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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신혜선 해설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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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벗들과 책수다를 나누다가, ‘세계문학 중에 가장 많이 번역되고 읽히며 사랑받는 책은 무얼까?’ 하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얼른 먼저 떠오른 작품은 어린왕자였는데 아니, 데미안일까? 우위를 쉽게 상상하기 어렵긴했지만, 역시 데미안이 사막의 여우나 소행성의 장미만큼이나 유명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겠지.

데미안. 출판사마다 줍듯이 모은 것이 7권이다. 1년여 동안 헤세 읽기를 한 적이 있어 헤세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탐나던 책, 지식을만드는지식, 지만지에서 출간된 고전선집 시리즈 『데미안』. 다른 지만지 책들과는 조금 다른 띠지를 닮은 표지, 그 표지 안의 그림 그리고 마음을 붙드는 문장들.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데미안은 익명의 에밀 싱클레어의 이름으로 1919년 6월에 출판되었다. 세계대전과 당시의 한국 상황을 떠올리자니 데미안은 꽤 낯설고 더욱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후에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임이 밝혀졌다는 일화가 책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그러고보니 데미안은 헤세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결이 있으면서도, 그런 느낌은 다른 성장 소설이나 발전 소설은 으레 그렇지 그러면서, 서사를 따라가는 독자로서의 내 마음이 조금은 가볍고 개인적이며 사색을 곁들이며 따라갈 수 있는, 말하자면 헤세 책이 아닌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러다 ‘아 .....’ 하며 헤세 책일 수밖에 없다는 인정을 하고 마는 그런 서술이, 특히 지만지 데미안에서 새삼 잘 느껴졌다. 그래, 세상도 속았을 정도니까. 이렇게 물 흐르듯 술술 읽히는 번역의 데미안이니까, 더욱. 그렇다. 번역이, 8번째 데미안인 이 책이 가장 나는 좋았다. 문장을 다시 읽고, 소리내어 읽고, 손으로 짚어가며 다시 읽어야 하는 문장 하나 없이, 정말 편안하게 잘 읽힌다. 내용과 의미를 지키면서도 문장이 매끄럽고 표현도 잘 다듬어져 번역가의 수고가 어느 정도였을지, 지만지의 만듦새에도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의 백미는 277페이지부터 시작되는데, 그야말로 좋은 길잡이가 될, 데미안뿐만 아니라 어떤 텍스트를 읽더라도 ‘글은 이렇게 보아야 하는구나’ 싶게 데미안에 대해 여러 방향의 시선으로 풀어준다. 작가에 대한,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데 정답으로 끌어들이는 해설지라기보다 더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도와주고 내 의미를 더 깊이 고민하게 응원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 역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 애정과 책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누구보다 많은 고민과 갈등과 방황을 겪었을 헤세를, 헤세의 데미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느껴진다. 오롯이 데미안을 데미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음이 전해진달까.

데미안은 꼭!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시리즈로 읽기를 바란다.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쓰는 리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아이들도 데미안은 꼭 이 책으로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데미안을 또 읽으면서 또 느낀 것은, 명작은 명작이고 고전은 고전이라는 것. 언제 읽어도 전혀 새로운 의미를 또 새기고 다음에 다시 읽을 날까지 내내 남아 거듭 떠올릴 수밖에 없겠다는 고독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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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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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2
「그런 격언 있었지? <끝에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고, 잘되지 않는다면 그건 끝이 아니다>…….」

합본으로 받은 『키메라의 땅』.
베르나르가 베르나르 했네. 그는 여전히 베르베르구나.

오랜만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중·고 시절 그의 책에서 느꼈던 그 충격과 신선함, 갈증 같은 것들이 내 안에 여전하다는 걸, 그래서 실로 반갑고 고마웠다.
알리스 카메러와 사피엔스와 혼종들에 대한 이야기는 타나토노트 속 죽음을 넘나드는 탐험가처럼 우주와 지구 여기저기를 생명과 사랑을, 평화를 위해 절망 안에서도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키메라의 땅』.

