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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방 ㅣ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2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전작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재밌게 읽고 지역 도서관에 이 책의 구매를 희망했더니 '이미 구매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의 '구매 중'이란 뜻은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고 당일 배송받는 과정에 비해 상당히 길었기에, 이후로 나의 머릿속에서 슬쩍 잊혔다가, 스산한 가을이 되면서 기억을 되찾아 결국 읽어버렸다.
텍스트 중독자이자 헌책방 사장으로서 적은 가치 있고 기억에 남는 중고서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편식하는 장르소설에 관한 이야기도 거의 없고 (딱 하나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에 관한 부분이 있다.) 거론되는 책들 대부분이 구경도 못해본 책들이지만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느껴진달까?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내게 와 닿았고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다름 아니라 지은이가 요즘 대학생들에게 굉장히 실망을 느끼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더듬어 보면 이렇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낸 이후로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의 대학 학보사에서 인터뷰를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뷰 말미에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고 했고 지은이는 카뮈를 추천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재밌다.
'카뮈가 책 제목인가요?'
'아뇨,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요.'
학생들은 카뮈가 누군지 몰랐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 한다. 작품 제목은 알지만, 작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 일이니깐 다시 한 번 <이방인>을 아는지 물어봤는데, 그것도 모른다고 한다. 당연히 대학생 정도면 카뮈를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당황한 표정을 억지로 감추면서, 지은이는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럼 도스토옙스키는 어떤가요? <죄와 벌>, <미성년> 같은 책이라면....'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죄송하지만, 그 작가도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물론 대학생이라고 해서 카뮈나 도스토옙스키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설마 이름도 모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크게 당황한 윤성근 씨는 결국 마음에도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을 추천하고 만다.
이 이후에도 모 대학 국문학과 학생들과 문학 작품에 대한 토론을 하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보고 그들이 베니건스의 비슷한 메뉴를 떠올리며 모두 웃은 뒤 '저희는 국문학과 학생이라 외국 작가는 잘 몰라요.' 라고 한 이야기 등등은 당시 자리에 없었던 나조차도 기가 막힌다.
하기사 요즘 늦은 시각에 지하철을 타면 전부 고개 처박고 애니팡 아니면 드라마나 보고 있지 누가 책을 읽어.
책 읽는 사람이 같은 칸에 탄 외국인보다 더 적은 게 현실이니 더이상 푸념을 적어봤자 손가락만 아픈가?
웃기면서 슬프면서 가슴 아린 이야기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책 속에 등장하는 '내용이 거의 같고 오히려 인쇄 상태가 훨씬 좋은 책이 나왔는데도 예전 책을 비싸게 구입하는 사람들'을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들이 '초판'에 '헌책'에 애정을 갖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