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사생활 - 연애에서 식성까지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IQ의 맨얼굴
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김영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능의 사생활>
가나자와 사토시
< ‘The Intelligence Paradox‘>

독서를 하고나면 머릿속에 책마다 각각의 고유의 정체성이 부여된다.
그것은 빨간색 같은 어떠한 색깔일 수도있고 솜사탕같은 느낌일수도있고 아니면 물건값 잘깎는 깍쟁이 옆집 아주머니 같을수도 있다.
이건 뭔 헛소리 인가 하는 사람이 분명 있겟지만 심히 공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지능의 사생활> 은 사실 그리 좋은 기억이 있는 책은 아니다.
기발하긴 하지만 쓸모없는 일본산 발명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안좋은 기억으로 쳐박아놓은 이 책이 갑자기 유명세를 타더니 중고책 가격이 20만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자세한 연유는 모르지만 어떤 유튜버가 이 책을 추천 하여 수요가 몰린 것 같다.
(거품의 주속성은 사그라짐 인지라 재출간 이라도 되기전에 부랴부랴 찾아서 상한가에 냅따 팔아치웠다.
팔면서도 상대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실제로 며칠전 지능의 역설 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이 되었다.)

사실 맨 처음 이 책을 읽었을당시 초반에 사바나효과라는 파트를 읽으며 흡인력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굉장히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이후의 내용이 너무 기대가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밤새 잠안자며 읽었던 기억이있다.
그러나 이 책은 초반의 임팩트 그게 전부였고 이후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먼저 저자는 인종별 지능차이는 존재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딱 봐도 어불성설이다.
설령 실제로 절대적 의미에서의 지능차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저자가 저렇게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미셀푸코는 이성은 비이성에 근거한다고 했다.
저자의 주장을 소크라테스식의 문답법으로 끝까지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 저자의 이성은 비이성에 근거한 사상누각이다.
또한 저자는 인종차별주의자 라는 베이스가 깔려있는 사람 이라는 혐의(?)를 지울수 없고,
본인이 이 책에서 지적한 반드시 피해야 할 두가지 논리적 오류(자연주의적 오류, 도덕주의적 오류) 중에서 자연주의적 오류를 스스로 범하고있는 자증자박 꼴이다.
(저자는 몇년전에 ˝흑인여성은 다른인종의 여성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 라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실도있다.)

소쉬르가 언어철학에서 말했듯이 인종마다 언어가 다르고 더불어 교육과 문화가 각기다르기때문에 각각 익숙한 사고방식이 다르게 형성되어있을텐데 어찌 공정하지 않은 하나의 규격화된 형식의 지능검사 테스트를 기준으로 도대체 무엇을 판단한단 말인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수학과 학생과 철학과 학생부터 비교해봐도 지능검사 테스트 방식에 대한 친밀도 자체부터 다를텐데 말이다.
아니 애초에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용어의 정의 부터가 모호하다.
현대사회에서 돈 잘버는 행동결정이 고지능인가?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는 이기심 혹은 소시오패스가 고지능인가?
단순히 눈앞의 산술적 문제해결에 능한것이 고지능인가?
아니면 넓게보아 눈앞의 손해를 감수하고 장기적으로 평판에 득이되는 이타적 의사결정이 고지능인가?
아니면 진화론적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저자의 방식에 따라 결과적으로 자손번식에 유리한 행동결정을 하는 것이 고지능인가?
아니면 소뇌가 발달하여 평형감각이 뛰어난 쇼트트랙 선수들은 고지능이 아닌것인가?

또한 인종별 지능의 차이를 체중과 체중계를 차이로 예를 들어 설명하는등 아무리 관대하고 열린 자세로 읽어도 도무지 설득 당할 수 없는 논리전개가 이어졌다.
(한두번도 아니고 자꾸 말도안되는 체중계를 반복하여 예로드는 억지는 중간에 책을 집어던지고 싶게 만들었다.)
뭐 아무래도 이쪽 자체가 통계나 자료에 추론적 원인을 끼워맞추는 해석학이라는 오명이 있는 학문이라지만 이건 너무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식 이라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게다가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한 통계도 아닌데 인류 전체에 대한 법착을 찾는것은 저자의 교만이 아닌가 생각했다.

더불어 이 책을 읽을때 논리적 오류도 유의해야 할 것 이다. A라는 결과를 놓고 B라는 원인을 추론으로 이끌어내는것은 항상 사각지대를 포함한다.
A->B 이므로 B->A 라는 논리전개는 옳지않다.
뇌출혈 환자들이 모두 머리가 아프다고하여 머리아프면 뇌출혈이라는 결론은 거짓이듯이, 지능높은사람중에 야행성이 많다고 하여 야행성이면 지능이 높은것도 아니고 지능이 높아서 야행성인지 야행성이어서 지능이 높은지 명확하지않다. 또 예술계종사자 집단에서는 지능에 관계없이 야행성이 고르게 분포할 수도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그것또한 역시 결국 추론일 뿐이다.
나에게 있어서 저자는 마치 고대 그리스 절대주의 철학자가 단 하나의 진리를 탐구하듯이 만인을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결국 이것은 또 하나의 극단이다.
애초에 지능이라는 요인 자체가 생물학적요인과 환경의 수많은 변수들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는 점을 간과한한것이 이 연구의 패착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이빨보유갯수에 따라서도 지능지수와 인지능력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는 마당에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십억의 그 수많은 케이스들을 싸잡아 하나의 법칙으로 정리 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학문적 가치 창출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말이다. 저자 본인도 이 한계를 인식하였는지 결국 추후에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며 끝을 흐린다.
책을 다 읽고 저자가 참 헛일 했네 라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 헛점이 많은책 또한 보기드문데 말이야 하며 씁쓸히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책의 가치를 찾는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고지능자에 관한 통계자료들은 그 자체로 어떠한 실체적 실루엣을 제시하는데 가볍게 참고할만 하며 이 책의 가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정 행동양식에 대한 과한 의미부여와 편향적 시각이 형성된다면 역효과로써 안읽은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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