5년 뒤 쯤에 우리는 정말 그런 세상에 살게 될까.
어쩌면 이미 그 비슷한 세상에 살고 있어 그다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까.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교배 했다는 연구가 있긴 해도, 결국 현생 지구에 사피엔스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종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은 전쟁처럼 치러지더라도 결국엔 자연스러운 흐름일까.
신인류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5년 뒤, 혹은 핵전쟁과 3차 대전 후 언젠가,
그래도 지구에는 꽃이 피고 아름다움이 있고 공존에 귀결하는 모습으로 인류 혹은 신인류가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과학의, 기술의 개입도 기능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욱 사유하고 반성하고 살피기를, 부디.

p.603
자연의 진화에 영향을 끼치려 하지 말고, 자연에 맡겨 두는 게 어떨까? 결국 자연이 제한적 정신을 지닌 우리로서는 떠올릴 수조차 없는 저만의 해결책을 찾아낼 것임을 알고, 자연을 믿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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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전집 - 푸, 피글렛, 티거와 함께 떠나는 숲속 모험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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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 위니 더 푸.

  

“푸, 너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을 해?”

“아침에 뭘 먹을지를 생각해. 피글렛, 너는?”

“난 오늘은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 하고 궁금해해.”

“나도 그래.”

  

현대지성에서 나온 신간, 『곰돌이 푸 전집』은 1권인 『위니 더 푸』와 2권 『푸 모퉁이에 있는 집』 2권이 묶여 나온, 곰돌이 푸 탄생 100주년 완전판이다.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의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 250컷도 수록되어 있어, 기억 속 그 장면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다. 

  

푸와 피글렛, 이요르, 래빗, 캥거와 루, 아울, 티거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 무해한 이들의 숲속 모험기는 에피소드마다 너무나 다정하고 보드라운 충격을 준다. 원영적 사고라든가 항준적 사고 같은 뫄뫄적 사고의 원형이 아닐까 싶을 만큼, ‘화요일을 쓸 줄 알아서 존경하지만 철자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게 맘에 걸리긴 해도 제대로 쓰지 못한 화요일이 뭐 그렇게 대단찮게 느껴지는 날도 있는’, 모든 것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품어주고 받아들이고 나누는 마음이라니 .. 

책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낯설고 생소해 ‘끝이 이랬던가’, 마지막 일러스트 그림을 가만 보며 그 뒷모습에 아쉬움 대신, 미안함 대신, 응원을 보내며 마치 내 유년시절이었던 듯 마음이 울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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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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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둔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황망히 아내를 잃었으나 여전히 그녀와, 그녀로 의한 삶을 아픔과 그리움으로 살아내듯이 산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p.141) 것처럼, 우연한 상황들로 기억을 더듬고 생활을 다듬어 그의 이름의 유래처럼 정원을 가꾸듯 조금씩, 삶을 비로소 아름답게 만든다. 그 시간은 애나와 사이의 부모, 프랭키 보일, 주디스와 채운 지나간 시간과 오래된 기억들이 고요하지만 어느 때고 가볍고 순식간에 그리고 일제히 생생해진다. 풍경과 심리, 상황 묘사가 굉장히 실감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에테르와 같이 그렇게 혹은 아원자 상태라 적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지만 무엇인지는 알 수 밖에 없는‘ 그런 힘이 느껴진다. 에드 파파도풀로스, 비어트릭스 코언과 많은 시간 공유할 지금과 앞으로의 시간은 사이 못지않게 나 역시 다음 장면을 두근대며 기대하게 될 정도로 은퇴한 노교수, 외로운 독거 노인의 에너지 그 이상의 활력이 감탄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그의 이후 시간도 소소하고 생생하게 채워지겠구나, 안도하기도 했다. 어쩌면 마지막 단락, “바움가트너는 의식을 잃지 않았고 ……” 부터의 모험담의 마지막 장이라는 것은 이대로 해피엔딩이거나 혹은 완전 다른 장르로 전환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장르가 되든 우리의 STB, 시모어 티컴세 바움가트너는 또 잘, 그만의 해결법으로 기꺼이 그와 그 주변을 잘 가꾸고 있겠지. 여기서든, 저, 위에서든.

 

 

좋은 문장이 굉장히 많았다. 폴 오스터의 책이니까 당연히 그러했겠으며, 마지막 작품이라 더 아껴 읽다보니 그랬을 수도 있고, 가제본으로 보는 책은 좀 더 책쟁이에 마음이 이입되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꼭, 꽃이 있고 새의 소리나 인공의 어떤 소리가 적은 곳에서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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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길 -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그들의 악마’ 이재명이 걸어온 길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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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님의 그림으로 보는 이재명 대표의 지난 길. 뉴스나 기사로 접했던 일들의 다른 면, 속사정 등을 알게 된 것이 내게는 굉장히 다행인 일이다. 곳곳에 연설문의 일부분을 가만히 읽다보면 울컥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마음으로나마 응원과 기도를 보내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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