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을 덮는 순간은 문득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아닐까. 그럼에도 때로 모험을 꿈꾸는 이유는 지금 나 자신과는 다른 멋진 주인공에게 매료되어 저도 모르게 책장을 넘길 때. 그때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어보려 한다.
이곳 세계는 '에어위아'라고 한다. 아담과 비스무리한 드웨인이 처음으로 깨어났을 때 했던 히어위아(here we are)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에어위아에는 바다를 사이에 둔 두 개의 대륙이 있는데, 어느날 제4세(왕 인가?)에 이르러서 '이름 없는 네그'라는 악마가 오른쪽 대륙인 '댕'에서부터 에어위아 전체를 상대로 대전쟁을 일으켰다. '어니이러(왠지 이것도 뭔 뜻이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음)' 왕국의 '윙페더'를 특히 싫어했다고 한다. 물론, 그 왕국은 망했다. 그리고 바다를 건너 '스크리' 대륙에 상륙했고, 이야기의 시점은 그 이후로부터 9년이 흐른 뒤다. 그리고 지금의 스크리 대륙은 두 발로 걷는 도마뱀 괴물이 장악한 상태. 갑자기 이웃이 죽어도 아무말 못하는... 보통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의 흔한 광경이다.
요약한 게 이정도인데, 보다시피 정말 암담하다... 그래서 처음엔 주인공의 상황이 전혀 예측이 안됐다. 살아는 있니...?
그런 세상에서 사는 주인공 가족. 형제들을 대충 열거하자면,
-재너 : 주인공. 동생들을 돌보는 것에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맏이.
-팅크(아마 애칭인듯 하고, 진짜 이름은 칼마르) : 고소공포증이 있고, 형에게 잘 까부는 남동생 (아마 둘째)
-리리 : 한쪽 다리를 절지만, 무척 건강하고 활발한 막내.
이 세 남매가 엄마와 할아버지랑 함께 산다. 개도 몇 마리 키우는 것 같은데, 전쟁 상황만 빼면 동화속에 나올 것 같은 포근한 가족이다.
성은 이기비로 상당이 특이한 편인데, 소설의 느낌으로 보아 무슨 의미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절망적인 세상이다보니 재너는 바다 바로 옆에 살면서도 어디로 떠나본 적이 없다. 밤에는 괴물이 잡아갈까봐 무서워하며 잠든다. 그나마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사는 일찍 철든 아이다.
그런 와중에 용의 날 축제가 열린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용을 보러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외부인과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떠들며, 유일한 여관의 빈 방이 없고, 이 마을이 그나마 활기차지는 날!
그리고, 플래그 씨게 세우는 문장이 등장한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가?
섬세하고 날렵하면서도 간결한 문장이 계속 다음장을 읽게끔 만들며, 상당히 전개가 빠르고 짧은 편이라, 지루하기도 전에 끝나버려서 좋다. 웹소설보다도 분량이 짧은데, 요즘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이미 나를 에어위아에 닿도록 만들었다.
그 역할에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가족의 애환이나 대사도 한몫한다고 본다.
읽는 것만으로도 자그만 위로가 될 판타지이자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