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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 정신과 의사가 권하는 인생이 편해지는 유연함의 기술
정두영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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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자신의 말이 2차 가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내는 저자를 책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마음에 상처를 가득히 안은 사람들이 볼 법한 제목. 그런 독자층을 충분히 인식한 저자의 권유가 돋보이는 책이죠.

저자는 시대와 더 나은 치료를 고려해서 디지털을 이용한 상담에 대해서도 발전을 도모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판단했습니다. 이에 자신이 진료 때 전달하려 애쓰는 내용들을 글로 정리한 것이 이 책입니다.




걱정이 지나치게 많아져 잠을 못 이루거나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친구들과의 모임을 피한 적이 있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해본 경험일텐데, 저자는 그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라 합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것을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라고 하는데, 대략 속이 상해서 술을 마셨다가 기분이 나아져서 매일같이 술을 마시다가 술 없이는 못 자는 지경이 되면 알코올의존증 진단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심리적 유연성이 무너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살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저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는 "연습"을 도와줍니다.


개인적으론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말들이 많아서 결론 자체만 보면 좀 싱거울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왜 이래야 하는지 납득이 됩니다. 저의 경우엔 한번 이해와 납득이 되면 무조건 수긍하고 행동하는 편이라 저자의 방식이 괜찮게 다가왔습니다.

(참고로 저자가 쓴 용어들은 저자가 만든 게 아닌, 정신의학에서 실제로 쓰는 말들이기 때문에 검색해보면 이리저리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따로 또 공부하셔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간 정신건강, 심리 등의 분야에서 한 가지씩만 다뤘던 책들과 달리, 다루는 주제나 형태가 다양합니다. 저자는 어느 특정 영역에 문제가 생긴다해도 그 해결 방법이 다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다르게 본다면 심리적 유연성이 모든 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비슷하게라도 경험이 있는 사례를 마주하게 되면 더 크게 느낍니다.




저자의 특징이라고 해야할까. 책의 특징이라고 해야할까.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서적은 대개 '아래의 사항에 해당하면 당신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정의를 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증상들에 대해 보편적인 것이니 참고만 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으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가 그렇습니다. 주의력 결핍, 과다/과잉 행동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 진단명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와 비스무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ADHD로 의심하는 것을 지양합니다. 발표를 해야 한다거나, 시험을 앞둔 그런 상황에 집중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면서요. 반대로 너무 굳어진 이미지 때문에 특정 증상이 없다고 해서 ADHD가 아니라 단정짓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 합니다.


무엇보다 2016년도부터 성인의 경우에도 ADHD 진단에 따른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요, 전문가를 만나야 미묘한 증상까지 놓치지 않기 때문에, 관련된 증상으로 힘들다면 꼭 내원할 것을 권합니다. 음, 이건 제 생각도 동일합니다!




또, 권유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당신이 그간 봐온 것들처럼 '당신은 지금 이상하고 잘못된 상태이니, 무조건 고쳐라'는 식의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채 무작정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왜 당신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세심하게 살핍니다. 권유를 하더라도 그게 이러이러한 면에서 낫기 때문이라 설명합니다. 이 장점만큼은 정말 몇 차례 강조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뿐만이 아니라, 문서나 대화... 사람 자체에게서 드문 형태거든요.


혹여 책이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크게 고민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자가 권유하는 방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 역시 당연합니다. 증상에 따른 원인도 다양한데, 하물며 치료법은 어떻겠습니까. 당신에게 맞는 다른 방법이 있겠죠.

그러니, 부디 어렵게 생각하지마세요. 이 책은 골치 아프게 머리 쓰면서 분석하기보다는 그저 편하게 쓰인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 책을 더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분야를 잘 해낼 수 없다고 해서

하나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적절한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것이죠.


모든 이야기에서 빠지지않으며, 저자가 반복해서 얘기하는 것이 자신의 불안정함과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서, 아니면 심리적 유연성을 길러야 이것이 비로소 가능하게 될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먼저일까요? 사람마다 다를까요? 개인적으론 후자라고 생각합니다만...




아픔의 본질적인 원인 의식.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

그 모든 것의 연습.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아지길 바람에서 쓰는, 저자의 여러 진심이 담긴 책입니다.

그런 노력과 별개로 아이까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게 되는 역경이 있었지만, 좌절하거나 회의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 만화 주인공 같기도 하고 멋있었습니다.


