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선, 그리고 추억의 소환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모든 콘텐츠들이 디지털화 되어 가는 시대. 물론 이는 피해 갈 수 현상이지만, 여전히 나는 골목을 서성대길 좋아하고 길거리 매장을 기웃거리며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가끔 음반을 고른다.

  계절이 바뀌고 짐을 정리할 때 낡아가는 책과 옷을 볼 때면 어떻게든 오래 곁에 두고자 이것저것 시도한다. 다룰 때 살살 만진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잘 관리하지는 못하지만 왠지 나의 시간과 손때가 묻은 존재들이라 쉽게 내치지 못한다.

  트위터에서 우연히 접한 이 책은...단연코 '올해 최고의 책'이다. 추억과 시간의 의미가 켜켜이 쌓인 낡고 파손된 책을 수선한다는 저자는 그 수선의 과정이 단순히 옛 모습으로의 회귀이거나 훼손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추억과 시간을 보존하면서 그 의미를 더욱 오래 살려나갈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책수선이란 어쩌면 단순히 오래된 서적을 더 오래 사용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추억과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부활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생경한 책수선이란 주제보다 책의 본질에 있다. 이 저자는 글을 참 잘 쓴다. 부드럽지만 글 속에 힘이 느껴진다. 세심한 작업을 주로 하셔서 그런지 표현 곳곳에 세밀함이 살아 있다. 게다가 자신의 일 속에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의미를 깨달었고 스스로 행복해 한다는 것을 독서 내내 느꼈다.

  이 책을 책방에 주문한건 지난 주였는데 일이 계속 생겨 금요일, 퇴근길에서야 책을 갖고 올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읽었다.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독서 탓이었을까, 오랜만에 편안하고 행복한 잠을 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