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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윤슬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평점 :
1년 동안 준비한 공모전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준비했다기 보다는 알고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작년부터 에세이 공모전에 관심이 생겼고 ‘좋은 생각’과 ‘오뚜기’에서 주최하는 에세이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뚜기 에세이는 공모 마감일 며칠 전에 알게 되어 부랴부랴 응모했었고, ’좋은 생각‘은 마감일 뒤에 알게 되어 접수도 하지 못했었다.
공모전에 글을 제출하고 발표일까지 얼마나 설레었던지 모른다. '혹시나'라는 생각으로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상상력은 1등 수상으로까지 뻗쳤고, 상금으로 양가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목적이 있었기에 꼭 수상하고 싶었다. 난생 처음 응모해 본 대규모 공모전에 처음부터 커다란 꿈을 안고 시작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1등은 커녕 그 어떤 등위에서도 내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씁쓸함도 더해졌다. 반드시 내년에는 더 좋은 글로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Best를 꿈꾸며 다음 해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좋은 생각’과 ‘샘터’에서 주최하는 에세이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올해 초에는 3개의 공모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마음 속에는 처음부터 Best 글감과 Best 에세이로 Best한 결과를 바라게 되었다. 기대감이 큰 만큼 부담감도 커졌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부담감에 나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결국 그 어떤 공모전에도 그럴듯한 에세이를 제출하지 못했다.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좋은 생각’만 예전에 써 놓았던 에세이를 편집해서 제출했고, 나머지 2개는 아예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날짜가 가는 것만 지켜봤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 안에는 Best를 향한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열망은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갖기가 이렇게나 어려울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윤슬 작가의 <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는 열망만 가득했던 내게 ‘쉼’이라는 것을 제공했다. 꼭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우연히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내 나름으로 글쓰기의 목적을 설정했었다. 일상이 빛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시작한 에세이였지만 쓰다보니 알게 되었다. 에세이는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일상, 소소하다고 생각했던 일상, 쉽게 잊고 지나칠 수 있었던 일상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빛을 찾아가는 과정과 시간이 좋아서 글을 썼던 것인데 공모전 수상만을 목적에 두다보니 그만 잊고 있었다. 내가 진짜 글을 쓰는 이유를 말이다.
지나치면 그렇고 그런 날로 기억되는 평범한 하루도 다시 돌아보고 의미를 찾아 보면 허튼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글쓰기를 지속하고 싶었던 이유였다. <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는 내가 지속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책 표지에 적혀있는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라는 문구처럼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제공했다.
출판사 이름이 ‘담다’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담다, 담다, 담다’ 내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책의 여백에 많이 끼적였다. 당신을 응원한다는 윤슬 작가의 말이 힘이 되었다. 방황하고, 서툴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는 4개의 Part로 되어 있다.
Part 1.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Part 2. 엄마가 된다는 것
Part 3. 출판사를 한다는 것
Part 4. Only one을 꿈꾸며
에필로그.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작가는 인생의 다양한 길목에서 마주쳤던 일에서 Best가 아닌 ‘어중간함’의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못하지는 않는 그런 어중간한 상태의 자신을 돌아본다. “그림도 어중간, 운동도 어중간, 공부도 어중간, 글도 어중간. 뭐 하나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재능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어떤 것을 하든 특별해 보이거나 도드라져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나를 설득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내가 어중간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내 삶도 어중간해졌다.-17쪽“
작가는 여전히 어중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관점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어중간한 능력이 아니라 어중간한 태도를 경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공모전 수상에만 마음을 빼앗긴 채 진짜 의미를 간과했었다. Best를 향한 열망은 나만의 Only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내 안의 또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밝혀주고 싶었던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이었다. 비록 그 결과가 Best가 아닐지라도 충분하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되새김질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어중간함이 싫었던 것 같다. 섞어 놓으면 티도 나지 않는 무채색이 아니라 환하게 빛나는 별빛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Only의 과정은 결과가 아닌 태도와 과정에서 빛난다는 것을 말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일상이 빛나는 글’을 쓰고 싶다던 처음의 마음으로 글을 쓰고, 기회가 된다면 공모전에도 도전할 것이다. 더는 마음 졸이며 ‘최고가 못되면 어떻게 해.’라며 마음 졸이지 않을 것이다.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Best임을 인지하고 유일한 Only의 내가 되도록 할 것이다. 그 과정을 기쁘게 바라볼 것이다.
어중간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어중간한 태도’를 경계해야 함을 알려준 윤슬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고,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남들도 다 그렇구나라는 생각은 안도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오늘은 걸음으로 기억하겠지만 내일은 길로 기억될 것입니다. -기록디자이너 윤슬’
이 말 또한 마음에 담으려고 한다. 오늘의 서툰 첫 걸음이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날로 이어질 때, 나만의 길을 만들어 줄 것이다. ‘오늘의 첫 발자국‘을 잊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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