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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로
켄 브루언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400페이지가 넘지 않으면 책으로 안보일 정도로 두꺼운 책들만 읽던 요즘(같은 값이면 두꺼운 책 편식은 왠지 본전을 뽑는것 같은 위안을 주는 속물근성에 책장에 꽂아 놓으면 저절로 벽지가 되는 시각적 효과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두꺼운 책은 들기도 무거워 고른 얇고 가벼운 책이 <런던 대로>이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책이 얇아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에 몰입하여 3시간 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잠깐 케이블 채널에 나오는 패션이나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남발하는 정체불명의 용어들을 총동원하여 칭찬해주자면, 이책은 스타일리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엘레강스하고 시크하면서 아방가르드 하기까지 한데 마무리는 정말 포스트 모더니즘의 결정체다.
옛날 한국이 한참 <마누라 죽이기>, <할렐루야> 같은 유치한 영화를 만들어 극장에 걸던 시절 스타일리쉬한 홍콩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랄까?
<런던 대로>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켄 브루언이 빌리 와일더 감독의 걸작 영화 <선셋 대로>를 모티브 삼아 써낸 작품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두 작품을 딱 잘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검색하여 영화에 관한 자료를 읽어보니 상당히 비슷한 설정에 단지 주인공들의 성격만 현대에 맞게 좀 각색한 것 같다.
보통 소설을 영화화한 경우는 자주 접했어도 영화를 소설로 써낸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걸로도 모자라 이렇게 멋지게 재탄생시키다니 정말 작가라는 직업은 멋진 직업이다. 마지막 탈고를 마치고 얼마나 뿌듯했을까?
아 소설을 읽고 나니 정말로정말로정말로 영화가 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소설과 구체적으로 어디가 얼마큼 다른지 인물들의 설정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고 싶다.
그러나 1950년도 작품인지라 극장 상영은 꿈도 못 꿀 일이고 DVD 대여점에도 당연히 없을 테고 잘 찾아보니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모아 상영하곤 하는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상영했나 본데 또 언제 상영 할지는 기약이 없다. 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