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를 지켜주었다
이재익 지음 / 도도서가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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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마... 이번주에 문예전 결과 발표가 날텐데.. 결과가 참 궁금하다. 시 부문에 응모를 했는데...

요즘 이렇게 시를 몇 편 써서 제출할만큼 시에 관심이 많은 상태다 ^^ 그래서 시집도 여러권 보고 있는데, 요즘 본 책들 중에 제목도 그렇고 '영시 강의'라는 설명도 뭔가 흥미를 더 불러일으켜서 <시가 나를 지켜주었다>를 읽게 되었다.

영시는 말 그대로 영어로 쓴 시?를 의미한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책에서는 영국 고전 시부터 현대 미국 시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시란 무엇일까?

22쪽에서 하우스먼은 '시란 상처 입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만들어내는 진주와 같다'고 했다.

시인마다 각자 다른 진주조개일테지만 아무래도 문학이라는 것은 환희나 행복보다는 '고통'과 계열이 맞나 보다...

책을 읽으며 처음 내 마음에 다가온 시인은 키츠였다.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시인으로 유명하다는데 과연! 고대 그리스에서 만든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며 지은 시 '그리스 항아리에 바치는 노래'의 연회 장면 구절이 유명하다고 한다.

36쪽에 나오는데, '들리는 선율은 달콤하지만, 들리지 않는 선율은 더 달콤하다'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상상한 연회 장면과 선율에 대한, 정말 놀라운 표현이었다.

다음은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배럿의 사랑 이야기다. 여기서 78쪽에 나오는 '당신이 나를 꼭 사랑해야겠다면 if thou must love me'를 보자.

"당신이 나를 꼭 사랑해야겠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거나

어느 날의 좋은 기억만으로

'난 그녀의 미소를, 외모를, 부드러운 말투를 사랑해'

이렇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

대신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

계속 사랑하여 영원한 사랑에 이를 수 있도록."

상처 입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만들어낸 진주이기 때문일까?

극도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달라는 표현이 내 가슴을 찌르고 내게도 상처를 낸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진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이런 글들을 찾고 모으려고 하고 있다. 내가 100번 읽을, 나를 찌르는 가시와 창 같은 글을.

슝슝 넘어가서 223쪽 에밀리 디킨슨의 '내가 죽음을 위해 멈출 수 없었기에' 역시 기가 막힌 표현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죽음을 위해 멈출 수 없었기에

그가 친절히 나를 위해 멈춰주었다.

마차에는 우리 둘만 탔고

영원불멸함도 함께했다. ..."

아... 죽음을 이토록 젠틀하게? 다룬 표현이란...

"그는 급할 게 없었고 우리는 천천히 달렸다.

나는 그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어

일도 여가도 모두 미뤄두었다."

그 누구도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피할 수 없을테니, 친절하게도 나를 위해 멈춰주어 마차에 함께 탄 죽음은, 정말 급할 게 없었으리라.

그리고 시는 아니지만, 모비딕의 첫 문장. 'Call me Ishumael 내 이름은 이스마엘'을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왜 소름이 쫙 돋는지...

강렬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화자의 완벽한 서사 시작이라고 해야 하나?

저자를 지켜준 시에 대한 이야기들이어서 그런지 마음에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아서 참 좋은 책이었고, 사실 번역된 시를 보면 별로?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원문을 함께 실어서 운율에 대한 설명 같은 걸 곁들여준 부분도 참 좋았다.

언젠가 다른 작품들도 다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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