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오래된 질문>은 다큐멘터리 <Noble Asks>의 확장판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내용을 담았다. 데니스 노블이라는 세계적 생물학자와 한국을 대표하는 성파, 도법, 정관, 금강 큰스님들과의 대담을 기록해 놓았다.
종교와 과학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여겼다. '생명'을 주제로 스님들과 과학자가 나눌 수 있는 대화의 결이 엄연히 다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교를 대표하는 '믿음'과 과학을 대표하는 '첨단 기술'의 합의점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오래된 질문>은 생명의 진리를 탐구한 책이다. 얼핏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깨달음을 통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갈 수 있었다.
<오래된 질문>이 좋았던 이유는 너무 과학적이지도 않고, 너무 종교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과학자가 쓴 책이 있었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나열하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했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수치화된 연구 결과는 작가가 주장하는 이론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했지만 독자인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오래된 질문>은 결코 가벼운 질문을 논하지 않는다.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독자에게 4개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쉬이 책에 빠져들 수 있었던 이유는 데니스 노블과 4분의 큰스님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큰 스님들의 말씀으로 마음을 충분히 채운 후에는 데니스 노블의 과학적인 이야기로 논리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책에 소개된 4개의 질문 중 가장 먼저 찾아서 읽어 내려간 부분이었다. 한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도 찾지 못해서 저절로 관심이 갔다.
<오래된 질문>에서 제시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챕터의 첫 번째 이야기는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였다.
책이 내게 질문하고 있었다. 도법 스님의 말씀이 더해졌고, 진짜 나를 알아가는 준비 운동과 같은 질문이었다. 이를 포함해 책 전반에 소개된 소제목들이 내게는 모두 다 질문으로 다가왔다.
도법 스님이 말하길,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즉각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뜻이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알아가고,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찾아가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챕터의 소제목들을 훑어 보았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남이 붙인 이름표를 떼고 보라
오른손과 왼손은 하나인가 둘인가
언어의 함정
우리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
찰나의 체험
생명은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이다
무엇이 나를 결정하는가
생명은 씨앗과 열매의 관계와 같다
주연과 조연
나라는 존재는 내 안에 없다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
스스로 만든 틀을 깨라
깨달은 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 완전하다
우주의 크기, 우리 존재의 크기
즉,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다움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주만큼 위대한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주연과 조연이 따로 나뉘는 것이 아닌 조화로운 삶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나를 너무 높이 볼 필요도, 너무 낮게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특히 도법 스님의 말씀 중에 '깨달은 자는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인상적이었다.
붓다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고,
두 발은 땅을 딛고 서 있다.
눈은 가로로 놓여 있고,
코는 세로로 붙어 있다.
다음으로, 붓다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밥이 오면 입을 열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는다.
결국, 나와 당신, 우리 모두가 바로 부처임을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 부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이제 힘을 내고 당당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