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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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없어졌대”(p.57), 차가운 물에 오래 빠져 있어서 쇠약해진 어머니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보람도 없이 그날 밤에 숨을 거두었다(p,61).
초반 에쓰코의 죽음과 남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그 밤에 일어난 그 일에 대한 서술도 간단한 장식도 없이, 툭 던지는 문장이 신선하다.

뒤섞여서 왜곡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다시 깜깜해진 세상이 남자의 존재를 눈앞에서 지웠다(p.184), 이게 지금 살인 고백이 맞나 싶게 문장을 곱씹기도 했다. “어떤 이유로든 나나 아빠가 사람을 죽인다는 게.”(p.232) 살인이 아니라 상황을 거부한 건가 하는, 상황을 다시 짚어보게 하고, 책을 덮을 수 없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했다 해도.(p.370)
“살의는 분명, 언제나 수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겁니다. 그 대부분이 살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그저 운이 좋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p.419)
감정에 떠밀리고 현실에 농락당하고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피가 날 만큼 입술을 꽉 깨물지만, 그래도 행복만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어디선가 보고 있는 존재가 있을까. 아버지가 한 일, 누나가 한 일. 나와 기에가 한 일. 하지 않은 일. 15년 전 그날, 어린 유미가 아빠에게 베푼 다정한 마음씨. 꺼져버린 목숨.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후회. 그걸 전부 보고 있는 존재가 어딘가에 있을까.(p.422)

결국 용서받지 못한 그들과 끝까지 용서하지 못한 그들에 대한 이야기.
살인이나 사건 사고가 그렇게 명명되는 찰나를 지나 이어지는 긴 시간동안 반성하고 후회하고 노력하고 믿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유미의 미소가 계속 지켜지기를 바라는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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