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일기 : 영원한 여름편 - 일상을 관찰하며 단단한 삶을 꾸려가는 법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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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영원한 여름편』과 함께 한 이 몇 날은, 여름의 쨍함과 습함 잎의 푸르름과 비 올 바람의 궤적을 새삼 귀하게 느끼며 생생하게 일상을 짚어본 시간이었다.

사실, 금세 읽을 줄 알았다. 그럴 수 없는 소로의 시선과 문장임을 잊고 있었나.

소로의 38세, 39세, 40세의 일기.
매일의 날씨와 매일의 동물과 식물과 그 날의 이웃과 친구에 대한, 말하자면 소로의 모든 일상에 대한 관심이 문장으로 차분히 앉아 나를 지긋이 보는 느낌. 문장마다 행간마다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 세상이 눈에 다 덮여도, 녹음에 그저 우거진 숲이라도, 불어오는 동풍을 맞고 서서도 그의 눈에는 어떤 이름이 보낸 시간의 궤적이 보이는구나 생각하니 새삼 『월든』을 다시 읽어보자는 생각도 든다.

p.17
이렇게 쌓인 눈들이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 숲에 잔가지와 큰 가지가 이리도 많다는 게 믿기지 않았을 터이다. 눈이 빈틈없이 내리 쌓여 새가 앉을만한 가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 산책 길에 나는 “어쩜 이렇게 다, 다르게 생겼을까. 이렇게 생김새도 다르고 초록도 저마다 다른데 이걸 다 뭉텅거려서 풀이라고 부르자니 미안해지네.” 했다. 아마도 꽃이며 새, 나무, 풀 하나라도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고 구분하는 소로에게 감동해서일테지.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고 서술하는 소로의 관찰력과 아울러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그래서 그 문장을 읽는 나도 적극적으로 애써서 상상하고 떠올리게 하는 천천히 움직이는 시선과 문장의 속도는 정말이지 최고였다.

p.168 순풍을 받으며 비둘기 바위를 지나 애서벳강을 거슬러 오를 때 말을 타고 큰 길을 가는 여행자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돛단배를 바라봤다. 말을 다그치는 여행자의 목소리나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일꾼의 목소리가 내 귀에서 노래로 바뀐다. 이런 순간만큼 감동적이고 행복한 때도 없다. 이런 소리가 경치에 덧칠되면서 꽃이 핀 농작물과 일꾼들의 농경이 정물화의 한 부분으로 바뀌고 또 다른 땅, 사이 거처가 된다.


빼곡하게 들어찬 사유가 이르고자 함이 ‘간소한 삶’이라는 것에서 결국 모든 철학과 삶은 간소하고 가벼워지는 일, 그럼에도 비워지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것인가. 내면과 삶을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은 결국 나를 더 자주, 잘 들여다보고, 나를 둘러싼 주변을 잘 아는 것인가.

나를, 나의 이웃을, 자연을 깊이 보는.

소로의 일기 영원한 여름편은
시즌책처럼, 다음에 올 나의 여름들에 또 함께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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