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김미영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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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픔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이해못할 상황을 헤친 사람이 쓴 책이다. 저자인 김미영 씨의 맏이가 4살에 돌연 1형당뇨 환자가 되었다.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 상세한 과정은 아픔의 연속이다. 선발대의 역할이란 그랬다.
동시에 그 모든걸 감당케 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심정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은 1형당뇨에 대해 썼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게 잘못된 것인지조차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중 정말 놀랐던 것을 하나 꼽자면, '소아당뇨'라는 말이다.
1형 당뇨에 대해 검색하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글이 선천적이라는 접두사를 붙여놨는데, 사실은 교통사고 같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병이라 한다. 그래서 1형 당뇨병을 다르게 부르는 소아당뇨라는 말 또한 잘못된 거라고.
저자는 이런 잘못된 상식들의 원인으로 1형당뇨병 환자의 수가 적음을 꼽는다. 2형 당뇨 환자에 비해 매우 적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다.

말로만 듣던 인슐린의 양을 알 때는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 얼마 안되는 양으로 생사가 갈리는 것이다.
저정도로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의사가 주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먹는 그 정도라고만 여겼으니까.

그런면에서 정보를 얻기엔 참 좋은 책이지만, 용어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은 없기 때문에 어린 아이나 학생, 이 분야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은 좀 어려울 수도 있다. 나도 그나마 알고 있던 지식이 없었다면 이해가 어려웠을 것 같다.


1형당뇨라는 병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그를 돌보는 사람이나 가족에 대해서도 끈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래서 좀더 정확한 타겟층은 '당뇨 환우의 가족'으로 보인다. 케어하는 사람의 멘탈 관리법이라던가. 환우 끼리의 커뮤니티 권유라던가. 그 어려움을 저자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틈새를 비집고 나온 말들이 곳곳에서 이 책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건강 분야 책중에서도 상당히 저자의 감정 교류가 많다. 동시에 그만큼 당뇨란 병이 힘들단 의미렸다.

그리고 분량은 적었으나, 소외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아이가 이해해주길 바라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사랑이 돌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른이 아이를 이해해야 하지, 아이가 어른을 이해하는 상황이 와선 안된다. 이건 상대가 누구건, 형편에 상관없이 지키려하는 내 철칙이다.


저자는 신앙이 없었으면 안 좋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감당할 시험밖엔 허락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나는 도리어 저자 같은 사람이기에 버틸 수 있다고 감히 확신한다. 나 자신을 이렇게 돌보라고 해도 난 절대 못한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용기내어 살아온 분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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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Edge of the Dark Sea of Darkness: The Wingfeather Saga Book 1 (Hardcover)
Andrew Peterson / Waterbrook Pr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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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덮는 순간은 문득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아닐까. 그럼에도 때로 모험을 꿈꾸는 이유는 지금 나 자신과는 다른 멋진 주인공에게 매료되어 저도 모르게 책장을 넘길 때. 그때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어보려 한다.




이곳 세계는 '에어위아'라고 한다. 아담과 비스무리한 드웨인이 처음으로 깨어났을 때 했던 히어위아(here we are)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에어위아에는 바다를 사이에 둔 두 개의 대륙이 있는데, 어느날 제4세(왕 인가?)에 이르러서 '이름 없는 네그'라는 악마가 오른쪽 대륙인 '댕'에서부터 에어위아 전체를 상대로 대전쟁을 일으켰다. '어니이러(왠지 이것도 뭔 뜻이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음)' 왕국의 '윙페더'를 특히 싫어했다고 한다. 물론, 그 왕국은 망했다. 그리고 바다를 건너 '스크리' 대륙에 상륙했고, 이야기의 시점은 그 이후로부터 9년이 흐른 뒤다. 그리고 지금의 스크리 대륙은 두 발로 걷는 도마뱀 괴물이 장악한 상태. 갑자기 이웃이 죽어도 아무말 못하는... 보통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의 흔한 광경이다.


요약한 게 이정도인데, 보다시피 정말 암담하다... 그래서 처음엔 주인공의 상황이 전혀 예측이 안됐다. 살아는 있니...?


그런 세상에서 사는 주인공 가족. 형제들을 대충 열거하자면,

-재너 : 주인공. 동생들을 돌보는 것에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맏이.

-팅크(아마 애칭인듯 하고, 진짜 이름은 칼마르) : 고소공포증이 있고, 형에게 잘 까부는 남동생 (아마 둘째)

-리리 : 한쪽 다리를 절지만, 무척 건강하고 활발한 막내.

