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의 일기 - 나를 위한 가장 작은 성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5월
평점 :
방학은 저에게 동전의 양면 같았어요. 빽빽한 수업 시간표로 힘이 들 때면 늘 방학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날짜를 세어가며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 적이 많아요. 그럼에도 방학을 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어요. 바로 일기 때문입니다. 방학은 공부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간이었지만 일기 숙제 때문에 싫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좋고 싫은 것을 모두다 가진 시간이었어요.
개학 전날 30일치의 일기를 몰아서 써 본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거예요. 그때 이후로 일기는 방학 때만 쓰는 것, 쓰기 싫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한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었어요.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랬던 제가 지금은 가끔이라도 일기를 씁니다. 자아성찰 용도라기보다는 아이들과의 소중한 일상을 담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아이들을 키우며 하루종일 아웅다웅 하다가도 꼭 기록해 놓고 싶은 빛나는 순간이 있더라구요. 여전히 서툰 엄마 역할에 의기소침해질 때면, 예전에 적었던 육아일기를 읽으며 다시 힘을 얻습니다. 자아성찰을 위한 일기든, 아이들과의 일상을 담은 일기든지 간에 일기는 기대 이상으로 마음의 쉼을 선물합니다. 이쯤되면 일기의 존재가 고마워집니다.
<어른의 일기>의 책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어요. 일기를 ’나를 위한 가장 작은 성실’이라고 했습니다. 나를 위해서 힘들이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일기를 잘 쓰는 방법을 알고 싶다기 보다는 일기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는 힘을 얻고 싶었습니다.
[작가 소개]
김애리 작가님은 자신을 20년 차 일기 장인이라고 소개합니다. 열여덟 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20년째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일기를 쓰며 마음을 돌보고, 일상의 질서를 바로잡고, 미래를 계획합니다.
스물 다섯 살에 첫 책을 출간한 후로 해마다 한 권의 책을 저술, 기획 및 편집하며 총 10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강연을 진행하며 저술 활동을 합니다.
일기에 오늘 한 일, 어제와 달라진 점, 내일의 크고 작은 기대를 담담히 기록해나가며, 훌륭하지는 않아도 성실하고 따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른의 일기>를 통해서 내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르들에게 일기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합니다.
[책 소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도저히 일기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결국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저의 목표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요. 책을 집필한 의도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어려움 없이 일기를 쓰도록 만들고 싶다는 작가님의 바람이 확연히 느껴졌어요.
누군가 20년 째 일기를 쓰고 있다는 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요? 아마 “우와~”라는 감탄사가 먼저 나올 것 같아요. 일기를 쓴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면서도 생각만큼 꾸준히 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일기에 대한 추억을 말해보라고 하면 초등학교 시절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했던 일기 숙제를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그때부터 일기 쓰기가 싫어졌었거든요. ‘일기는 하기 싫은 숙제다.’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랬던 일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어른이 된 후로요. 하루 단 몇 분의 일기 쓰기가 나를 위한 가장 좋은 선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애리 작가님은 말합니다.
“일기 쓰기는 인생 1막을 뒤로하고 새로운 인생 2막을 여는 가장 든든한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미 내 안에 가득한 창조적 꿈과 놀라운 영감에 조용히 말을 거는 시간, 자신만의 글을 쓴다는 건 나의 세계를 확장해가는 가장 놀라운 방법이니까요.” 8쪽
<어른의 일기>는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1장 어른이지만, 날마다 일기를 씁니다.
제2장 어른이기에, 이렇게 일기를 씁니다.
제3장 어른이어서, 나를 위해 씁니다.
제4장 어른이라서, 일기로 풉니다.
일기를 학생들의 숙제로만 한정지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목차에 드러납니다. 어른이지만 일기를 쓰고, 어른이기에 일기쓰는 방식과 내용에 차이가 납니다. 어른이어서 일기를 통해서 나를 알아가고, 내 마음을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일기가 주는 최고의 혜택이 아닐까 싶어요.
일기를 잘 쓴다는 말을 되짚어 봅니다. 일기를 잘 쓴다는 것은 매일 꾸준히 쓴다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일기의 양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기를 통해서 얻는 효과를 염두에 둘 수도 있으며 말 그대로 가시적인 면에서 눈에 띄게 잘 꾸며진 일기를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를 떠올릴 때 갖는 첫 번째 인상이 독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로 한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김애리 작가님은 잘 쓴 일기에 대해서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일기는 말 그대로 내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되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형식도 없으며 정해진 양도 없습니다. <어른의 일기>를 읽다보면 작가님의 일기를 사례로 보여줍니다. ‘이런 것도 일기에요.’라고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할 일 목록을 적어 놓은 투두리스트형 일기였어요. 이 일기를 보고, 저 또한 일기 형식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름지기 일기라 함은 한 페이지 가득 그날 있었던 일과 느낌과 생각을 줄글로 빼곡하게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니 지레 겁을 먹고 시도도 해보지 않게 되었고, 금세 흥미를 잃어서 일기쓰기를 포기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일기장을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책을 읽고 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적는 공간처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내 마음과 생각에 집중하면서 채워나가면 그만이었어요. 작가님처럼 일기장을 플래너로, 감정노트로, 목표 관리 도구로, 독서기록장으로 활용하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그것-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으면 충분합니다. 유명 아이스크림 광고 문구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일기 쓰기가 가능함을 알 수 있어요.
