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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놀이수업 - 교실에서 무조건 해마다 하게 될 수업 놀이 대백과, 개정판
허승환 외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3년 3월
평점 :
꽤 오래 전에 <두근두근 놀이수업> 책을 직접 구입했던 적이 있다. 한창 교실 속 놀이수업이 급부상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허승환 선생님은 그렇게 알게 된 분이다.
어느 정도 교직의 맛을 알아가면서 살짝 나른함이 오던 때였던 것 같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가르침’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아이들에게 전달자의 입장에 서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만 같은 시기였다.
수업 시간에 놀이가 가능하다고 했다. 배움이 가득한 교실에서 놀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나 또한 학창시절 때 놀이가 접목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허승환 선생님의 놀이수업에 풍덩하고 빠져들었다. 그 뒤로 허승환 선생님이 출간하시는 모든 교육서를 집안 책장에 하나씩 꽂아가며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든든함을 느끼곤 했다.
문제는 실천이었다. 잘 놀 줄 모르던 내가 노는 방법을 접목한 놀이수업을 버벅거렸다. 감으로 요리를 하는 베테랑 요리사와 요리책과 계량 스푼 없이는 라면 하나도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 초보 요리사의 대결 같았다.
제대로 된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허승환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대면 연수까지 신청해서 여러 번 들었지만 교실 속 현실은 달랐다. 분명 배울 때는 재밌었는데 직접 해보면 재미없는 재미와 재미없는 그 이상한 경계선에서 헤매고 있었다. 결국 구입한 놀이 수업 책들은 집안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채 지나가다 한 번씩 쓱 훑어보는 책이 되었다.
시간이 지났고, 예전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내가 아이들과 놀이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중 아이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면 손유희를 하고, 교실 안에서 ‘한발짝’ 놀이도 진행한다. 술래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한발짝’을 외치며 교실을 종횡무진 활보한다. 허승환 선생님과 나승빈 선생님처럼은 아니지만 그간 나름대로는 노력한 결과물이다.
놀이로 수업을 진행하면 확실히 교실 온도에 차이가 난다. 책상 위에 엎드려 있거나 언제 점심을 먹느냐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놀자는 러브콜을 받게 된다. 때로는 쉬는 시간 대신 계속 놀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에 있어서 놀이는 조미료와 같다. 칠판에 공부할 내용을 가득 적고 암기하는 것보다 놀이를 접목한 교육은 아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배움을 습득하도록 한다. 초임 시절보다 어느 정도 놀이 내공이 쌓인 요즘, 책장 속에 자리잡고 있던 놀이수업 책을 하나씩 다시 꺼내보는 중이다. 놀이 수업은 선생님도 즐겁고 아이들도 즐거운 Win Win 전략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허승환 선생님의 <두근두근 놀이수업>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영화와 드라마에 믿고 보는 배우가 있듯이 놀이수업에서 허승환 선생님은 믿고 배울 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개정판이라면 요즘 아이들 추세에 맞는 놀이도 풍부할 것 같다는 기대감까지 한 스푼 더해졌다.
책 소개>
<두근두근 놀이수업>은 수업 시간에 접목할 수 있는 놀이가 소개된 책이다. 전체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행복한 1년 학급살이를 위한 교실 놀이
2. 교실 속 도구를 활용한 수업 놀이
3. 보드게임의 원리를 활용한 교실 놀이
4. 아이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수업 놀이
나름 놀이를 접목한 수업을 해오려고 노력했기에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많았다. 개정판이 아니던가. 그만큼 예전에 소개된 내용과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이미 알고 있던 놀이라고 하더라도 수업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서 효과가 미미했던 것들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수업에서는 성공적이었던 놀이수업이 왜 내가 할 때는 별로였는지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각각의 수업 시간 사이에 10분의 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해볼 수 있는 놀이도 소개되어 있다. 처음은 선생님과 함께 하지만 방법을 익혀서 친구들과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놀이였다. 쉬는 시간이 되면 노는 방법을 몰라서 우두커니 제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다가가서 물으면 친구와 어떻게 뭘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럴 때 <두근두근 놀이수업>에서 소개한 간단한 놀이를 알려준다.
좋은 놀이란 ‘모다누간’의 조건을 가진다고 한다.
첫째, ‘모’두가 참여하는 놀이인가?
둘째, ‘다’시 또 해도 재미있는 놀이인가?
셋째, ‘누’가 진행해도 재미있는 놀이인가?
넷째, 준비는 ‘간’단한가?
그동안 실패(?)했던 놀이수업을 되돌아보면 세 번째와 네 번째 조건이 만족되지 않은 놀이가 많았던 것 같다. 화려한 말솜씨로 아이들을 휘어잡아야 하는 놀이를 만날 때마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준비 또한 문제였다. 잠깐하는 놀이에도 준비물이 많았던 놀이들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모든 의욕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좋은 놀이를 선택해서 제대로 진행한다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놀이가 최고라는 것을 <두근두근 놀이수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생각과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서로 연결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놀이를 통해 이기고 지는 과정에서 전략도 세우고, 팀을 만들어서 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신나게 달리거나 소리를 질러보는 해방감을 주는 활동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고, 놀이가 그것을 가능하게끔 도와준다고 한다.
<두근두근 놀이수업>은 ‘놀이효과’와 ‘단계별 놀이 방법’, ‘놀이 지도 시 주의할 점’, ‘이렇게 놀면 더 재미있어요’의 방식으로 놀이를 소개한다. 하나의 놀이를 어떻게 다양화시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필요한 준비물도 최소한의 것들로만 구성되어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부담감을 줄여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놀이도 소개된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놀이가 단순히 놀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업 시간에 진행한다고 해서 ‘수업은 하지 않고 왜 놀기만 하느냐?’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여기를 보시오.’라고 할 수 있도록 교육적 가치를 포함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심성놀이 부분이다. 던지고 받고 뛰어다니는 놀이 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날뛰는 마음 또한 안전하게 잡아줄 수 있는 심성놀이야 말로 오늘날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의 범위를 마음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겨두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유난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많았다. 바르게 앉아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했던 적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부끄럽다. 대부분의 수업 시간을 집중 구호만 외치다 끝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두근두근 놀이수업>에서는 말한다.
“경찰 없는 사회가 이상적인 것처럼, ‘집중놀이’가 없는 수업이 이상적인 수업 아닐까요? 집중 놀이에 앞서 중요한 점은 학생들의 집중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교재 연구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 보는 노력 없이 무조건 학생들에게 집중하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겠지요. 이 점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수업의 지루함, 반복성, 수동성을 탈피해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집중 방법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36쪽”
책 한 권으로 모든 수업을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에 적힌 내용을 눈여겨 보았으면 좋겠다. 놀이수업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을 바꾸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할 때, 교사와 학생 사이에 오가는 교육적 효과를 알 수 있다. 의미있는 좋은 수업이란 1시간의 수업을 위해 꾸준히 교재 연구를 하는 교사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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