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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정영훈 엮음, 이나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느 투자자 분의 추천으로 읽어보려고 했는데, 읽기가 상당히 힘들어서 읽다가 말았던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를 다시 읽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보다 훨씬 번역이 매끄럽게 여겨진다. 굿굿!
이 책은... 꽤나 흥미로운 책인데... 개인이 '군중'이 되는 순간 이성적 판단이나 정상적인 사고 기능이 거의 마비되고 순간적으로 감정에 따라서 군중의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예속되어 행동하며, 그때의 군중은 그렇게 감정적이고 파괴적이며 잔인하면서도 어느 면에서는 한없이 도덕적이라는... 엉망이지만 어딘가 상식적이고 본능적이면서도 선을 지키는 '군중'이라는 그 실체가 있는 듯하면서도 없을 수 있는 그런 것에 대해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당연히 이런 책은 매우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이기적 유전자' 같은 책을 읽을 때처럼 말이다. 이기적 유전자도 워낙에 베스트 셀러고 엄청난 '과학'책처럼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야말로 관찰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 견해일뿐 완전 비과학적인 책일 수도 있다. 이 말을 쓰면서도 느낄 수 있는 매우 재미있는 부분은, '군중'들이 그 책을 엄청난 '과학'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인데, 아마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워낙 두껍고 읽기 쉽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언론에서 좀 띄워주고 돈이 되고, 주장이 말이 되는 것 같고, '아, 그래! 인간의 유전자는 이기적이야! 그러니까 나도 이기적이야!'라는 말 같지도 않은 핑계를 만들어주면서 신념 체계가 어디선가 형성되면 이 구조가 순환되면서 더 굳어지다가 마침내 와우! 과학계의 고전이 탄생해 버리는 것이다 ^^
오... 군중심리 대박이네...?
별 거 아닌 거 같은 이기적 유전자 관련 글을 길게 쓴 이유가 있는데, 귀스타브 르 봉이 군중심리 형성에서 중요한 것이 '이미지'라고 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희망이나 '환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는... 세상에... 상상하기 쉬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세포나 생명체! 각자 알아서 상상할 수 있는 쉬운 그림이다.
매일같이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매일같이 바다에서도 사람이 죽지만, 얼마 전 일어났던 비행기 사고 같이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것은 군중에게 훨씬 쉽게 각인되고, 그러면 어떤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이상한 방향으로- 누군가 지적했듯이 원인을 밝히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닌, 수백억을 들여 추모공원을 만드는 식으로- 일이 흘러갈 수 있다. 그래서 '이미지'와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무언가'가 군중에겐 중요하다.
아니, 군중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중요하다.
문득 떠오르는 건 요즘 뭐였지... 세이브 더 칠드런 광고였나? 그거랑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 게임 광고. 세이브 더 칠드런 맞나... 얼굴이 다 무너져내린 광대없이 태어난 아이 광고였던 거 같은데... 그게 그 사진을 보고 딱하게 여겨서 돈이 모이고, 그 돈으로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거면 다행이긴 한데, 정말 그렇게까지 얼굴을 다 공개해서 할 일인가? 아이를 팔아먹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은 '잠시 게임을 체험하게 하는 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그 잠깐의 체험을 통해 '실제 게임도 이렇게 간단하고 재미있겠구나!'라는 상상을 불러온다는 면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아는 마케터가 만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많이들 속아봐서 알겠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결국 돈 내라는 거다.
아무튼, 책의 앞에 나오듯이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심리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는 거 같다. 오히려 sns 등의 발달로 교육수준이나 심리적 자제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100년 전 사람들보다 훨씬 더 좋은, 기업과 마케터의 먹잇감인지도?
'군중'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권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너무 이용하려고만 하지는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