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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2022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평점 :
처음 제목을 보고 도대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다는, 그런 격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읽기가 쉽지 않았던 책. 자신을 인정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항상 힘든 일이다.
그 복잡한 심경을 설명한 이 책은 첫인상과 다르게 제법 심오했다. 일순간의 서평으로 소개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정성 들여 적어본다.
저자는 회피가 본래 인간에겐 없던 행동 양식이며, 갈수록 이런 형태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떻게 작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고치는 쪽이 낫다는 의견을 표했다.
근데 사실은 장애인처럼 없었던 게 아니라 숨어 있던 거 아닐까? 귀족집 하인이 상처 받았답시고 심부름 안 하고 자기방에 쳐박혀있어봐. 주인이 문도 따고 목도 따겠지
여기서 '회피형 인간'이 뭐냐면, 회피성 인격장애 혹은 그보다 조금 약한 수준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거부감이 좀 덜하도록 이런 단어를 쓴 것 같다. 장애우 같은?) 정신의학에서는 C군(cluster의 약자) 불안형으로 분류된다.
이게 생기는 원인은 대략 '애착'이라는 것 때문인데, (근데 개념을 아직도 이해못하겠다...오히려 설명이 너무 많아서 뭔지 모르겠는 이 이상한 느낌을 뭐라 해야 하지...) 애착의 문제는 옥시토신,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두 가지 호르몬으로 인해서다. 전자는 여자. 후자는 남자.
대충 평범하게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고 잘 자라면 문제가 없는데, 사랑받지못하고 자란 사람은 저런 호르몬 자체가 잘 생성되지 않고, 작용도 좋지 않다. 그러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성장할수록 악순환이 된다고 보면 된다.
<회피형 인간의 특징>
그럼 그렇게 주구장창 말하는 회피형 인간은 어떤 특징이 있냐?하면 정말 많고 여러 형태라서...책에 나오는 걸 다 적자면 스압이 장난아닐거다; 신기했던 것 위주로만 가져왔다.
어린 시절이나 옛날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거나 특히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잊어버린다. 사별할 때도 냉정하여 그다지 슬픈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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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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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비난을 받거나 공연히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문제나 사건이 생겨도 자신만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만약 자기 한계를 넘는 스트레스나 해결이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리면 궁지에 몰려 자신을 소모하게 된다. 더 이상은 무리라는 판단이 설 때까지 계속 버티다가 갑자기 좌절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에도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호소하지 않고, 그냥 도망침으로써 자신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 때는 문제 따위 전혀 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도 이상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42~43쪽
회피형 인간은 '기분을 확실히 표현해주세요'라거나 '자신이 느낀 점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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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 인간은 이야기할 차례가 돌아오면 곧바로 말을 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시점에 침묵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평소 감정에 의해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머리로 생각해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분이 아닌, 상대방의 의도로부터 역산하여 그에 대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표현을 선택하고 말을 짜 맞추는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47쪽
흔히 말하는 덕질, 오타쿠 같은 일도 회피형 인간이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 한다. 자신에게 직접 오는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관계에서의 책임-애정, 연락, 챙기기 등을 피하려는 회피 작용) 일종의 공동 관심사를 중점으로 두고 보조적으로 대화나 교류를 하는 형식이다.
그러다보니 직접적으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회사 생활은 아무래도 잘 못한다. 제5장에서 좀더 자세히 나오는데, 나같은 경우는 완전 워커홀릭으로 빠져서 사람과의 접점을 줄이곤 했는데, 이것도 종류가 다양하다. 사람을 못믿기 때문에 과분한 업무에도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기도 하고, 되려 아무 일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성공한 사람의 예시를 들지만, 저자는 운이 좋았다고 평가한다. 보통 사람은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원고를 쌓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니까.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조용하고 멀쩡해 보여도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요즘 세대를 말하는 삼포, 개인주의...이것도 어느면에선 회피에 포함된다고 한다. (정도에 따라 '회피형 인간'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위의 내용은 회피성 성격장애 진단의 내용과도 비슷하다
http://www.kapca.or.kr/default/customer/customer09.php?sub=09&&com_board_search_code=&com_board_search_value1=&com_board_search_value2=&com_board_page=9&&com_board_id=8&&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x=60
<인상 깊었던 부분>
저자 논리의 특이한 점은 '뇌의 한계'가 있다고 하는 것.
