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들 -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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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열 세 번째 책이다. 그 중에 열 한 권을 읽었으니, 꽤 열혈 독자일 것이다. 이번 책은 지난 몇 년 간 한국에서 발생한 열 두 가지 첨예한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그 묘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 그 이면에 어떤 차별과 모순, 혐오와 편견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댓글, 체육계 비리/폭력, 비정규직, 기초생활수급(사회보장체계), 가습기 살균제, 펜데믹 하의 불평등, n번방, 낙태죄, 세월호, 대통령 탄핵, 조국 법무부 장관. 
 
제목만 제시해도 무겁다. 단어를 입 밖에 내뱉는 순간 주변인들이 두 패로 갈린다. 서로 다 자신들이 옳다고, 그 그건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인화성이 강하며 첨예한 사건들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책 속의 열 두 가지 사건 기저에 흐르는 것은 불평등이다. 소득, 정보, 관계 등 한 인간의 삶에서 얻게 되는 중요한 자산들이 매우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그 불평등을 체감하기에 자신은 매우 불행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타인들은 행복하고 운좋다고 여긴다. 여기서 혐오가 출발한다. 연예인이, 부자가, 고학력자가 왜 그러냐고, 그것도 못 참느냐고. 말 뿐이라고. 근거 없는 정보에 혐오와 비방, 폭력은 커진다. 익명성이 보장된 사이버 공간은 온갖 욕설과 저주로 가득해진다. 
 
자신보다 더 가난하거나 약하거나 어린 대상들에겐 조롱과 폭력, 허세를 드러낸다. 피해자 코스프레니, 돈 뜯어내려한다거나, 왜 처음부터 피하지 못했냐 등등. 혹은 좋아서 그런 짓 한거 아니냐는 심장을 비수로 찌르는 언어 폭력을 서슴치 않는다. 
 
결국 사회 문제의 핵심에는 불평등이 있다.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불평등을 해소하는 체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쉽지 않다. 다양한 시민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이해 관계가 다르고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그것이 다르고 기소와 판결을 담당하는 사법 기관의 공무원들 그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이 너무나 얽혀 있고 그 속의 이해 관계는 점점 더 은밀하고 자기 중심적인 형태를 띈다(그런 의미에서 '난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 한 검사가 말했을 때, 좀 충격적이었다. 조직 생존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의미였기에. 거창한 국가나 민족이 아니더라도, 억울한 피해자나 시민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 조직이라니. 무서운 조직 이기주의 정신이라고).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 시민들이 더 좋은 사회를 위해 행동에 나섰듯이 계속해서 현실에 참여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에.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소득, 정보를 공유하고 관계를 확장해나갈 수 밖에 없다. 이 불평등이 여기서 멈추기를, 다시는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미래 세대는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가수를, 운동선수를, 아니 발전소든 지하철 플랫폼에서든 일할 수 있도록.  
 
지금 여기의 모습은, 우리의 결과다. 다시 우리가 원인이 되어야, 사회는 변한다. 
 
책의 마지막 문구가 가슴 한 켠에 깊게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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