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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키아벨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어나니머스 옮김 / RISE(떠오름) / 2026년 7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

책을 고르게 된 계기는 사실 별거 없었다. 요즘 이상하게 사람 관계에서 자꾸 스트레스를 받는 기분이 들던 참이었다. 믿었던 사람이 뒤에서 다른 말을 하고 다닌 걸 알게 되기도 하고, 웃으면서 다가오는 사람의 속내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아마 마키아벨리라면 이 답답한 마음에 뭔가 냉정하게 정리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면 딱 필요한 시기에 딱 필요한 책을 만난 것 같았다.
이 책은 사이즈가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게다가 제1절, 제2절 이런 식으로 짧게 짧게 나뉘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안 읽어도 되고, 다른 책 읽다가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두 절씩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읽고 있던 다른 책이랑 번갈아가면서 병렬로 읽기에도 꽤 괜찮았다. 그리고 짧은 문장 안에 인간의 본성이나 심리가 워낙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보니,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속내가 이런 거였구나 싶어지는 순간이 많았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게 남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나는 어떤 순간에 저렇게 행동했었는지, 내 안에도 저런 모습이 있진 않았는지를 계속 돌아보게 만들었다. 남을 이해하려고 펼친 책인데, 오히려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었다.
또, 사람은 여유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는 부분도 진짜 공감이 갔다. 나도 헬스장을 등록해두고 몇 주째 안 가다가, 건강검진에서 수치 하나가 위험 단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라기보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생기니까 몸이 움직인 거였다. 책에서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용기나 도전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안전하고 편한 쪽을 택한다고 하는데, 딱 내 모습을 들킨 기분이라 뜨끔했다. 그 뒤로는 수치가 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서 있을지를 스스로 정하는 일이라는 거였다. 관계에서 상처받았다고 마음을 닫는 대신, 내가 먼저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되면 자연스레 그런 사람들이 곁에 남는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상황이 편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필요를 만들어서라도 움직여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당장 뭘 크게 바꾸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냥 사람들 앞에서 조금 더 담담하고 단단한 내가 되어보려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