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 - 빅 트렌드의 법칙과 소셜 엔지니어링의 비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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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말콤 글래드웰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인데 원제는 '티핑 포인트의 복수'다. 복수와 설계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책은 쉽게 표현하면 '티핑 포인트'의 나쁜 사례에 대해 다룬 책이다. 물이 액체 상태에서 임계점인 100도를 넘으면 '기체' 상태로 변해서 완전히 달라지듯이 세상의 수많은 사회 현상에도 그런 티핑 포인트가 있다. 그 사회를 갑자기 완전히 변화시키는.

그 지점은 오랜 시간 연구되어 왔고, 아이비 리그 대학들에서는 '백인' 학생의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교묘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저자가 관찰한 여러 사례에 따르면 이 '전체를 갑자기 확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는 비율'은 25~33% 사이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백인 마을에 '흑인'이 이주해왔을때, 그 마을이 '흑인' 마을이 되는 변화에 대한 관찰인데, 쉽게 설명하면 길 가다 마주치는 사람 세 명 중 한 명이 흑인이면 백인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왕창 떠나버릴 수 있다.

저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전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 실제 단어는 뭔지 모르겠다. 번역 상으로는 그렇다. -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과 코로나19에서의 전염을 비교하여 어이가 없었다.

코로나19에서는, 단어는 들어본 거 같지만 몰랐던 사실인데, '슈퍼 전파자'가 있다. 이 사람들은 말 그대로 '슈퍼' 전파자다. 똑같이 말을 하고 침을 튀기지만 이 사람들의 '침'은 다른 사람들의 침과 다르다. 그래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엄청나게 확산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렇게 달라보이고 연관성 없어보이는 '사회 문제'와 '전염병'을 같은 '전염'의 선상에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가?

그건 바로... 미국에서 터진 거대한 마약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였다.

지금 우리는 미국에 펜타닐이라는 합성 마약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가, 마약에 관대한 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도.

그런데 사실 펜타닐이 남용되기 이전에, 그런 문제를 촉발한 제약회사가 있었다. 이들은 마음대로 약을 처방할 '슈퍼 전파자'에 해당하는 의사를 매수했고, 약물 중독이 일부 도시들에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그러한 중독 문제를 일으키는 제약회사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게도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그 제재 때문에 마치 풍선효과처럼 훨씬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사건이 악화되었다.

근래에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다주택자 등 시장에 여러 '제재'를 가했다. 그러자 풍선효과로 인해 그 옆 동네가... 그래서 다시 제재를 가하자 또 그 옆 동네가... 이런 식으로 전국의 부동산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만약에 부동산에 가했던 그 첫 '제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시간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점점 천천히 올랐다면?

미국의 마약 사례는 '그냥 두는' 것이 최고의 방법일수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간은 조금 걸려도 정석적인 방법으로 이겨나갈 수가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 한 방과 풍선효과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가, 원제 그대로 '복수'하듯이 엄청난 폐해를 남겼다. 수만 명이 약물 중독으로 죽었고, 이제서야 마약과의 전쟁을 제대로 시작하려는 모양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그 가치에 맞지 않던 곳들은 다시 많이 하락했다. 그러나 핵심 지역들은 이제 완전히 달나라까지 집값이 갈 기세다. 그만한 가격의 가치가 강남이나 한강 옆 집들에 있을까?

글쎄...

우리나라 번역본의 제목이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인 것은 이런 점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임계점'을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넘어서도록 건드릴 수 있다. 그러면 곧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듯이, 과거는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나 제도, 문화가 완전히 바뀌어 버릴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감정적으로는 '슈퍼 전파'를 만드는 '가장 나쁜 악의 축'을 사회에서 제거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계속해서 묻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를 통해 '슈퍼 전파자'의 특징 - 특히 과체중 같은 - 을 알았다고 치자. 이 사람을 언제 처리해야 할까?

다음 전염병이 시작되기 전에? 아니면 다음 전염병이 발생할 낌새가 보일때? 아니면 그 사람이 실제로 수많은 사람을 전염시키고 나서?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면, 세상의 변화를 좋은 쪽으로 설계 가능할까?

저자는 그것을 희망하고 있지만... 생각해 볼 문제가 정말 많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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