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피플 -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화라데 칼라트바리 지음, 모르데자 솔탄푸르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큰나(시와시학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린시절 파란색을 좋아했었다. 아마도 파란색이 수평선 너머에 미지의 세계를 감추고 있는 바다처럼 신비롭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미지의 세계는 나의 무의식에 잠재된 욕망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의 화가인 샤갈의 회화에서도 주로 사용된 파랑색은 우울함, 슬픔, 소외감 등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의 회화 속에 나와있는 파란색의 인물들, 즉 블루피플들은 마치 깊은 바다 속을 헤엄치는 듯. 목적지를 향한 방향을 잃은 듯 몽롱해 보이기도 한다.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생동감이 없어 얼음 속의 갇힌 냉동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평범한 일상을 담았지만 왠지 낮설게 느껴지는 샤갈의 그림들은 현실에서 소외되고 자아를 찾아가는 소녀의 이야기와 맞물린다. 학교의 선생님, 아이들 심지어 엄마, 아빠까지 모두 파랑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소녀가 느끼는 좌절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소녀는 집을 뛰쳐나와 이모집, 학교, 놀이터, 할머니 집을 방황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에게 던진다. 결국 찾은 날개...그 것은 스스로 발견한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마치 그 성장기를 위해 그려진 삽화처럼 샤갈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블루피플>이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회화를 단순하게 작가의 일화나 작품설명, 작품제작 동기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감상한다는 발상은 매우 흥미롭다. 어쩌면 감상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회화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회화에서도 이야기를 찾길 원한다. 이야기는 결국 욕망의 거울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샤갈에 회화 안에서 방황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그 모호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그 철학적 의미에 마음껏 빠져보자. 새로운 회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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