보통 정신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충 한계가 없다거나 내면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라 식의 설명이 많은데, 이 사람은 사람의 정보 처리 방식에 한계가 있으며, 요즘 같은 시대에는 뇌가 과부화가 오기 쉽다고 말한다.
애착 상태가 불안정하면 뇌를 비워야 좋은데, 영상을 동반한 정보 매체에서 피난 장소를 찾는다면 뇌에서 과부화가 일어나 뇌가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히려 과중한 피로감과 무기력, 우울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한다. (일종의 중독 상태가 되는 것으로 보임)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언급된 것을 보면, 아마 이게 저자가 회피형 인간의 상태가 비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근거가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
1. 내용이 어느정도 전환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전공 서적처럼 문단이 너무 끊임없이 이어져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특히 요즘 회전 빠른 웹소설의 문장 수준의 문단에 익숙하다보니...
개정판인만큼 내부 구조?를 더 신경 써줬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미련이 있다. 폰트, 여백 같은 전체적인 디자인은 너무 이쁘다만!
2. 회피형 인간 이론을 무리하게 적용하기도 했다.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은 회피형 인간이 아니라, 반사회적 유형에 훨씬 가깝다. 혼자가 편한 것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경멸 같은 감정을 품는 건 엄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장애나 질병을 핑계로 잘못된 행동의 지나친 합리화는 좋지 않으니까.
3. 290쪽, 집계 방법 표 상단에 A, B, C, D를 다시 추가해주면 좀더 편할 것 같다. 별거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단점은 그만큼 오해와 선입견을 주기도 쉽다. 난 저자가 그 점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얼핏 논문 같기도 한 이 책은 여러 방면으로 회피형 인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혹여 조금이라도 잘못된 오해가 쌓이지 않길 원하듯이.
그래서 혹시 내용이 바로 이해가 안되도 걱정하지말라고 하고 싶다. 했던 말 또 한다. 계속 한다. 그리고 얼마나 설명을 잘 해주냐면, 독자가 읽다가 이게 뭔 뜻이지 궁금해서 타이핑할 일이 없게 만든다;; 욕이 아니고 칭찬이다. 전문 서적을 써놓고 이런 상황을 연출한 건 정말 대단한 거다... 무엇보다 난 기억력이 안 좋아서 테메레르 같은 판타지 배경 장편소설 같은 거 읽을 때마다 앞쪽으로 돌아간단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반복 설명은 환영이다. 이렇게보니 진짜 전공서 같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피형 인간을 설명하기엔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7장에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데, 나야 지금은 좀 나아져서 해볼만한거지, 심각한 사람에게는 해볼 엄두조차 안 날 거다... 흔히 말하는 노력이나 마음 가짐이나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진 사람에겐 쉽지 않으니까.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절대 이해못하는 그런 것이므로... 음, 사실 이 부분이 서평을 쓰게 하는데 제일 마음이 망설여지게 했다. 정말 이 내용만으로 사람이 '쉽게' 회복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상담을 받자.
이 책만으로 자신 혹은 타인을 판단하는 일 같은 일은 하지 말라. 심리 검사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과 전문가가 판단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나.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남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차이에서 온다. 이런 경우, 스스로에게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가 실제와는 달라진다고 한다) 때문에 진단하는 목적으로 읽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자신 혹은 주변에 회피형 인간에 해당하는 것 같은 사람을 좀더 이해하고 싶을 때 보면 좋다. 회피형 인간의 유형과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니까. 그래, 본래 mbti의 용도처럼 말이다.
회피형 인격'장애'라는 말처럼 이것은 병이 맞지만, 그가 배척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살라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긴 하지만, 저자의 회피형 인간에 대한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 책 방향 자체가 회피형 인간에게 위로를 주는 형태는 아니다.
한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고, 심심한 차에 재미 삼아 읽을만한 책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읽으며 위로를 받는 이유는 나의 증상을 덤덤히 설명한 글들을 읽다보면,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인간이 아니란 것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당신만 그런 거 아니니까.
/* 서평을 조건으로 하여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특히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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