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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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가리보다 치명적이고 복어의 독보다도 더 진한 검붉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세상을 향한 몸을 약간 비틀어, 겉으로는 두껍고 단단하게 안은 아직 너무나 여리고 보드라운 열여덟 김두현. 쉼표 같던 어느 날에, 나눔으로 발견으로 놀라움으로 응원으로 제 안의 독을 치유하기 위해, 가벼워지기 위해 비로소 시작하는 분투의 길. 친구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은 “다 좋다”가 되기도 하는 나이, 준수와 재경과 두현은 각자의 아픔보다 마주보이는 친구의 아픔을 위해 마음을 내준다. 그들만의 공동체 의식이 꽤 단단하고 끈끈해서, 입시나 입상이 아닌, 숫자가 아닌 것으로 말할 줄 아는 그들이 대견하다.


 세상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그렇다고 무작정 조심하고 의심하며 방어하기엔 세상에 의미들이 너무 많다. 그 의미들에도 중독이 되기도 하니까, 정말 모든 게 다 독 일지도. 그러나 금강 복집을 운영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세상 더할 것 없이 센 독도 스스로 다스리며 자기 안에서 새롭게 일구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 힘을 어렴풋이라도 아는 두현이니까 마음이 힘들때마다 복국이 먹고 싶고 할머니는 식탁에 복국을 올린다. 가족이 가족이라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어른의 바른 사랑이 두현이의 앞으로를 응원하겠지. 숫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그 따스하고 아늑한 요람의 의미.


p.112 나도 안다. 세상이 지금보다 더 엉망이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그래도 현실이 지금보단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이었으면 했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길이 어딘가에 있었으면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랐다.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가 지나온 세상은 그럭저럭 적응하고 지낼 만은 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랄 세상은 어떨까 생각할 때, 미안한 마음은 부디 생기지 않길 바란다.

  “일렁이는 이 마음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생각하는데, 불현 듯 투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p.186, 187) 모두의 투지에 건승을 기원한다.

 

#나는복어 #문경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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