힘드시면,

힘들다고 느끼기도 벅차시다면,

슬픔이 사치라고 느끼신다면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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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 - 마법, 제국, 운명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정아영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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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튜브 채널 <Hello Future me>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강좌 시리즈를 내보이고 있다. 그중에 <On writing>을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 이 책이다.
큰 틀은 작법서에 해당하긴 하지만, 저자는 기존 작법서나 글쓰기 규칙 같은 것들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대략, 살 빼고 싶으면 적게 먹고 운동하세요, 뭐 이런 말들. 그걸 누가 모르겠냐고. 근데 어떻게 하냐고. 저 한 줄 안다고 날씬해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법의 검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아니면 태초에 어둠의 제왕은 어떻게 제압될 수 있었는지, 또는 우주 감자가 탄생한 연유는 무엇인지 등등. 프롤로그를 본질적으로 작중 세계의 역사, 정치, 법률, 마법 체계에 관한 지식을 전달할 목적으로 쓰는 작가들도 있다. 그러나 작가로서는 구미가 당길지 몰라도, 대다수 독자는 관심도 없고 기억하기도 어려우므로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설명 위주의 프롤로그는 독자를 질리게 할 위험성이 있다.

선택받은 자 설정을 이야기에 도입하면 보조 인물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되곤 한다.
...
이 이야기들은 독자가 애정을 쏟은 보조 인물이 선택받은 자의 백업 댄서에 불과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
보조 인물들은 선택받은 자가 연관된 상황에서는 이야기 진행상 별다른 기능이 주어지지 않아 소외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궁극적으로 선택받은 자가 아닌 이상 이들이 정말 중대한 역할을 할 일은 없으므로, 자칫 잘못하면 나오든 말든 상관없는 인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무슨 내용이 됐든 이야기의 극적 줄거리는 선택받은 자의 운명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대한 정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절대 대충 설몽하지 않는다.

세계관 창작 방법만이 아니라 글쓰기 초보자 입장에서의 어려움, 애매한 중급자로서 막히는 구간, 때로는 글을 많이 써본 사람보차 간과하는 것 등등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세계관만이 아니라, 글을 구성하는데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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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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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은 좋아해도 꽃말은 안 좋아한다. 어릴 땐 혐오하다시피 했고. 이유는... 예쁜 꽃에게 안 좋은 말이 있을 때. 그때는 되게 싫었다. 아니 이렇게 예쁜 꽃에 그게 무슨 말이야...! 좋은 뜻이면 그나마 나은데, 그저 부정적인 단어 몇 개로 아름다운 꽃의 의미을 국한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꽃들의 심정을 당신들이 어떻게 아냐고...! 그렇다고 내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여담으로 거지 같은 옛날 사람 작명 센스도 마찬가지로 싫어한다. 이름 이상하게 된 꽃은 법으로 개명해주면 좋겠다...
어쨌든, 이런 연유로 나는 꽃말을 싫어했는데, 문득 도대체 왜 이런 말들이 붙었는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가진지 좀 되었는데, 책을 처음 볼 때 이런 내 생각을 좀 뒤집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있었다. (난 책을 읽는데 재미도 재미지만, 목적이 1순위라... 출판사에 긍정적인 기억이 있기도 했고.)
이 책은 나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역시 꽃말의 유래가 궁금했던 것 같은 사람의 책이다. 그는 꽃말 하나를 찾기 위해서 무려 몇 세기 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를 깊게 파고들긴 하지만, 나와 달리 교양이 풍부한 당신이라면 가볍게 읽을만 할 것이다..이 책이 대단한 건 저자가 서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다양하고 포괄적인 배경을 다룬다는 점이다. 아무리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하긴 했다지만, 정말 지식의 폭넓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동북아시아에서 시작해서 다시 날아가듯 서쪽으로 이야기 방향이 틀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뇌는 조금 과부화를...
그리고 꽃에 관한 책이다보니 시각적인 즐거움도 좋다. 이쁜 그림들을 감상하노라면 내용이 안 보일 때도 있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은 즐거우려고 읽는 거잖아?

