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끝자락에 좋은 작품 하나가 더 나왔습니다. 거기다 한국 작가의 사회파 작품이니 올해 <붉은집 살인사건>과 더불어 본격과 사회파에 각각 괜찮은 작품이 나온거 같아 미스터리 팬으로써 마음이 뿌듯 합니다. 소설은 한 가출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해 그 죽음이 살인이며 더 나아가 연쇄 살인의 일부임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책 제목인 <살인자의 편지>에서 알수 있듯이 이 연쇄 살인범은 범행의 정당성을 나타내고 자신을 포장,선전하는 매개체로 '편지'라는 수단을 이용합니다. 범인의 '편지'를 분석하기 위한 텍스트 심리학자 라는 중요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 외에도 피해자 심리 전문요원,프로파일러 같은 보통 한국 추리 소설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전문직들이 대거 투입되는데 저자가 관련 분야 조사에 쏟은 노력과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책을 쭉 읽어나가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메인 사건에 얽힌 자잘한 사건들이 우리 사회가 현재 접하고 있고 벌어졌던 사건 들인지라 리얼리티가 피부에 와 닿습니다. 이런건 번역작에서 못 느끼는 한국 작품만의 고유한 매력이겠지요. 전 책 중후반까지 읽는 동안 미미여사의 '이유'를 떠올렸는데 결코 두 작품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어보신분들은 무슨 말인지 살포시 공감하실수 있을 겁니다. 아쉬운 점도 있는데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다 보니 메인 사건의 탄력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좀 더 핵심 사건과 관련 인물들에만 힘을 집중해 힘껏 잡아당겨진 스프링의 탄성처럼 결말에서 '팡'하고 터트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니... 아 참 그리고 가출 소녀의 죽음에 대한 결말도 좀 아쉽네요. 좀 과잉 설정이 아니였나 하는 느낌입니다. 긴 소리 잡설하고 이게 중요한건데요. 꽤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