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만든 가난 - 가장 부유한 국가에 존재하는 빈곤의 진실 Philos 시리즈 25
매슈 데즈먼드 지음, 성원 옮김, 조문영 해제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에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지역별 온도를 색깔로 표시한 그림이 있다. 녹지와 공원이 조성되어 온도가 비교적 낮은 지역은 그린존, 콘크리트 건물이 밀집되어있고 녹지 구성이 미흡해서 열기가 장악한 지역은 레드존으로 불렸는데 이 곳은 빈곤층이 밀집된 지역으로, 흑인 거주율이 레드존 전체 인구 중 95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교묘한 정책에 숨겨진 인종차별만을 의미할까?

저자는 수년간 진행한 연구와 보고서를 바탕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갇혀버린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속요인을 노동, 주택, 금융, 복지 항목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해결 방향을 조명한다. 책은 미국 사회의 빈곤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쩐지 남 일(?) 같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빈곤에 의해 가장 크게 구멍이 생기는 부분은 건강이다. 가난에 있어 개인에게 건강은 중요도는 최하위가 된다. 미국 정부는 매년 의료복지 예산을 늘렸음에도 빈곤율은 부동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다수의 빈곤층이 안타깝게도 복지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데다, 승인이 까다로운 시스템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새는 바가지’라고 부른다. 빈곤층을 찾아가는 서비스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빈곤 종식의 첫걸음으로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 확보도 중요한데 열 명 중 한 명 꼴로 노조에 가입되어있고 그나마도 공공기관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 노조 가입을 방해하거나 위협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권 침해 아래 노동자의 생산성을 감시 및 통제한다. 민간 대기업 대부분이 노동자의 화장실 사용 시간, 고객 응대 시간을 포함한 유효 시간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월급에서 공제하는 일도 일어난다. 건재한 노조가 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나 흩어진 노동자들은 기업의 횡포 앞에 나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기업들을 움직이는 것은 투자자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마트를 운영하는 기업인 월마트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발표를 했을때 주가가 떨어졌다고 한다. 기업의 소비자 역시 노동자 착취의 혜택을 누린다. 최저가나 새벽배송과 같은 빠른 서비스는 빈곤 임금과 감시와 통제를 딛고 세운 결과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대체가능함을 알기에 착취를 인지하고도 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통제와 빈곤임금에 무감각해져간다.

극빈층 거주지역 임대료는 잘사는 동네에 비해 차이가 심하지 않지만, 불리한 과거 이력 (신용 불량, 퇴거 이력, 유죄 선고 등) 때문에 더 나은 동네로의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최후 보루로 생각한 가난한 동네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게된다.

빈곤 종식을 위해 사회가 모색해야하는 길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권력 확보를 보장하고
✅정부는 주택과 자본에 대한 접근성 제공하며
✅소비자는 노동자 착취 기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발행하는 계간경제학저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빈곤층 가정의 아이들보다 발명가가 될 확률이 열 배 가량 높다고 한다. 인재가 환경에 의해 가려질 수 있는 현실을 시사한다. 고로, 빈곤이 철폐된 사회를 가정해 본다면 뉴스의 첫 속보에는 각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다양한 사람들이 멋진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 매일같이 올라올 것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가난이 누구를 살찌우는지에 대한 고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가려진 빈곤의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도 이입해서 고려해봄직한 내용도 많기 때문에 한 명의 소비자로서, 투자자로서도 읽어보면 좋겠다.

✏️ 가난은 직선이 아니다.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하게 엉킨 매듭이다.

✏️ 미국에서 뇌에 여유공간이 있고 목소리가 큰 일부 대중은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당사자들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어라. 아이를 그만 낳아라. 돈 문제에 대해 더 똑똑한 결정을 내려라. 하지만 실은 그와 정 반대다. 더 나은 선택의 발판은 경제적 안정이다.


*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