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의 마음수업
정준영 지음 / 웨일북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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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왜일까. 목차를 보다가 '두 번째 화살을 알아차려라'라는 부분에 마음이 가서 책을 읽게 되었다. 큰 기대는 안 했던 책인데 읽다보니 좋은 내용이 많았다.

큰 기대를 안 했던 것은, 명상과 마음 공부에 대한 나의 오만- 혹은 자만이었음을 느꼈다.

저자는 갑자기 부모님에 의해 출가를 하게 된 거 같았다. 머나먼 이국에서 전화를 하다가 아버지가 '아들'이 아닌 '스님'이라고 불러 당황하는 모습이나, 수능 공부해야 하는 시기에 갑자기 수행하러 간 모습을 보면 말이다.

저자의 수행이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겠으나, 여전히 화를 내고 마음에 온갖 번뇌가 가득하다고 하니- 아마 그 이유에는 자발적으로 걸어간 길이 아닌 끌려간 길에 대한 반발심이랄까?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어린 시절의 마음은 치유하기가 참 힘들다.

내가 마음이 갔던 '두 번째 화살을 알아차려라'라는 부분은 과연! 그 내용도 좋았다.

두 번째 화살은 이런 것이다. 지나가다가 갑자기 화살을 맞았다고 해보자.

엄청 아플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맞은 것이니 뭐 어쩌겠는가? 서둘러 치료하고 운이 없었음을 한 번 한탄하고 잊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은 여기서 내 몸에서 화살을 뽑고 치료도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늘 화살을 두려워하고 운이 없었음을 다시 한탄하고 운명의 불행을 저주하는 등. 지나간 일의 억울함에 계속 시간과 마음을 뺏기는 것이다.

아마도 명상과 수행의 이점은 이런 화살을 없애거나 약화시키는 데 있는 거 같다.

꾸준히 명상을 하다보니 많은 화살이 사라졌고, 가끔 다시 나타나는 화살도 더 이상 화살이 아니다. 뭉툭한 장난감 화살 정도의 타격감이랄까?

근데 글을 쓰다보니 명상을 안 해도, 나이 먹으면 기억이 희미해지는 거 아닌가???

여기서 명상과 수행의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저자는 명상과 수행을, 세상의 분위기가 이미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도 해서, 조금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수행은 더 나은 나와 지혜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명상은 약간 세속적으로 나의 행복과 평안을 추구하는 수단 정도로 전락해버렸다.

더 나아졌다면 수행이다. 수행은 노력이다.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가? 바로 '집중'이다.

무엇에 집중할까? 저자는 '내적'인 것에 집중하길 권하고 있다. 호흡에 대한 느낌, 호흡에 따른 내 몸의 움직임. 여기에 선의 가르침인 '오직 모를뿐'을 더하면 멈추고 바라보는 '지관'에 좋을 거 같다.

나는 끊임없이 호흡과 느낌으로 돌아오기 위해 수행 중이고, 많은 면에서 나아졌음을 느낀다. 수행의 결과?나 발전? 조차도 계단식인 걸까?

안 되던 것들이 잘 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망상만은 끊기 어렵지만.

아무튼 두 번째 화살을 스스로에게 쏘지 않는 것만으로도, 명상이나 수행의 큰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교로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현대인에게 있어, 비교는 불특정 다수에게 쏜 화살을 자기가 찾아서 맞고는 분노나 좌절이라는 화살을 자신에게 또 쏘는 격이 아닌가?

내 안에 집중하다보면, 내 안에 우주가- 삼라만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존재가 마찬가지다. 비교할 필요가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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