보통 아는 설과는 조금 다른 신기한 것도 볼 수 있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드리는 이유가 보통 미국의 한 소녀가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뭐 대충 이런데, 책에서는 다른 내용이 소개돼있었다.
저자가 영국 사람이니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검색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얘기라는 것과 저자가 찾고 찾아 최대한 출처가 확실한 이야기만 실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자가 실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좀더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 말그대로 이야기에 그치겠지만.
이 사람이 기독교인 때문이 아닌가? 라고 한다면, 그건 확실치 않다. 내용중에 단순 미신이라고 할만한 것들이나 샤머니즘 같은 내용도 많았다.

끝으로, 꽃말의 유래도 좋았지만, 역사를 쉬우면서도 가볍게 훑는 내용이 괜찮았다. 꽃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추천한다. 이왕이면 그대가 성인이라는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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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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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부정적으로 느끼는 전문직이 의료인이다. 그중 제일 싫어하는 건 병원보조원. 엄마가 그쪽이라 더 그렇다. 엄마를 싫어하는 건 절대 아니고, 오히려 조금이라도 알기 때문에 기준이 높아졌다고 해야할까
아는 만큼 안다고 하는 건 상처도 포함이 된다. 당한 사람만 아는 고통이라.
무엇보다 나만 아프면 나 혼자 참고 끝날 일인데, 가족이 그러면 진짜 미치려 한다. 당신 가족이었어도 그렇게 할 거예요? 묻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렇게 안 하겠지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다른 병원을 물색할 수밖에.
물론 끝까지 포기하지않는 좋은 분들도 계셨지만, 사람이란 게 부정적인 것을 더 강하게 기억하기 마련이다.
모든 의료인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적어도 엄마 정도의(엄마는... 다정하지 않아서 환자의 사정을 일일이 고려하진 않지만, 자신을 찾아온 모든 환자에게 확실히 답변을 주려하고, 환자에게 무리가 안 갈 최소의 치료만 하는 게 지침이다.) 책임감은 가질 줄 알았던 것에 대한 실망이다.

그래서 서문의 '의사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라는 말이 별로 달갑지는 않았다. 사람인 것과 누군가를 무시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기에.
책 뒤쪽으로 갈수록 저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할만한 내용들이 나온다. 환자를 지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의사인 자신과는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언급이 그렇다.

다만, 그의 생각이 어쨌든 간에 환자를 위해 애썼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단순히 평소와 다른 이상을 느낀다고 해서 한밤중에 피곤하던 몸을 일으키고 곧장 그에게로 달려갈 수 있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음을 안다. 사랑하는 가족의 병간호도 쉽지 않은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정성을 다해 치료하는 건 의사로서의 책임이 없고서야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많은 돈을 줘도 못할 것이다. 특히 누군가의 가족을 위해 자신의 가족을 포기한다는 점이 그렇다. 저자가 신경외과 의사가 되길 소망하고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은 "자네의 아내는 어떻게 생각하나?" 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그간 만났던 의사들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으로 읽기로 했다.
한낱 인간인 내가 모든 것을 몰랐을 뿐이라고. 당신이나 나나 약한 인간일 뿐이라고. 누구나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는데, 그때 당신과 같이 있던 사람이 나였을 뿐이라고.
나는 지금 괜찮게 잘 살아있고 그 사람도 잘 있으니까 그걸로 감사하자고.



인간의 뒤섞인 감정을 이리 차분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의사로서 당시 자신의 심리변화를 서술하면서도 막상 그의 내면에 대해서는 묘사를 최대한 자제한다.
이런 서술 방식은 독자가 생략된 뒷면이나 이면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어,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 독자마다 다른 인상을 갖게 된다. 서로 상상하는 경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책이 말하는 이야기에는 인간의 추악한 부분도 존재한다. 아마 삶의 끝에 가장 가까운 직업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가 서론에서 처음 꺼냈던 의사도 한 사람이다 라는 말은 그저 동정을 사기 위한 말이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는 거였다. 잘못, 실수, 폭행, 죄...
아 그렇다. 그들도 사람이다.
간접적으로 들은 그의 고충은 나 스스로를 다독이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게 한다.



언젠가 목사님께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고 하셨는데, 이 말은 되새길수록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책이나 현실이나 참 괜찮은 죽음을 맞은 사람은 생각보다 몇 없다.



