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 세상을 위협하는 멍청함을 연구하다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이주영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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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이 단 한수앞을 못보는 멍청한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 난처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한다. 그럴때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렇게 멍청한 짓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곤한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그가 정말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의심의 여지없이 완벽히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똑똑한(?) 멍청이를 보았을때 약간의 혼란과 함께 자연스런 의문을 품게 된다.
이렇게 막연히 느껴지던 의구심이 이 책을 다 읽고난 뒤 어떻게 해결 될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펼쳤다.

사실 뒷표지에 ‘멍청함의 탐구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 라는 문구가 눈에 띄지만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라는 비슷한 책이 이미 오래전에 나와있다.
두 책의 내용은 서로 제목도 길고 내용도 상당부분 겹치지만 <왜 똑똑한..>책은 심리학적 인지오류 중심으로 해석하는 반면 지금 소개하는 <내 주위에는 왜....>책은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통찰이라고 보여진다.

이 책은 멍청함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과 고찰에 관한 29인의 학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멍청함 이라는 테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먼저 멍청함이라는 개념의 정의부터 따져봐야한다.
그것은 단순히 지능지수가 평균이하인 사람을 뜻하는가? 그렇다면 서번트는 어떻게 판단 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행동의 관점에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이타적 성향의 사람을 뜻하는걸까? 혹은 눈앞의 이익만 쫒아 결국 손해를 보는 이기적인 성향을 뜻하는가? 아니면 조심성이 부족하거나 혹은 모험심이 강하여 스스로의 생존확률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성향을 뜻하는가? 혹은 예측지능의 부재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멍청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학자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멍청한 행동과 지능은 생각보다 그리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첫글은 세르주 시코티의 글로 시작하는데 처음엔 다소 난잡하게 멍청이의 종류에 대해 나열한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뜨끔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것은 우리가 떠올리는 일부 멍청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평범한 인간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장자크 루소도 아이슈타인도 그리고 톨스토이도 모두 멍청이에 속한다.
두서없이 난잡하게 끝날것만 같던 첫 글에서 갑자기 이 책의 주제에 걸맞는 결론을 제시하며 마무리 한다.
내주변에 멍청한 사람이 많은 두가지 이유는
1.인간은 부정편향(negativity bias) 성향으로 인해 긍정적인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먼저 포착한다.
(천재보다 멍청이를 빨리알아챈다.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2. 인간은 귀인(attribution)의오류 성향에 의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때 그 행동의 원인이 외부요인이아니라 타고난 성향에 있다고 판단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를 보았을때 위급한 환자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않고 상대방이 과격한 성격이라고 믿는다. 교수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안하면 자신의 질문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교수가 멍청해서 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귀인의 오류로 인해 타인을 실제보다 더욱 멍청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에런제임스는 멍청함을 낮은 지적능력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행동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의 관점에서 멍청이란 주변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뻔뻔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이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자만심에서 기인하며 이것이 바로 지성이 넘치는 사람도 멍청한 행동을 하게되는 이유다.
즉 멍청함은 사회적 행동에 관계된 것 이라고 보는 시각인데 이중 가장 최악의 멍청이는 자신의 멍청한 행동에 대하여 남탓을 하는 멍청이 라고 말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조금 더 사고를 확장해보면,
자만심과 자기합리화 성향은 자기반성으로 인한 내면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 요인이 된다.
이는 곧, 같은 실수의 반복을 초래하게 되며 그것은 멍청이의 주 속성중 하나이다.

또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한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파트가 있다.
‘대니얼카너먼‘ 하면 인간의 비합리적인 성향을 까발린 학자 아닌가? 카너먼은 누구보다도 이 책의 주제에관해 할말이 많기로써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인물이 아닐까 한다.
먼저 ‘두가지 시스템 이론‘ 에 대한 언급을 한다.
이 이론에대해 간략한 첨언을 하자면, 인간의 판단기준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시스템1 - 빠른, 직관적인, 본능적인, 판단기준, 촉
2. 시스템2 - 느린, 분석적인, 이성적인, 판단기준, 심사숙고
이 책에서는 멍청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 시스템이 편향 되지 않게 조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중용의 자세를 강조하고있다.
이 파트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의 정치적 신념을 결정하는것은 시스템1로써 좋아하는 인물을 따름으로 인해 신념이 종속되어 따라가는 것 이라고 한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상정되고있는 ‘합리적 인간‘ 이라는 모델이 주는 이미지, 그리고 이성적 영역 이라고 생각되는 정치적 신념까지도 결국엔 비이성에 근거한 것 이라는 통찰이다. 이는 결국 미셸푸코가 <광기의 역사> 에서 설파했던 철학과 정확히 맞물린다.

일일히 모두 소개할 순 없지만 멍청함에관한 다양하고도 기발한 분류 및 관점들이 많이 언급된다.
알고도 하는 멍청한 짓, 생각을 너무 많이 하여 일을 그르치는 멍청이, 뇌과학의 관점에서 전두엽의 기능성과의 관계성, 지능과 합리성을 별개로 나누어 바라보는 관점, 낙관주의에서 기인한 인지편향의 멍청한 행동결정패턴,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감정과 이성 사이의 간극을 주목하여 멍청이를 다루는 넛지(nudge)의 필요성에 대한 구조주의적 발상, 풍요의 역설개념, 자아도취, 그리고 어리석음과 멍청함의 구분, 현대 미디어의(언론조작, SNS, 텔레비전, 인터넷)정보의 질과양 사이의 관계성 등 여러 관점들이 소개된다.

책을 다 읽고나니 전체적으로 두서없이 장황하고 난잡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구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겟지만..)
하지만 그동안 막연하고도 단편적으로만 생각했던 멍청함에대한 개괄적인 실루엣이 비로소 그려진다.
멍청함과 밀접한 키워드는 단정짓는성향, 거만함, 속물주의, 자기중심주의, 집단주의, 국수주의, 감정에의 호소, 자아도취, 자기맹신, 허세, 이기심, 무지, 절제없는본능, 사악함 등이며 상호 깊은 연관성을 느낀다.

처음으로 되돌아가 책을 읽기전에 떠올렸던 의구심을 반추해보니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확실히 있음을 몸소 체감한다.
멍청함 이라는 테마는 선악의 기준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멍청함은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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