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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미 프린세스
사라 블레델 지음, 구세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이후로 두 번째 접해보는 덴마크 미스터리물.
여형사 '루이세 릭'과 여기자 '카밀라 린드'가 친구이면서 각자의 직업 특성상 대립각을 세우는 주인공으로 나온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면 주 내용은 이렇다.
인터넷 웹 시대가 전성기를 열 무렵(2005년작)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이용한 강간 폭행사건이 발생한다.
강간 사건의 특성상 한 번 범행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번 사건에선 불행하게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고, 사망한 피해자 집 수색 중 경찰은 드디어 범인의 유전자를 수집하면서 이로 인해 범인이 과거에 저지른 강간 사건이 드러난다.
형사 '루이세 릭'은 범인을 추적하고 기자 '카밀라 린드'는 범인과 피해자 경찰 사이에서 위태롭게 처신한다.
대강 이런 줄거리다.
그러나 이 와중에 싱글맘 카밀라가 데이트 사이트에서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고 루이세는 가장 친한 친구로서 축하하는 마음 한편에 걱정이 앞서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범인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카밀라의 데이트 파트너. 그러나 그런 흔한 인상착의야 덴마크에 얼마든지 있기에 딱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루이세.
원하던 이상형을 만났지만, 축하보단 염려가 앞서는 친구 루이세에게 서운한 카밀라.
연쇄 토막 살인범, 묻지 마 저격범에 폭탄 테러가 난무하곤 하는 미국 스릴러 작품에 비하면 사건이 다소 약하다.
그러나 그런 서운함 반면에 등장인물들의 사생활 부분이나 친구이면서 동시에 경찰과 언론이라는 적대 관계로 설정된 두 주인공 이야기는 그와 다른 재미를 준다.
낯선 나라의 작품을 읽다 보면 단순하게 책의 줄거리를 쫓는 재미뿐 아니라 작품 속 사소한 일들조차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방법, 가족 간의 대화,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등등 별거 아닌 것도 우리와 다른 그들의 모습에 궁금증이 솟곤 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 68페이지를 잠깐만 언급해보면,
'쉰일곱 살의 헤니 하일만 경위는 루이세가 강력계에 근무한 지난 사 년 동안 A팀을 담당했다. 작년 남편의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자 헤니는 휴가를 내어 남편이 숨을 거둘 때까지 극진히 돌보았다.
남편이 세상을 뜨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녀가 일터로 돌아오는 데는 삼 개월이 걸렸다.'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강력계 팀장이 여자라는 것도 그렇고 거기다 배우자 상을 당한 뒤 삼 개월을 쉬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삼 개월 휴가가 무급인지 유급인지를 떠나서 과연 대한민국 강력계 팀장들도 저런 이유로 삼 개월 휴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우리 경찰의 여건상 아마 불가능하리라 여겨진다.
덴마크 독자가 읽었으면 금세 지나가는 몇 줄 문장이었지만 낯선 문화권의 독자인 나로선 그 몇 줄로 이런저런 생각을 펼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연쇄 강간범을 쫓는 내용인 만큼 경찰들이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나 조치,배려 등도 인상 깊었고 경찰이 범인을 잡을 수도 있었던 순간 다른 여러 주변 여건으로 인해 놓치고 마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에 약간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범인 체포 덕분에 후속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것이 옳은가 아님 체포를 장담할수 없는 상황에서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가며 체포를 감행 하는게 옳은가 하는 문제도 읽던 책을 잠시놓고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경찰이라면 전자를 선택할거 같은데 소설속 덴마크 경찰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니 참 어려운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