그리고 역자의 적절하면서도 세심한 덧붙임이 돋보인다. 위에서 엄마가 의료인이라 했지만, 자식인 나의 의학적 지식은 일반인이랑 비슷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본격적인 전문 용어에 좀 당황했는데, (소개로는 보통의 에세이 느낌이 강했음) 역자가 그때마다 설명을 잘 해줘서 읽기가 편했다.
제일 좋은 건 적절한 양과 길이였는데, 이 또한 얼마나 고민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던가...! 쓸데없이 너무 많으면 독자를 무시하는 느낌이 들고, 읽는 데 방해된다. 그렇다고 너무 없으면 불친절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의학 분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려 해도 사전, 위키, 블로그 다 봐야 하니까. 역자가 그 사이를 적절히 조율해서 글 읽기가 편했다.



여러번 죽음을 마주한 저자의 글은 내 생각보다 더 고요해보였다. 누군가의 초라한 죽음에도 개의치않는다. 정확히는 그 환자와 그 환자를 살리기 위해 쏟았던 많은 노력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책임져야할 남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의 무게가 어떤지에 대해서 견딘 시간에 비해 무뎌지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생명을 살릴 것인가에 대해서 끝없는 고민을 하는 모습이 애잔할 뿐이다.
그는 한 명의 인간인 동시에 좋은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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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세일즈맨은 이렇게 영업합니다
최근용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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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M사(우리가 흔히 B라고 말하는 곳 같긴 한데, 삼지창일 수도 있겠다..)의 자동차 딜러를 하고 있다. 문체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는데, 그럴 싶은 실적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그런 비결을 녹아낸 책이다.
중복되지않고 천천히 빌드업을 쌓아가는 형식이라, 차근차근 처음부터 읽어보는 걸 권한다. 그래서 인용한 문장외 내용의 가치도 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괜찮다.

저자가 계속 강조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우선 무언가 떠오르면 바로 행동하고 메모하길 직접적으로 강권한다. 그래야 자신의 것이 된다고.
그리고 누누히 브랜드를 볼 때 자신이 같이 떠오르게 할 것을 강조한다. 단순히 카톡 프로필에 사업 연락처를 올려놓는 것도, 자신을 보며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같은 폰트를 쓰거나 브랜드 로고를 붙여놀 것을 권한다.
아, 실행은 쉬워도 한번에 바로 결과를 바라기엔 어려운 것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 책의 실행 기간을 약 1년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바로 되지 않더라도 낙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객관화를 잘해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애쓴다. 인간은 잘 까먹기 때문에 수시로 메모하고, 핸드폰을 계속 확인하라 한다. 이 사람은 혹여 다른 일을 했어도 똑같이 억대의 수입을 내지 않았을까
또 직접 번호를 준 고객에게만 연락하는 부분은 센스가 미쳤다고 밖에는... 당연한 것 같은데,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사람과의 관계나 받은 서비스와는 별개로, 이 사람이 회사에 적힌 내 정보를 몰래 봤나 너무 당황했었다.

책 크기가 유통되는 보통 서적보다는 좀더 크고, 글씨도 시원시원해서 시력이 안 좋은 사람도 읽기 좋다. 자를 자꾸 잊어버려서 정확히 몇 mm인지는 모르겠는데, 읽기에 정말 좋다.
뭔가 이런 사소한 배려가 좋다. 독자이자, M사 매장 한 켠의 테이블에서 그 사람의 얘기를 듣는 느낌이다.

"천천히 살펴보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보이고 사고 싶어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가끔 빠르게 결정하는 고객도 있다.
...
하지만 경험이 없는 고객은 마음이 먼저인 경우가 많다. 얼마예요? 할인은요? 프로모션은요? 서비스는 뭐가 있나요? 등등 한꺼번에 많은 질문을 한다. 이런 반응이라면 오히려 천천히 설명을 하면서 질문을 따라 반복하고 설명을 느리게 답을 해보자. 제품의 특징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천천히 경 험하게 도와줘라."

읽으면 읽을수록 난 세일즈맨이랑은 거리가 멀구나를 느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일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도 도움될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해보고 지극히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들만 알려주기 때문에 믿고 따라해도 괜찮아보인다는 게... 일단, 읽다보면 저절로 저자를 신뢰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미 충분히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성격 때문인지 제시하는 조언이 제법 명확하다. 꿈을 꿔라, 목표를 잡아라 같은 말이 뜬구름처럼 느껴지던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책.

저자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수고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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