이 세 남매가 엄마와 할아버지랑 함께 산다. 개도 몇 마리 키우는 것 같은데, 전쟁 상황만 빼면 동화속에 나올 것 같은 포근한 가족이다.

성은 이기비로 상당이 특이한 편인데, 소설의 느낌으로 보아 무슨 의미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절망적인 세상이다보니 재너는 바다 바로 옆에 살면서도 어디로 떠나본 적이 없다. 밤에는 괴물이 잡아갈까봐 무서워하며 잠든다. 그나마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사는 일찍 철든 아이다.


그런 와중에 용의 날 축제가 열린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용을 보러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외부인과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떠들며, 유일한 여관의 빈 방이 없고, 이 마을이 그나마 활기차지는 날!


그리고, 플래그 씨게 세우는 문장이 등장한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가?




섬세하고 날렵하면서도 간결한 문장이 계속 다음장을 읽게끔 만들며, 상당히 전개가 빠르고 짧은 편이라, 지루하기도 전에 끝나버려서 좋다. 웹소설보다도 분량이 짧은데, 요즘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이미 나를 에어위아에 닿도록 만들었다.


그 역할에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가족의 애환이나 대사도 한몫한다고 본다.




읽는 것만으로도 자그만 위로가 될 판타지이자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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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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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각해보건데, 학창 시절에만 진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민의 연속인 것 같다. 사소하게는 오늘의 땟꺼리부터 생사나, 건강,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그외에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모든 것들이다. 주인공 소현도 그랬다. 그는 의대 수시에서 좌절했다. 어릴 땐 전교1등을 놓친 적이 없던 천재였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밤을 세고 각성제를 몇 알씩 먹으면서까지 공부했다. 그럼에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결국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주인공에게 제안한 것이 해양대학교였다. 뭣도 모르고 간 주인공은 진짜사나이를 찍으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앞장에서 미리 그 역경을 알 수 있는데, 억, 귀엽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선박기관사의 깊은 노고를 숨긴 시간표가 있다. 수면 시간을 세어보고서 일단 난 이 길이 아니구나를 직감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12시에 잤다가 7시 기상이...가...능..하......한 거였군... 그리고 해양대학에 입학하게 되며, "폭력과 공포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생활이 반복됐다...() 글만으로도 후덜덜한 생활에 오히려 그는 그 생활이 괜찮았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원래도 성실했던 그는 3학년이 될 때, 사관부에 신청하기까지 이른다. 여기는 잠을 4시간만 자는 무시무시한 곳중에서도 무시무시한 곳이다... 소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런 상황에도 성격이 삐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건 다이빙 때 외에는 순수한 훈련이기 때문이 아닐까 했다. 이게 정말 훈련인지 아닌지는 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다. 이런 힘든 길을 택해야만했던 저자의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씩 엿보인다. 근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저자는 행복해보인다는 게...! 읽으면서 제일 신기한 점이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신념과 자신감이 뚜렷하다. 그리고 배를 사랑함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같은 일, 같은 결과라도 충분히 좌절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최선을 다한 소현은 정말 멋진 사람이고, 이 책을 보는 모든 독자를 팬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저자가 왜 이 이야기를 썼는지 책을 보다보면 납득할 수밖에 없다. 다르게 보자면, 누군가를 특별하게 느끼는 것 또한 재능이라 생각한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에게 배는 그냥 배요, 컴퓨터처럼 알아서 움직인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조금 돌아보게 했다. 나는 소현과 다르게 실패를 하고 도망쳤다. (지금에야 실패가 아닌 걸 알게 되었으나, 당시만해도 스스로 그렇게 느꼈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동일했다) 소현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으면 그는 나보단 좀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는 용감하고 씩씩하다. 일차적으론 멋진 한 명의 선박기관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도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부디 하늘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 ​ /* 서평을 전제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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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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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겨울, 크리스마스 배경에 소설가가 주인공인, 좋아하는 설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소개 문구부터 한편의 영화 트레일러를 본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그런 첫인상과는 다르게 안은 상처로 뒤범벅 돼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너무 상처를 입다못해 모든 걸 잊으려 한.



