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에 < 큐레이션 >(명진출판사, 2011)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정보를 잘 걸러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생각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의 너무 편집된 정보보다 전문적인 큐레이션으로 정보 홍수에서 알짜 정보만 얻을 수 있다. 정보량이 증가할 수록 이런 기술과 서비스 범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인터넷 쇼핑몰의 추천 상품에서 유사 기능을 체험할 수 있어 보편화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 생각 조종자들 >(알키, 2011)에서는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다양성에 반응하지 못하고 필터링된, 바운더리 안에 갇혀버린다는 뒷면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처음 도서 제목을 보고는 프레임을 만들어 그곳에 갇히도록 조작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와는 조금 다르다. 특정 영역에 관심을 갖고 해당 부분의 정보를 검색했다면, 추천으로 항상 그 부분만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부분은 볼 수 없게 되어 사고가 좁아진다.
[체스 프로그래머들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초기 체스 프로그램은 가능한 모든 수를 다 계산하도록 만들어졌다. 그 결과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결국 초고성능 컴퓨터로도 단지 한두 수 정도만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필요 없는 수를 제외하도록 하고 난 다음에야 컴퓨터는 사람을 이길 수 있었다. 해답 범위를 좁히는 것이 핵심이었다.]
길이 많다는 것, 정보가 많다는 것은 계산, 사고해야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선택의 폭을 줄여버리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뀐다. 음식점에 가서도 메뉴가 많으면 고민을 하게 되는데, 단일 메뉴라면 고민 없이 주문할 수 있어 선택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매우 좋아한다. 문제는 한 끼를 때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발생한다. 항상 같은 것만 먹으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없듯이, 비슷한 정보로 같은 생각만 하면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친척끼리 결혼하면 외부 사람들과의 결합보다 비교적으로 자손들이 모든면이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와 유사하게 좁아진 시야는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지 못하게 한다.
[필터 버블에 의한 개별화는 세 가지 점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가로막는다. 첫째, 필터 버블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정신적 공간을 인위적으로 제한한다. 둘째, 필터 버블 내부의 정보 환경은 창의성에 도움이 되는 특성이 거의 없다.] 125p
필터 버블은 저자가 만들어낸 말로 온라인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맞닥뜨리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지칭한다. 실시간검색어도 필터 버블로 볼 수 있다. 편집된 정보, 인공적으로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도 필터 버블이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정보를 획득하도록 해야한다. 처음에는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하겠지만 그 후에는 취사 선택의 권리를 통해 올바르고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한다. 과거에도 왜곡된 역사를 전파한 외세도 문화를 없애려 했고, 창의성을 파괴하려 했다. 이젠 포털사이트와 검색엔진의 추천 알고리즘이 필터 버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서에서는 검색엔진이 없어지고 인공지능으로, 원할 것 같은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굉장한 혁신으로 보이지만, TV를 보듯이 사람들은 수동적인 정보에 묻혀 바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을 인간의 행동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시점은 종종 가장 예측할 수 없는 시점이다. 예측할 수 있는 삶은 대부분 살 만한 가치가 없다.] 181p
프로그래밍된 자동 경기는 사람들이 재미없어 한다. 프로그래밍에 의해 패턴이 드러나며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조정에 의해 시합하는 게임을 선호한다. 스포츠 경기도 통계에 의해 우세한 선수와 팀이 있지만 항상 그 팀이 이기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숫자처럼 항상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아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생이 정해진 경로대로만 가면 쉬울 수 있지만, 허망함을 느끼게 되어 삶의 의미를 잃게 되고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사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과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신분제도처럼 상위로 진출하는게 불가능하다면 꿈이 없이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게 된다. 현시대도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경제적으로나 권력면으로 변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청년들이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필터 버블도 심각하다고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2011)이란 책도 떠오르며 다시 한번 생각의 중요성을 느꼈다.
요즘 스팸성 글 중에 글쓴이는 광고 키워드가 들어가고 내용은 본문 글에서 조합하거나 맨 끝 줄을 반복해서 댓글로 달리는 기술로 쓰여진 게 있다. 처음 발견했을 때 탄성이 나왔다. 일반 댓글로 위장하여 스팸을 남기는 천재적인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굴까? 또한 자연스럽게 문장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구현한 프로그래머도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SNS 알바들이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활동하고, 댓글 알바들이 정보를 왜곡시키듯 이젠 필터 버블로 인한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누군가가, 또는 알고리즘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는 상태로 생활해야 한다.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약은 민감도를 감쇄시키는 작용을 한다. 다른 자극에 둔감하게 하여 특정 작업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변화에 반응하지 못하면 죽어있는 것이다. 생각 조종자들에 의해 죽은 상태가 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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