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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아주 무딘 칼날
손석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언론은 나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 본질에 대하여 논하라고 한다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 등 어지럽게 산재해 있는 다양한 매체를 접하면서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된 언론에 대한 이미지가 막연하고도 이중적이기 때문이리라. 때로는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이는 불신의 대상, 때로는 정의와 논리로 무장된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날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선량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악인이 영웅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언론인들은 권력과 경제력을 지닌, 소위 힘 있는 자들과 결탁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약자를 대변하고 사회 비리를 폭로하는 정의의 무기, 그것 또한 언론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손석춘은 언론을 자신의 ‘무딘 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둔하고 미련해 보이지만 사회 정의를 위해 우직하고 꿋꿋하게 버티는 힘...그 모습이 바로 저자와 닮은 듯하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는 손석춘...그 명성에 걸맞게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 위한 내용이 대부분이기겠지 하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들어가는 말을 읽으면서 저자가 자신의 사망기사를 가상으로 적어 놓은 흥미로운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마치 고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을 닮은 가상의 사망기사...평소에 저자와 친분이 있었던 노무현대통령을 비난하는 칼럼을 쓴 것에 대한 자책이었을까? 저자의 자기 성찰이 느껴진다. 책의 내용 전반에서도 자신이 썼던 칼럼과 관련된 사회적 상황과 그 내용에 대한 신념, 반성 등이 비교적 객관적이고도 담담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손석춘이라는 언론인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언론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것도 지울 수 있었다. 그들 또한 실수하고 또 잘못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최근 사망한 고김수환 추기경, 고노무현 전대통령 등의 인물과 관련된 내용까지 다루어지고 있어 최근 우리 사회를 되짚어볼 수 있는 생생한 자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