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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스파이 전쟁 - 간첩, 공작원, 인간 병기로 불린 첩보원들의 세계
고대훈.김민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스파이라 하면 007 같은 영화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도 간혹 들을 수 있고, 게임이 있는 예능에서는 어쩌면 필수 요소. 하물며 어린 아이들끼리 노는 작은 놀이에서조차 조금만 못하면 스파이냐는 소리를 듣곤 했다.
나도 그러했으나, 최근 나라 상황 때문인지 더 이상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 책 소개 」
책은 남조선 혁명가(북한은 신기하게도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사용하는 언어들이 마치 민주주의를 떠오르게 한다) 로 파견된 '김동식'과 정보사의 블랙 요원 '정구왕' 두 명의 이야기다.
곧 남북 전쟁의 간략한 역사라고 봐도 되겠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이전부터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경계를 끊임없이 해왔다. 북한과 같이 술을 마시면서도 상대가 공산당임을 잊지 말라고 했을 정도니...
그 말을 증명하는 듯, 책의 일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지 2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이게 일개 기자가 알 수 있는 일인가...?
단순히 조사를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가...?
이 의문은 책을 읽다 보면 풀리게 된다.
「 사람과 사람 」
보통의 북한민들이 그러하듯, 18살의 어린 김동식도 끌려가다시피 하여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다녔던 김정일전치군사대학은 이름만 대학이고 사실은 인간병기를 양성하는 곳이라 한다.
그는 그 일에 재능이 있었는지, 누구는 70세 즈음에 받는 '공화국영웅' 칭호를 28세의 나이에 부여받는다.
(책의 내용이 정말 흥미진진해서 많은 부분을 제외했다. 꼭 직접 읽어보길 길바란다.)
하지만 이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며, 죽음의 처지에 놓였다. 북한의 공작원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 '폐기'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살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두 번째 남파 침입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충의를 보여주는 동시에 잠깐 엿본 남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한다.
남한에게는 그 자체로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두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적군, 북한에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부질없는 존재.
수고의 보상은 커녕 죽음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조국이라 할 수 있는 북한에게 김동식은 버림받았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남한도 좋다고 보긴 어려웠다. 1995년까지는 아직 대한민국의 사형 제도가 실행 중이었으므로, 그가 빼박 사형행이었으나... 놀랍게도 1999년까지 뺑뺑이를 돌던 끝에 '공소보류' 처분을 받으며 사형을 면하게 된다.
본래 북한의 공작원들은 이런 상황에선 자폭이 원칙이었으나, 김동식은 두고 온 가족들이 있어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북한으로 복귀를 하려 했지만, 안기부(현재 국정원)에 잡혀온 또 다른 북한 간첩 '최정남'으로부터 "당신의 가족이 숙청되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일명 '관리소'라는 곳에 보내졌다는 뜻이란다.
(이 장소가 정확히 무얼 뜻하는지는 책에 나오진 않지만, 흔히 밈으로 말하는 '아오지 탄광'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더 이상의 충성은 무의미하다고 느껴, 북한의 내부 정보를 풀며 협조를 시작했다. 3년 동안 경찰, 안기부, 정보사에서 끊임없는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내려진 것이 공소보류.
김동식은 사형을 당하지 않은 사유를 내부고발에 의한 포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그는 새삶에 감사하며, 북한 주민의 해방과 한국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며 살고 있다.
「 또 다른 사람 」
그렇게 김동식이 남한에서 새삶을 시작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기자 중 한 명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김동식의 말을 듣고 자신도 진실을 밝히고 싶다던 남자.
1996년, 정구왕은 대북 조사를 위해 중국 단둥 지역에서 고려인삼(그럴싸해서 뭔가 웃겼음..) 회사의 사장으로 위장하여 있었다. 하지만 1998년, 몇 년 간 교류하던 인물에게 배신을 당하고, 북한에게 끌려가고 만다.
북한의 납치 과정은 꾀나 치밀해서 중국도 대한민국도 처음엔 북한을 의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세간에는 그가 미인에 한눈이 팔려 중요한 임무를 잊은 아마추어가 돼있었던 것이다.
이 일은 정보사에서는 'CKW 사건'이라 불리며 블랙이란 요원의 명칭처럼 암암리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남한 역시 이런 그림자를 지우고 싶기 마련이기에,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을 추궁하는 대신 침묵을 택한 것이다.
이 모든 걸 알게 된 정국왕은 살기 위해서 이중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역용공작. 적군을 포섭해 아군으로 만드는 것
그도 그럴것이 그를 마구잡이로 납치해온 것에 비해서 고문이나 구타 같은 행위는 일절 없었고, 억지로 무언가를 강요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바로 코앞인 중국에서 그를 풀어준다.
정국왕은 북한이 애초에 이것을 염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를 이중스파이로 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공작원으로서의 삶도 끝났을테니, 차라리 남한에 혼란을 주자는 목적으로 그를 살려보낸 것이다.
그런 북한의 예상대로 정국왕은 조국에 돌아왔을 때 환영받지 못했으며, 계속 의심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여느 국가유공자처럼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군무원으로서 전역을 한다.
북한은 이런 취급을 받은 그가 북한에 충성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나라에 대한 신의를 지켰다.
「 책의 의미 」
처음 책을 받을 때만 해도 '중앙일보에서 오랫동안 북한에 대해 조사해 온 두 기자가 쓴 책이다'....라고 생각했으나, 위에서 읽었다시피 이 책은 놀랍게도 활동했던 당사자들이 원해서 발간된 책이다.
그러니 실상 저자는 표지에 써 있는 두 명이 아닌, 책에서 소개된 두 명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간첩 활동을 밝힌 두 사람이지만 목적이 조금 다르다고 느껴진다.
한 명은 북한과 간첩의 실세를 밝히기 위함이고, 다른 한 명은 나라에 대한 충성의 보답이 허물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생각컨대 이런 이들이 있었기에 기약없는 평화를 누리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신께선 부디 당신을 올바로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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