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부동산으로 인해 남편과 아빠와 지인과의 정치적 이견 차이로 요 며칠 힘들었다. 그래서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김봄 작가의 글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모든 것이 정치적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 허긴 그러면 글이 너무 피로할 것 같긴 했다. 나에게 아빠가 있다면 김봄 작가에게는 손여사님이 있었다. 김봄 작가는 프랑스에 꽤 장시간 머물 일이 있어 자신의 반려묘를 어머니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동네 치킨 집에서 그 부탁을 하기 위해 손여사를 만난다. 손여사는 성소수자들을 옹호하는 서울 시장의 관점에 손사래를 치며 어디에서 들은 뉴스를 김봄 작가에게 전한다.좌파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기를 다 끊어놓으려고 무덤에 철심을 박는 것을 아느냐고 손여사가 말했다. 그리고 김봄 작가는 내가 아닌데 내가 아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손여사에게 했다.˝ 엄마! 다 가짜 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p24라고 나는 이 장면을 읽고 빵 웃음이 터졌다. 나와 똑같은 복붙 가정이 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과 동질감, 자유대한민국 민주주의 사회에 누구보다 살고 싶은 김봄작가도 빨갱이 취급을 받고 있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손여사는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봐줘.˝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프랑스로 떠나는 김봄 작가의 고양이는 봐주기로 하고 치킨집을 떠난다.우리는 정치적으로 엇갈렸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다. 이런 게 교섭일까?어쨌든 손 여사랑은 정치적으로 절교 p25이 부분 외에도 곳곳에 나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손 여사는 여전히 보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손 여사가 보수라고 해서 내가 엄마 취급을 안 할 것인가? 손 여사 역시도 내가 진보 딸이라고 해서 딸 취급을 안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p170우리아빠도 엄마도 계속 보수일 것이다. 남편도 이제 서서히 그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아빠, 남편을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취급을 안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며칠간의 정치적 공방도 남편의 애교섞인 콧소리와 아빠의 손녀 사랑이 가득 담긴 그 연세에 음악까지 넣어서 영상을 편집해준 동영상 전송으로 거품처럼 사라졌다.친구나 지인이 나와 정치색깔이 다를 때는 나는 속으로 놀랄 뿐이지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들과 정치적으로 이견이 다르면 나도 베일만큼 날이 서버리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런 이중적인 나의 태도는 고쳐야 한다. 하지만 빨간 것은 빨간대로, 파란 것은 파란대로 그냥 내버려뒀으면 한다.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각자의 구미에 맞는 후보에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며,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정치 유튜버를 들을 것이다. 내 동영상 목록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새날, 박시영 티비, 김초운, 언알바...등이 있듯이 아빠도 신의 한수나 알 수 없는 그쪽 동영상을 계속 들을 것이다. 우린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가족이란 테두리 밖으로 쫓아낼 수 없는 관계다. 보라색이 되려고 하는 것은 노력해보았지만 정신적으로 힘만 들었다. 그러니 제발 나는 더 선명한 파랑색으로 살테니 그대들은 빨갛게 사시오. 가족끼리 종교와 정치는 권하는게 아니야. 그러는게 아니야.하지만 나의 직업상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정치권 행사는 투표권이다. 좋아하는 정당에 가입을 할 수도 없고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지원할 수 없는 정치 천민에게 빨갱이라고 누명을 씌우는 것은 너무 한 거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의 자유대한민국이 좋지 공산당이 좋은 빨갱이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