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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 무엇인가
안경환 지음 / 홍익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그냥 처음에는 책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다.
나 또한 '남자'이지만, 이제까지 반백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이 주제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읽고 난 소감을 말하자면, 우선 참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해박한 인문학적 소양과 삶의 경륜이 자연스럽게 버무러져 서술되고 있어서
인용되는 고전이나 스토리에 대한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도록
친절하게 설명이 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파트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 남자의 본성, 남자와 결혼, 남자와 사회, 남자의 눈물
남자의 본성 파트에서는 남자들의 뇌구조적 특성과 독점욕, 권력에 대한 집착, 최근 남성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 등을 두루 다루면서 남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더불어 '여자'에 대한 이해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남자와 결혼 파트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섹스와 여성의
순결에 대한 집착, 남자의 감출 수 없는 본능, 그리고,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 등을 다루는데, 중간에 인용되는 내용들이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남자와 사회 파트에서는 한국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군대라는 문제에 대하여 이를 의무라는 이름의 천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제는 변화된 시대의 조류에 맞추어 모병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논조에 대한 개인적인 찬반 입장을 떠나서 어쩌면 우리가 너무 쉽게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넘쳐나는 정보홍수 시대에 조금은 여유를 가질 것을 권하는 저자의 충고도 와닿는다.
남자의 눈물 파트에서는 삶의 무게, 자살에 대한 이야기, 술과 여자, 중년남자의 고독, 노인의
사랑과 성, 지혜로운 노년의 삶 등에 대해서 공감적인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끝으로, 저자의 에필로그에 있는 인상적인 문장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역사는 파괴와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연속적인 발전과정이다. 때로는 잠시 제자리에
머뭇거리기도, 뒷걸음치기도 하지만 곧 추슬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걸음이다.
태곳적부터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가 '함께' 살았지만 항상 '더불어' 산 것은 아니었다.
20세기까지는 대체로 남자의 시대였다. 그러나 새 세기는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과도기를 사는 '낀 세대'다. 경계인으로서의 어색함과 불편함에 당혹스러워한다. 동시에 되돌아보기와 내다보기를 함께 즐기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남자든 여자든, 또는 제3의 성이든 모두가 엄연한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연탄재처럼 뜨거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아래 시는 에필로그 파트에 인용되고 있는 안도현 님의 싯구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안도현, <연탄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