주인공은 제이콥 크리스천 처처(Jacob Christian Churcher). 그러나 하는 행동 양식을 보면 기독교인과는 좀 거리가 있다. 비관적으로 보자면 오히려 가까운가? 하여튼, 요즘 비사교적 혹은 비교적 비정상적 성격의 주인공이 유행인 것 같다.
처음은 주인공이 크리스마스 전에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굉장히 냉소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난 그게 어린 나이부터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보았다. 그는 어린 시절의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글에 재능이 있고, 작가로서 한번에 성공했다. 모두가 그의 책을 좋아하고, 그의 책을 읽어본 평론가들은 칭찬 일색이다. 천재가 확실하지만, 운도 좋다고 본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이 소설 판타지 맞구나, 생각하게도 하고. 모두가 꿈꾸는 순탄한 과정을 밟으면서도,

나는 점점 외로워져 갔다.

이 말이 가만히 있으려는 심장에 닻을 꽂는 것 같다.



선택할 수 없는 운명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를 만났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지만, 형이 죽음으로서 모든 게 잘못되기 시작했다.
자신을 태어나게 한 존재에게 부정당하는 건 참 슬픈 일이다. 결국엔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는 것이 삶의 방향이 되고 마니까.

항상 머릿속이 온갖 판타지로 가득했는데 그건 일종의 생존 기술이기도 했다. 잠시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데 공상만큼 효과적인 건 없었으니까.

자세한 상황은 다를지라도 부모님과의 유대가 없는 유년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며 읽을지도 모른다. 나는 상처가 조금 치유된 이후라 스위치가 되진 않았지만,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거나 PTSD 수준의 증상을 갖고 있다면 권하고 싶진 않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무언가를 간절히 찾으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찾는지는 모르는 제이콥.
그의 꿈에 뭔 검은 머리의 여자가 간간히 나온다.
이게 영화였다면 아련하게 연출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안그래도 암울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장르를 호러라고 낙인 찍는 느낌이었다...
문체가 복잡하진 않은데, 이때문에 도리어 상상하기가 쉬워서 더 어두운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스릴러로 장르가 바뀐 것 같았다.
의문인 점 또 한 가지는, 왜 크리스마스 배경인 소설을 지금 냈느냐에 대한 것 정도.



재산 정리 차원에서 집청소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노부인은 어머니와 친구였으며, 제이콥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한다. 말하는 걸로 봐선 제이콥이 어릴 때 많이 돌봐준 모양이다. 엘리즈는 주인공의 가정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제이콥에게 제이콥의 아버지가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대신 해명해준다. 옆에서 보는 것과 겪은 것의 무게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아직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의 모든 말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진실을 알더라도 상처 입은 사람에게는 사과가 먼저 아닐까.

그리고 공동 묘지에 있는 형과 어머니의 무덤(제일 기이한 것은 그가 처음 온 어머니의 무덤 위치를 바로 찾았다는 것이다)에도 들린다.
​되게 담담하게 말하는 것에 비해서 사실은 감정이 요동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예상은 맞았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상실을 싫어한다. 제이콥도 마찬가지였다.



이후에 어느 여자가 제이콥의 집에 찾아오는데, 이름은 레이첼이다. 팬인 줄 알았던 여자는 제이콥이 어릴 때 그 집에서 태어나 입양 보내진 아이었다. 그는 생모를 찾기 위해 제이콥의 어릴 때 거처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곧, 제이콥은 그에게 반한다. 레이첼도 마찬가지.
레이첼이 곧 결혼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거부감이 들했겠지만, 생모 찾는 일에 무관심한 남자친구를 생각하면 레이첼이 제이콥에게 빠지는 것도 이해된다.
그리고 집을 치우며 드디어 제목의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노엘이 남자 이름(크리스마스나 캐롤이란 뜻이라, 곧 임마누엘처럼 그리스도를 뜻하는 상징이 되었다)이고, 제이콥의 직업이 소설가기 때문에 대충 이쪽이 노엘일 것 같았는데, 전혀 생각지못한, 레이첼의 생모가 노엘이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미스테리도 아니고, 어쩌고 싶은 건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조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아버지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게 좋을까요?"
엘리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은혜롭게."
나는 그녀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제 아버지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다면, 지금에 와서 은혜가 필요할까? 무슨 일이든 벌어지고 난 후에야 상황이 어땠어야 하는지 쉽게 보이는 법이지. 네 아버지는 엄마가 어떤 상태였는지 전혀 몰랐어. 네 아버지가 떠나고 몇 년이 지나도록 엄마는 자기 방식을 고집했어. 만약 알았더라면 절대 그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거야."

