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삶도 바쁘니까 관심 없는거 같지만, 투자자로서 공부 좀 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꽤 많다.
반도체 쪽에도 자동차 쪽에도. 조선, 화학, 섬유... 정말 많다.
그리고 그런 기업 중에 침대 매트리스를 만드는 회사도 있었으니...
이 회사가 전기톱으로 매트리스를 잘라서 보여주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트리스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그저 침대가 과학인거 까지만 알았겠지.
그런데 그럼 이 침대 과학을 누가 연구할까?
브랜드리스는 침대 과학을 직접 연구해서 매트리스를 개발하고 대기업에 납품하던 납품업체 중 하나였다. 책의 저자인 서진원 대표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연구하고 납품해서 남 좋은 일만 하던 우리나라의 무수한 납품업체 중 하나였다.
회사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아들- 지금의 서진원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삼성물산을 그만두고 가업을 돕기 위해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충격적인 현실을 알게 되었으니... 회사에서 50만원에 납품한 매트리스가 백화점에서 몇 백 만원에 팔리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경영대 나왔으니 마진 붙여서 파는 것을 이론으로는 알았겠지만, 부친 회사에서는 늘 납기랑 원가 맞추느라 고생하는데, 대기업에서는 사실상 광고비, 백화점 임차료 등 온갖 비용 명목으로 이렇게까지 비싸게 파는 줄은 몰랐던 거 같다.
(내 생각에 우리가 먹는 치킨도 모델이 탑연예인이 아니면 가격 안 올려도 됐을 것이다.)
결국 저자는 매트리스를 직접 팔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브랜드리스 매트리스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스프링 배치부터, 말총 등 고급 재료까지 우리보다 먼저 침대 기술이 시작된 유럽에서 받아들여 최고의 제품을 정말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회사.
당연히 매출은 미친듯이! 나오지 않았다! (ㅠㅠ)
최고급 매트리스라고 수입하는 회사 매장에 가면 돈 천 만원 하는 매트리스랑 거의 비슷한 품질인데 2~3백만원 한다고 하니까... 당연히 상식적으로 믿기가 어려운 것이다.
얼마전에 어디서 읽은 글이었나 책이었나... 거기서도 실험 하나 한 것을 봤는데, 어떤 사람에게 돈을 엄청 쥐어주고 사람들 많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돈을 공짜로 준다'는 팻말을 들고 서있게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히려 그 사람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딱 한 사람이 와서 '정말 대단하네요. 버스비가 부족한데 돈 좀 주실래요?' 해서 고작 몇 센트였나 받아갔다고 한다. 그 사람 주머니에는 엄청난 돈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실험은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공짜는 없다', '공짜는 사기일 확률이 높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얼마나 강하게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매트리스도 하도 비싸다보니까 너무 싸면 사람들이 의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브랜드리스가 약간 타겟팅을 실수한 거 같긴 하다. 엄청 싼 것도 아니고 비싼 것도 아닌 애매한 가격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그냥 못 믿게 되는?
약간... 30% 정도 차이나면, '아 할인하고 유통 거품 빼면 이 정도 되겠네' 했을텐데, 막 몇 백씩 차이가 나니까... 대표도 이 부분은 초기에 처절하게 깨달은 듯 하다. 제조와 마케팅, 판매는 정말 완전히 다른 영역임을.)
글이 너무 길어지는 거 같아 마무리해야겠다.
어쨌든 책이 너무 좋았고, 대표가 걸어온 길이나 책에 담긴 생각이 참 마음에 들어서 이런 회사에서 나도 뭔가 능력을 발휘할 곳이 있다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매트리스는 꼭 브랜드리스(베스트슬립)에서 사기로 마음먹으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