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 랑 감독, 엘렌 비트만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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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 - 한 도시가 살인범을 찾아나서다

  대도시, 그리고 범죄. 프리츠 랑의 필모그래피에서 대도시와 범죄는 <엠> 이전에도 이미 이국풍의 모험이나 신화만큼이나 중요한 배경이 되어왔다. 그가 영화를 배운 조 마이의 탐정영화 연작물들이 그러했고, 대도시 문명을 마구 악용하며 자신의 몽타주만큼이나 다양한 범죄를 일삼았던 변신의 대가 <도박사 마부제 박사>(1922)가 그러했으며, 기계문명에 대해 묘한 양가성을 보여주었던 미래영화의 원형 <메트로폴리스>(1927)는 아예 제목부터 그렇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동성폭행살인범(페터 로레)이 도시에 나타나자, 도시는 즉각 공황에 빠진다. 시민들은 움츠러들고, 경찰들은 범인 색출에 안간힘을 쏟으며, 이로 인해 ‘영업’에 지장이 생기자 범죄자 집단마저 범인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결국 발각된 범인은 범죄자들에 의해 급조된 일종의 인민재판에서 처절하게 자신을 변호한다. 그가 린치를 당하기 직전에 경찰들이 들이닥쳐 범인은 정식재판에 회부된다. 영화는 “그런다고 우리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아요. 아이들에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만 해요.”라고 흐느끼는 어머니들의 영상과 함께 끝난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프리츠 랑이 실존인물인 연쇄살인범 페터 퀴르텐을 모델로 한 범인에 동정어린 시선을 보낸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를 단죄하려는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며, 심지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병행몽타주 장면을 통해 범죄자들과 경찰이 동일시된다. 물론 이것은 흔히 주장되는 값싼 등치가 아니다. 프리츠 랑은 <엠>을 통해 도시의 심리학을 정밀하게 탐구한다. 그는 범죄자의 뒤를 쫓는 척하면서 도시의 여러 단면을 계측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자발적인’ 통제사회화로 이행 중이던 나치 집권 직전의 독일사회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한 자화상을 작성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이전의 <도박사 마부제 박사>와는 많이 다르다. 안톤 케스는 이를 “랑의 무성영화 <마부제 박사>가 여전히 범죄자를 신화적으로 고양시키는 경향을 띠고 있었다면, <엠>의 살인자는 우발적이고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세계에 편입되어 있으며, 이 세계는 무엇보다도 새롭게 덧붙여진 음향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였다.”라고 요약한다.

음향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에 갓 편입된 음향을 십분 활용해보려는 실험이기도 하다. 보이지는 않으면서 빵빵대며 사라지는 자동차 소음이 관람의 공간을 사건의 공간으로 만들어놓을 뿐만 아니라, 범인이 하필이면 휘파람을 불고, 또 하필이면 그러다가 장님에게 발각된다는 설정 역시 음향을 인식한 결과이다. 그리고 반어적으로, 황량하게 진행되는 공간의 몽타주 장면 역시 음향을 인식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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