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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평점 :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겪게 되는 삶과 죽음의 굴레는 생태계에서 특정한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다. 책은 고향인 미국 테네시주에서 자라며 저자의 삶을 스쳐간 자연 동식물, 가족의 생명이 피고 지는 모습을 목도하며 느낀 것들을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담아냈다. 보고 경험한 일들은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당시 저자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될 정도로 감정에 대한 서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그 간접 체험에 대한 감정과 기분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 된다.
박새부터 콘도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의 새가 등장하는데, 생소한 이름에 중간에 책을 덮고 새의 이름을 검색해보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자연 친화적 시골에서 자란다는 것은 그만큼 신비로운 생명과의 만남이 많아지는구나 싶어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새들 뿐만 아니라 장미, 클로버, 청설모, 거미 등 어찌 보면 우리가 매일 보기는 어려운 동식물과 함께 자랐다. 아이가 되고, 소녀가 되고,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는 동안 외조부모,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까지 겪어온 저자는 한 생명의 죽음의 반대편에는 다른 생명의 탄생이 있고, 탄생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기에 우리의 삶이 비로소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치열한 생을 살아내느라 자연 세계의 생명 그 자체가 주는 경이로움에 대해 종종 잊고 살고 있다. 아마도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고 싶었던 것은, 대자연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면서 크고 작은 삶의 순환을 느껴보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그런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진다면 우리는 주어진 매 순간과 주어짐에 감사하게 될 것이라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꺼지고, 탄생 앞에 웅크리고 있을 자연을 감각 하면서 말이다.
✏️ 우리가 늘 느끼는 것에는 그 자체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진실은 아니다. 어둠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 약간의 선량함을 숨기고 있다. 예기치 않던 빛이 반짝이기를, 그리하여 가장 깊은 은닉처에서 그것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면서.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