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경지 - 아주 당연한 일을 바보처럼 철처히 하라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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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경지>(다산북스, 2013)을 읽으며, 과거 고등학생 때,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던 생각이 났다. 항상 창고에서 박스나 나르고 정리하는 일을 하거나 물건이 들어오면 창고에 적재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어느날 매장에 납품하는 직원과 같이 마트에 물건을 진열하러 간적이 있는데, 그 직원이 저자와 유사한 말을 했다. '자신에게 현재 맡겨진 일에 제대로 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는데, 배경이 이렇다. 직원과의 대화에서 나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임시직을 뿐이라 더 잘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연장자로서 당연한 말을 해준 것이다. 그 때 나는 매우 어렸고 물건 정리하는 일을 매우 하찮게 여겨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과연 내가 하려는 일은 무엇이며, 잘한다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이런 모호함이 있기 때문에 현재 위치에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진짜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는 일도 할 수 있고, 좋게 평가 받을 수 있다. 도서는 이런 골자로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훌륭히 처리하는 프로의 경지를 잘 보여준다.

항공사 광고에 등장한 이사의 이야기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하해불택세류' 하천과 바다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고 포용한다는 말이다. 작은 일이 주어졌다고 불평하면, 큰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 작은 일에서 성실함을 보고, 처리 능력을 인정 받았을 때, 비로소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입사원들은 큰 기대를 품고 직장에 입사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계약직 직원에게나 주어진다고 생각되는 파쇄업무나 복사가 주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하면서도 잡무라 생각하지 않고 회사에서 나오는 모든 문서를 확인하고 전반적인 업무를 파악한다면, 오히려 배움의 기회로 활용하게 된다. 커피를 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상급자나 동료의 취향을 알게 됨으로써 추후에 친분을 형성할 수 있는 정보를 매우 유용한 업무로 위치가 달라진다.

이제 여름. 냉방기가 가동되고 선풍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국가에서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캠페인이 한창이기에 에어컨 가동보다는 선풍기가 더 많이 활용될 전망이다. 지금 고객사에서도 하위 직원들이 선풍기 배치를 위해 준비하는데, 성의를 갖고 처리하는 직원도 있으나, 약간 싫은 내색을 보이는 직원도 있다. 선풍기 커버가 잘 분리되어 순조롭게 먼지제거가 이루어지면 좋겠으나, 역시 문제를 일으키는 선풍기가 종종 나타나 불쾌지수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 이를 하며 파쇄업무도 병행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직장의 하급 직원을 보여줘 내가 본사에서 유사한 일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재 고객사에는 잡무를 맡기는 계약직이 보이지 않는데, 대부분의 회사가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에는 전문 기술을 가진 연구직의 계약직이 더 많은 추세로 프로 중의 프로는 오히려 회사에 없는 것이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는 잡무라 여기는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계약직 직원이 그려지는데, 현실에서의 영웅으로 추앙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연국직, 시간강사 등의 전문직이지만 대우를 받지 못하고,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절대 당당하기 힘든 이들까지는 반영하지 못하지만 힐링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달 정도로 시원하게 해주는 면이 있다. 성실함이나 실적을 평가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는 미끼를 던져 착취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까운데 프로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면 오히려 더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든 인정받을 것이고, 그 인정이 결국은 정규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도 불평이 많다. 급여가 적다느니, 업무가 과중하다느니. 정말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나서 그렇게 불평하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제 소수의 전문직이라고 소문이 퍼지면 금방 공급이 늘어난다. 그래서 전문직 업무에 특성화된 기술로만 자리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추가요소, 품질 및 서비스가 플러스되어야만 한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배려해 전문적이면서도 품질이 높고, 같이 하면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다고 느끼도록 해야한다. 이렇게되면 고객이나 상사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은 금방 나태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잘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을 잏고 성의가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처럼'이란 글을 보며 의지를 다지기도 하고, '프로'정신으로 임하길 항상 요구받는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처음의 의지가 감쇄되는 건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프로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프로의 정신'을 더 많은 기간동안 유지하며 주변에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www.we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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