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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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계획 살인을 위해 사이코패스 연구실에 잠입한 클로이.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클로이의 완벽했던 계획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사이코패스는 누구일까.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이었다.

와이먼 박사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물들은 서로를 쉽게 믿지 않는다. 죄책감이나 공감에 기대어 관계를 맺기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용할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서로를 이용하려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푸는 행동조차 순수한 호의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무엇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주인공 클로이부터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인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찰스와 앤드리였다.

찰스는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성으로 묘사되는데, 단순히 외모가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다.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자신을 어떻게 연출해야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지 알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반대로 앤드리는 사실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사이코패스인 척 연기했고, 그 연기가 실제로 통하면서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이 사이코패스인 척한다는 설정 때문에 오히려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누가 진짜 사이코패스이고 누가 사이코패스인 척하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가 상대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여기에 클로이 역시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이 더해진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윌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 클로이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구 프로그램에 들어가지만, 예상하지 못한 연쇄살인이 시작되면서 계획과 전혀 다른 상황에 휘말린다. 피해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사이코패스라는 점이 클로이를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인물로 만든다.

결국 이 책에서 재미있는 것은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각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거나 필요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연기하고, 상대방 역시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의심하면서 읽게 됐다.
범인은 개인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나름대로 범인을 추측하면서 읽었지만 완전히 빗나갔고,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었다.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단순히 범죄자의 특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개성과 서로를 의심하고 이용하는 심리전으로 확장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숨기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관계가 재미있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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