 주가 흐른 후 이 책을 읽다 만 채 계속 놀리기가 싫었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을 집어서 읽기 시작했다. 그랬는데 두 번째 단편 유령소녀 주리는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 유령이 나오는 것은 이 두 번째 단편이었는데도 첫 번째 단편 영혼을 찍는 사진사에 비해 안 무서웠던 것은 왜일까? 가장 믿고 있던 남자친구가 실은 자신의 죽은 여동생의 시체와 관게를 맺고 싶어하는 네크로필리아(시체 애호가)이고, 그 남자친구에게 배신 당해서 피가 뽑혀 나가면서 죽어가는 여자,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자신의 여동생이 능욕당하고, 자신마저 능욕당할 위기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져서였을까? 유령나오는 것은 덜덜 떨면서 보는 나였지만서도 오히려 유령소녀 주리가 덜 무섭고 친근하게 느껴진 것은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두 번째 단편은 어찌보면 흔히 있는 상황 설정이다. 식스센스영화를 봤을때는 최고의 반전이었지만 이 식스센스 이후로 이런 상황을 적용시키는 소설이나 만화가 많아서 그리고 작가 자신도 그리 반전을 기대 안했는지 여러군데 힌트를 넣어주어서 소녀가 유령인 것은 쉽게 알수 있었다. 하지만 여타 작품들과 다르다면 소녀가 살해당한 것이 아닌 자살을 했고, 그리고 소녀가 유령이 되어 떠돌아 다니면서 자신이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 아닐까?
세 번째 레이니 엘렌을 보았을 때는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가 떠올랐다. 이 작가도 1997년 일본 전역을 들끓게 한 동경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 사건에서 모티프를 딴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역시 유령이 나오는 단편이었지만 영혼을 찍는 사진사를 보고 나서인지 어지간해서는 무서움도 느끼지 않게 되어 버렸다. 단지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만나서 불륜을 하고, 사하라처럼 러브호텔에서 혼자 죽은 시체가 의외로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들었다.
영혼을 찍는 사진사처럼 섬뜻했던 것은 내이름은 프랜시스가 아니었나 싶다. 영혼을 찍는 사진사가 네크로 필리아라는 관련된 이야기라면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아크로토모필리아(손이나 발이 절단된 사람에게 깉은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 유령이 나오지도 않는 두 가지 단편에서 섬뜻함과 공포감을 느낀 것은 결국 잘 볼수 없는 유령보다는 주변 인간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어두운 면모에서 공포를 느껴서 이지 않나라고 어렴풋이 짐작할뿐 여전히 왜인지는 모르겠다. 정말이지 이 두 단편을 보고나서는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을 공포라는 인간의 감정에 어우러져 소설을 쓰는 작가의 글 솜씨에 놀랐다. 이 작가가 꽃밥이라는 작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서도 그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니 슈가와 미나토라는 작가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공포소설을 잘 쓰는 작가라고 한다. 아무리 나오키 수상 작가라도 이 책을 읽는데에도 상당히 노력이 필요했던 바. 나는 이 작가에게서 결별을 고해야 겠다.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나의 간댕이가 약한 이유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