엘리즈가 제이콥 아버지의 편을 든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으나... 여전히 제이콥만 모든 걸 이해해야 하는 상황은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 답게 부딪혀보려 한다.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는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행복한 날인 만큼, 그렇게 지낼 수 없는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순간에 불행을 철저히 느끼는 주인공과 우리의 삶이 별로 다르지 않을지라도 여전히 그냥저냥 살아가려 하는 주인공에 비해 나는 좀더 살아갈 이유가 많다는 것을 무심코 깨닫는다.
노엘을 찾으며, 상처를 마주하는 제이콥의 여행이 도리어 마음을 편한하게 하기도 했다. 나도 언젠간 그렇게 전부를 포용할 수 있을까.
처지에 상관없이 공허할 당신에게. 이 책은 그 빈 틈을 조금이나마 고요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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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2022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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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 도대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다는, 그런 격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읽기가 쉽지 않았던 책. 자신을 인정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항상 힘든 일이다.

그 복잡한 심경을 설명한 이 책은 첫인상과 다르게 제법 심오했다. 일순간의 서평으로 소개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정성 들여 적어본다.

저자는 회피가 본래 인간에겐 없던 행동 양식이며, 갈수록 이런 형태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떻게 작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고치는 쪽이 낫다는 의견을 표했다.

근데 사실은 장애인처럼 없었던 게 아니라 숨어 있던 거 아닐까? 귀족집 하인이 상처 받았답시고 심부름 안 하고 자기방에 쳐박혀있어봐. 주인이 문도 따고 목도 따겠지

여기서 '회피형 인간'이 뭐냐면, 회피성 인격장애 혹은 그보다 조금 약한 수준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거부감이 좀 덜하도록 이런 단어를 쓴 것 같다. 장애우 같은?) 정신의학에서는 C군(cluster의 약자) 불안형으로 분류된다.

이게 생기는 원인은 대략 '애착'이라는 것 때문인데, (근데 개념을 아직도 이해못하겠다...오히려 설명이 너무 많아서 뭔지 모르겠는 이 이상한 느낌을 뭐라 해야 하지...) 애착의 문제는 옥시토신,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두 가지 호르몬으로 인해서다. 전자는 여자. 후자는 남자.

대충 평범하게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고 잘 자라면 문제가 없는데, 사랑받지못하고 자란 사람은 저런 호르몬 자체가 잘 생성되지 않고, 작용도 좋지 않다. 그러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성장할수록 악순환이 된다고 보면 된다.


<회피형 인간의 특징>

그럼 그렇게 주구장창 말하는 회피형 인간은 어떤 특징이 있냐?하면 정말 많고 여러 형태라서...책에 나오는 걸 다 적자면 스압이 장난아닐거다; 신기했던 것 위주로만 가져왔다.

어린 시절이나 옛날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거나 특히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잊어버린다. 사별할 때도 냉정하여 그다지 슬픈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

회피형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없다.

...

함부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비난을 받거나 공연히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문제나 사건이 생겨도 자신만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만약 자기 한계를 넘는 스트레스나 해결이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리면 궁지에 몰려 자신을 소모하게 된다. 더 이상은 무리라는 판단이 설 때까지 계속 버티다가 갑자기 좌절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에도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호소하지 않고, 그냥 도망침으로써 자신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 때는 문제 따위 전혀 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도 이상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42~43쪽


회피형 인간은 '기분을 확실히 표현해주세요'라거나 '자신이 느낀 점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

회피형 인간은 이야기할 차례가 돌아오면 곧바로 말을 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시점에 침묵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평소 감정에 의해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머리로 생각해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분이 아닌, 상대방의 의도로부터 역산하여 그에 대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표현을 선택하고 말을 짜 맞추는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47쪽


흔히 말하는 덕질, 오타쿠 같은 일도 회피형 인간이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 한다. 자신에게 직접 오는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관계에서의 책임-애정, 연락, 챙기기 등을 피하려는 회피 작용) 일종의 공동 관심사를 중점으로 두고 보조적으로 대화나 교류를 하는 형식이다.


그러다보니 직접적으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회사 생활은 아무래도 잘 못한다. 제5장에서 좀더 자세히 나오는데, 나같은 경우는 완전 워커홀릭으로 빠져서 사람과의 접점을 줄이곤 했는데, 이것도 종류가 다양하다. 사람을 못믿기 때문에 과분한 업무에도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기도 하고, 되려 아무 일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성공한 사람의 예시를 들지만, 저자는 운이 좋았다고 평가한다. 보통 사람은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원고를 쌓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니까.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조용하고 멀쩡해 보여도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요즘 세대를 말하는 삼포, 개인주의...이것도 어느면에선 회피에 포함된다고 한다. (정도에 따라 '회피형 인간'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위의 내용은 회피성 성격장애 진단의 내용과도 비슷하다

http://www.kapca.or.kr/default/customer/customer09.php?sub=09&&com_board_search_code=&com_board_search_value1=&com_board_search_value2=&com_board_page=9&&com_board_id=8&&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x=60




<인상 깊었던 부분>

저자 논리의 특이한 점은 '뇌의 한계'가 있다고 하는 것.

