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미래
조지프 나이 지음, 윤영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대선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하는 추세라 유력한 후보와 함께 하려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임기가 끝나가는 세력들에게서는 점점 멀어지려는 움직임이 보여 다방면에서 재미있는 구도가 나타난다. 이처럼 권력은 영원하지 않은데 한 순간이라도 그 권력의 맛을 보기 위해 달려드는 이들은 어리석게 보인다. 그러나 권력이 없어 서글픈 나날을 보내왔던 이들은 복수심에 불타 이를 잡으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누구와 어떤 사이다', '내가 누구인줄 알아?'라는 말을 하며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보면 오히려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낱 꿈에 불과한 권력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데 왜 사람들은 아직도 권력을 찾는지 이해할 수 없다. < 권력의 미래 >(세종서적, 2012)에서도 이렇게 무의미한 권력의 변화에 대해 다루며 지금 갖고 있는 권력의 유효하지 않음을 설파한다.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용어인 '권력'은 몹시 파악하기도 힘들고 측정하기도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그 개념이 무의미해지지는 않는다.] 25p
그렇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전투력 측정기, 스카우터처럼 직급이나, 직무에 따라 권력이 정확히 측정되거나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때로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가도 잠깐의 실수나 자리비움으로 순식간에 권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2011)에서는 최민식이 가족관계를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하지만, 조직폭력배 사이에 퍼져있는 권력구조와 주먹 서열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때론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권력이 상승하긴 했지만, 역시 엎치락 뒤치락하며 죽을 고비까지 넘기게 된다. 국내 정치사를 보면 대통령에서 수감자로 전락하고, 일반 변호사에서 시장이나 대통령으로 올라가기도 하는 수직 상승과 강하의 굴곡이 심하다. 발전한 나라일 수록 신분간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옛날 처럼 절대 왕권을 가진 시대보다 개선되긴 했다. 군사력과 경제력 또는 미래의 새로운 힘으로 잡은 권력은 각 영역에서 독립적일 수 있다. 아니면 조종하고 명령할 수 있는 특수한 장치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동되기도 한다. 5장에서 다루는 '분산과 사이버 파워'가 바로 새로운 힘에 해당되는데,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 영역은 워낙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비국가적 행위자들과 약소국들이 저비용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193p
우리나라는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부진했으나, 이동통신과 인터넷에 기반한 사이버 파워로 세계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펼치고 있다. 물론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위험해진 것은 사실이나, 군사력이나 경제력만 가진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드러낼 수 있다. 도서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은 사이버 영역의 권력을 두 가지로 나눴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인데, 사이버 영역으로 노출된 기반 시설 등에 침투해 제어권 갖게 되는게 전자이고, 사어버 세상에서 캠페인을 펼쳐 많은 이들을 설득하는 게 후자이다. 현재 방영 중인 국내 드라마 < 유령 >(SBS, 2012)은 사이버 영역의 하드 파워를 발휘하는 타국 해커들을 잘 그려 위기 의식을 높여주었으며, 앞으로 대두될 사이버 영역을 잘 다루고 있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비윤리적인 시민들의 신상도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두 힘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권력의 정의를 명확히 하기 보다는 고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컸던 힘들이 이동과 전이를 통해 빠져나가고, 사이버 영역으로 모여들거라는 전망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사이버 파워를 실감하고 있는 이 때 적절한 시기에 좋은 화두를 던졌으며,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나눠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권력이 어디로 넘어갈지도 모르며, 또 어떤 영역으로 이전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향후 몇 년 간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사이버 영역으로 흘러가리라는 건 확실하다.
도서의 결론은 스마트 파워이다. 미국의 과도한 하드 파워 사용으로 위기를 맞은 후,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의 '영리한 조합'인 스마트 파워를 잘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도서 말고도 국제 정세의 스마트 파워를 다룬 도서는 매우 많다. 논문과 국제통상학의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와있는 만큼 글로벌 사회에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하드 파워 -> 소프트 파워 -> 스마트 파워로 이전되는 권력의 미래를 읽으며, 국제 정세에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책이다.


www.we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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