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서울에서 태어나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마흔이 넘어 가세까지 기울게 된 후 산자락 마을에서 지내며 소소하게 지나쳤던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함께 느껴볼 수 있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는 저자 김인선 작가의 유고 산문집으로 해설을 통해서 저자와 문학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졌던 친구를 통해서 좀 더 김인선 작가에 대해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한곳에 오래 붙어있지 않았던 저자 평생 빛에 쫓기며 아웃사이더로 살아갔던 사랑의 대상이 아닌 탐구의 대상인 여자는 저자의 평생 주제이기도 했고 폴리섹시즘의 신봉자였고 자신의 계몽주의자라고 말하며 집요한 호기심과 관심, 의문을 품으면 끝을 보아야 하는 집착적인 모습들이 우리가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탐구하고 사색하면서 독창적인 글로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하네요. 

계절별로 엮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생물들이 사색의 대상이 되어 흥미롭고 때로는 기이하기도 한 이야기, 유머러스하고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어느새 책속에 빠져들게 되네요.

 

벚꽃잡음

해마다 벚꽃이 만발한 계절이 되면 벚꽃축제로 떠들썩하며 벚꽃구경에 푹 빠져버린 사람들 우리가 알고 있는 벚꽃이 왜벚꽃으로  우리 벚꽃은 오월말에 피는 산벚꽃이라고 하는데 산벚꽃은 처음 들어보고 우리벚꽃이 따로 있는줄 몰랐어요.

벚꽃구경 간다는 사람들이 다 이상해 보인다는 저자 벚꽃과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린 상황의 글이 흥미롭네요.

개구리 구출기

저마다의 상황과 소리가 다른 개구리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데 가장 처량한 개구리소리는 뱀의 입안에 반쯤 들어가 있는 개구리 소리라고 해요. 군대 다닐 때 봤던 개구리의 팔자 사나운 표정과 소리가 꼭 옆에서 들리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지네요.

파리와 모기에서 모기를 처단할때 도덕적 갈등의 거의 느끼지 않고 파리는 자꾸 달라붙어 귀찮게 만들어 결국 자비심의 한계가 들어나 괘씸죄로 파리채로 죽이지만 부상당한 파리는 다시 몸을 이끌고 돌아다니다 결국 다시 파리채로 힘껏 파리를 내려쳐서 으깨진 파리를 묻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파리채에서 떼어내 조심스럽게 눕혀놓았고 천국에 파리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는데 곤충의 행태에 대해 자세하게 표현해줘서 함께 공감되는 부분도 있어 흥미로웠어요.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과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관찰하고 탐구하며 사색의 시간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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