보통 정신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충 한계가 없다거나 내면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라 식의 설명이 많은데, 이 사람은 사람의 정보 처리 방식에 한계가 있으며, 요즘 같은 시대에는 뇌가 과부화가 오기 쉽다고 말한다.

애착 상태가 불안정하면 뇌를 비워야 좋은데, 영상을 동반한 정보 매체에서 피난 장소를 찾는다면 뇌에서 과부화가 일어나 뇌가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히려 과중한 피로감과 무기력, 우울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한다. (일종의 중독 상태가 되는 것으로 보임)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언급된 것을 보면, 아마 이게 저자가 회피형 인간의 상태가 비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근거가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

1. 내용이 어느정도 전환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전공 서적처럼 문단이 너무 끊임없이 이어져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특히 요즘 회전 빠른 웹소설의 문장 수준의 문단에 익숙하다보니...

개정판인만큼 내부 구조?를 더 신경 써줬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미련이 있다. 폰트, 여백 같은 전체적인 디자인은 너무 이쁘다만!


2. 회피형 인간 이론을 무리하게 적용하기도 했다.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은 회피형 인간이 아니라, 반사회적 유형에 훨씬 가깝다. 혼자가 편한 것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경멸 같은 감정을 품는 건 엄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장애나 질병을 핑계로 잘못된 행동의 지나친 합리화는 좋지 않으니까.


3. 290쪽, 집계 방법 표 상단에 A, B, C, D를 다시 추가해주면 좀더 편할 것 같다. 별거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단점은 그만큼 오해와 선입견을 주기도 쉽다. 난 저자가 그 점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얼핏 논문 같기도 한 이 책은 여러 방면으로 회피형 인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혹여 조금이라도 잘못된 오해가 쌓이지 않길 원하듯이.

그래서 혹시 내용이 바로 이해가 안되도 걱정하지말라고 하고 싶다. 했던 말 또 한다. 계속 한다. 그리고 얼마나 설명을 잘 해주냐면, 독자가 읽다가 이게 뭔 뜻이지 궁금해서 타이핑할 일이 없게 만든다;; 욕이 아니고 칭찬이다. 전문 서적을 써놓고 이런 상황을 연출한 건 정말 대단한 거다... 무엇보다 난 기억력이 안 좋아서 테메레르 같은 판타지 배경 장편소설 같은 거 읽을 때마다 앞쪽으로 돌아간단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반복 설명은 환영이다. 이렇게보니 진짜 전공서 같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피형 인간을 설명하기엔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7장에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데, 나야 지금은 좀 나아져서 해볼만한거지, 심각한 사람에게는 해볼 엄두조차 안 날 거다... 흔히 말하는 노력이나 마음 가짐이나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진 사람에겐 쉽지 않으니까.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절대 이해못하는 그런 것이므로... 음, 사실 이 부분이 서평을 쓰게 하는데 제일 마음이 망설여지게 했다. 정말 이 내용만으로 사람이 '쉽게' 회복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상담을 받자.


이 책만으로 자신 혹은 타인을 판단하는 일 같은 일은 하지 말라. 심리 검사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과 전문가가 판단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나.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남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차이에서 온다. 이런 경우, 스스로에게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가 실제와는 달라진다고 한다) 때문에 진단하는 목적으로 읽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자신 혹은 주변에 회피형 인간에 해당하는 것 같은 사람을 좀더 이해하고 싶을 때 보면 좋다. 회피형 인간의 유형과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니까. 그래, 본래 mbti의 용도처럼 말이다.


회피형 인격'장애'라는 말처럼 이것은 병이 맞지만, 그가 배척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살라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긴 하지만, 저자의 회피형 인간에 대한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 책 방향 자체가 회피형 인간에게 위로를 주는 형태는 아니다.

한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고, 심심한 차에 재미 삼아 읽을만한 책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읽으며 위로를 받는 이유는 나의 증상을 덤덤히 설명한 글들을 읽다보면,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인간이 아니란 것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당신만 그런 거 아니니까.




/* 서평을 조건으로 하여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특히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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