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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평점 :
최근 생각해보건데, 학창 시절에만 진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민의 연속인 것 같다. 사소하게는 오늘의 땟꺼리부터 생사나, 건강,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그외에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모든 것들이다.
주인공 소현도 그랬다. 그는 의대 수시에서 좌절했다.
어릴 땐 전교1등을 놓친 적이 없던 천재였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밤을 세고 각성제를 몇 알씩 먹으면서까지 공부했다. 그럼에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결국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주인공에게 제안한 것이 해양대학교였다.
뭣도 모르고 간 주인공은 진짜사나이를 찍으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앞장에서 미리 그 역경을 알 수 있는데, 억, 귀엽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선박기관사의 깊은 노고를 숨긴 시간표가 있다.
수면 시간을 세어보고서 일단 난 이 길이 아니구나를 직감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12시에 잤다가 7시 기상이...가...능..하......한 거였군...
그리고 해양대학에 입학하게 되며, "폭력과 공포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생활이 반복됐다...()
글만으로도 후덜덜한 생활에 오히려 그는 그 생활이 괜찮았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원래도 성실했던 그는 3학년이 될 때, 사관부에 신청하기까지 이른다. 여기는 잠을 4시간만 자는 무시무시한 곳중에서도 무시무시한 곳이다...
소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런 상황에도 성격이 삐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건 다이빙 때 외에는 순수한 훈련이기 때문이 아닐까 했다. 이게 정말 훈련인지 아닌지는 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다.
이런 힘든 길을 택해야만했던 저자의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씩 엿보인다. 근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저자는 행복해보인다는 게...! 읽으면서 제일 신기한 점이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신념과 자신감이 뚜렷하다. 그리고 배를 사랑함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같은 일, 같은 결과라도 충분히 좌절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최선을 다한 소현은 정말 멋진 사람이고, 이 책을 보는 모든 독자를 팬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저자가 왜 이 이야기를 썼는지 책을 보다보면 납득할 수밖에 없다.
다르게 보자면, 누군가를 특별하게 느끼는 것 또한 재능이라 생각한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에게 배는 그냥 배요, 컴퓨터처럼 알아서 움직인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조금 돌아보게 했다. 나는 소현과 다르게 실패를 하고 도망쳤다. (지금에야 실패가 아닌 걸 알게 되었으나, 당시만해도 스스로 그렇게 느꼈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동일했다) 소현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으면 그는 나보단 좀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는 용감하고 씩씩하다.
일차적으론 멋진 한 명의 선박기관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도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부디 하늘 한 점 부끄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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