<어른의 일기>를 읽으며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일기쓰기가 주는 효과였습니다.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닐지라도 일기쓰기를 통해서 소중한 내 삶을 살뜰히 챙기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거든요. 진정한 자아 찾기가 가능한 도구가 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분명 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많음에도 여전히 일기쓰기에 첫 발을 내딛기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서 작가님은 일기 쓰기 노하우를 알려줍니다.
첫 번째, 일기쓰기 습관을 만든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그냥 노트를 펼쳐놓고 어떤 말도 다 풀어내자는 방식으로 가볍고 꾸준하게 일기장을 펼치자고 합니다. 나만의 방법으로 내가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시간에 똑같이 일기를 씁니다. 시작이 어렵지 않게 합니다.
두 번째, 일기 쓰기 목록에서 쓸 내용을 선택합니다.
책의 58쪽에 참고할 만한 일기쓰기 목록을 제시해 줍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끌리는 질문을 선택한 뒤에 천천히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질문에 답해 봅니다.
세 번째, 육아일기를 씁니다.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의 경이로운 모든 첫날을 기록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일기를 쓰는 엄마를 보며 자란 아이도 자연스럽게 일기를 쓰게 됩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아이가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또한 육아일기를 쓰면서 나의 일상도 들여다 보게 됩니다. 아이의 처음을 기록하듯 나라는 사람의 처음을 기록해 가며 자아발견을 하게 됩니다.
네 번째, 삶의 다양함을 기록합니다.
일기를 쓰면서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의 날들을 향해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일기장에 이런저런 경험들을 솔직하게 적은 뒤, 그 경험들이 어떤 형태도 탈바꿈되는지 지켜봅니다. 놀라운 배움을 가질 수 있어요.
다섯 번째, 예쁜 일기장을 선택합니다.
좋아하는 노트에 글을 쓰게 되니 좀 더 솔직해지기도 합니다. 질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그 안에 좀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내용들로 꾸미게 됩니다.
여섯 번 째, 일기장을 끝까지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일기장을 처음부터 반만 쓰겠다는 생각으로 삽니다. 그럼 시작이 편해집니다. 일기장에 글만 써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다양하게 기록합니다. 딸이 그려준 엄마 얼굴, 마인드맵, 갈겨쓴 낙서, 나만 알아보는 기호와 그림들, 이런 저런 표, 가계부를 위한 숫자, 해빗트래커 달성 여부 등 일기장에 ‘무엇이든’ 담겨도 좋다는 생각으로 다가갑니다. 그럼에도 일기장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쓰다만 일기장도 나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여깁니다. 빽빽하다가 텅 비었다가, 다시 2/3가 채워졌다가 20장도 채 안 쓴 노트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 나의 삶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일곱 번 째, 무엇이든 솔직하게 기록합니다.
김애리 작가님은 일기장에 그냥 아무거나 쓰자고 합니다. 어차피 내 안에 없는 건 쓸 수 없으니까 그냥 원래 있던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것들을 적는다는 마음으로 쓰자고 합니다.
여덟 번 째, 일기장 안에서 충분히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합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내가 쓴 글에 대해서 절대로 비난하지 않습니다. 일기장에 적은 글마저 자기검열을 통해서 자기 비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날선 판단과 평가로 섣불리 내 감정을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른의 일기>를 읽으며 일기쓰기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사회 생활에서 중요한 것이 타인과의 의사소통이듯이 일기는 자기와의 솔직한 대화를 이어가는 대화의 창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기를 쓰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 점점 더 친해짐을 알 수 있어요.
일기장은 해우소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건강한 삶은 먹은 만큼 배설해야만 유지할 수 있어요. 필요한 영양분은 몸에 흡수시키고, 그 외의 찌거기는 밖으로 내보냅니다. 마음도 그래야 한다고 봐요. 우리가 들은 말, 한 말, 경험한 것들 중에서 좋은 것은 남기고, 그 외의 것들은 밖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일기장은 불필요한 마음을 흘려 보내기에 적합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김애리 작가님은 이런 사람이 일기를 쓰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외로운 당신, 꿈 많은 당신, 상처 많은 당신, 실패하는 당신, 성공하는 당신, 자주 울고 넘어지는 당신, 마흔이든 쉰이든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당신,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당신이 꼭 일기를 쓰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일기가 주는 효과에 집중하지 말고,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 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노트와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은 언제 떠올려도 참 설레는 일입니다. 일기장이라는 작은 공간은 나의 우주, 나만의 소행성, 저는 그 안에서 마음 놓고 뛰어놀며 안전하고 자유롭게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어요.'-239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