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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 - 한국 최초 신문 연재 네컷만화로 100년 전 날것의 식민지 조선을 보다
전봉관.장우리 편저, 이서준.김병준 딥러닝 기술 개발 / 더숲 / 2024년 12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

『멍텅구리』는 1924년부터 1927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네컷만화를 모은 책으로, 일제강점기 한국 사회의 단면을 독특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귀중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만화는 그 때 당시에 단순히 웃음을 제공하는 오락 매체에 그치지 않고, 대중이 처한 현실을 풍자와 유머라는 도구로 날카롭게 담아낸 시대적 기록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회적 맥락을 놓치지 않고 문화적, 역사적 기록과 해설이 함께 수록이 되어 있는 소중한 책을 초기 한글 버전을 현재 쓰이고 있는 한글로 제대로 해설도 되어 있어서 훨씬 만화와 글을 읽기 수월해서 좋았다.
이 만화집의 중심에는 "최멍텅"라는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익살스러운 느낌처럼 우스꽝스럽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그저 웃음거리로 소비되는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그 배경과 상황은 우리가 감히 추측할 수 없는 소중한 사회, 문화, 역사적인 순간들이 포착되어 있고, 그 속에서 당대의 사회적 모순, 근대화의 혼란, 그리고 일제의 식민 지배 속에서 한국인들이 겪은 다양한 경험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처하는 상황과 대사의 이면에는 억압된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담겨 있어서 일제강점기에 써내려간 일기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 한글이 그 때 당시에도 소멸되지 않고 잘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고 좋았다. 물론 민족말살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연재된 만화이지만 그 당시에도 우리 한글과 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압적인 제재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런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한글을 지키고 잘 보존되어 있는 것 같아서 후손인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소중하고 귀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큰 행운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역사책에서만 봤던 일제강점기의 상황을 실제 신문에 연재된 만화를 보고 읽을 수 있어서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20년 대 우리나라 사회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문화적, 역사적 기록물을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최첨단 복원 기술을 통해서 과거를 상세히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고민하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동기부여를 받는 것 같아서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