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이지 않는 이야기 ㅣ 봄나무 밝은눈 2
이섶 지음, 김호민 그림 / 봄나무 / 2011년 2월
주소가 없는 비닐하우스 촌에 사는 아이들, 열심히 일해도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비정규직 노동자,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는 다문화가족의 아이들, 삶의 터전을 잃은 폐광촌의 광부...
이 책은 TV나 신문보도 등을 통해서는 많이 알려져있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가난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총 5개로 구성된 에피소드는 작가가 인터뷰하거나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런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쓰듯이 들려주어 그 속내를 깊이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삶에 잠시라도 동참할 수 있는 것 같다. 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봤을 때는
단지 우울하고 슬픈 다큐멘터리일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나니 읽는 내내 '사람냄새',
'삶에 대한 희망과 애착' 그리고 '소통'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게 관심가져주고, 나의 존재를 인정 해주길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삶을 멋지고 행복하게 가꾸고 싶은 마음.
맛있는 음식을 가족들과 먹고 싶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고, 비록 작은 돈일 지라도 열심히 벌어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소박한 꿈들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품을 수 있는 마음이다.
그러나 마트 비정규직 해고의 부당함에 항의해보지만 결국 좌절되는
엄마,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에게 붙잡이지 않기 위해 학교조차도 숨어서 다녀야하는 심바,
진폐증 합병증이라도 얻어 보상을 받는 것이 소원인 아빠의 어쩔 수 없는 선택 등을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외된 자들의 이런 작은 바람조차도 짓밟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빼앗기고 상처받으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이 주인공들
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