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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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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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과 주말 틈틈이 <그루잠>을 붙잡고 있었는데, 드디어 마지막 장을 덮었다. 요 며칠은 이 책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루잠>이라는 말이 "잠깐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을 뜻한다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왜 하필 이 제목이었는지 몸으로 이해가 됐다. 얕은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의 그 얼떨떨함,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몽롱함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그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의 주인공 윤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한 삶을 홀로 견뎌내는 인물이다. 소설은 그 삶을 따라가면서 선과 악, 기억과 진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어뜨린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는 유튜브 채널 "덕자전성시대"로 익숙한 크리에이터였고, 이번 작품이 영상이 아닌 문장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낸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화면 너머로 늘 보던 얼굴과는 또 다른, 훨씬 내밀하고 낯선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처음 책 소개만 대강 보고는 미스터리 사건 위주의 스릴러겠거니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사건은 그저 배경일 뿐이고, 진짜 무게는 그 상황을 겪어내는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되어서 표현되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감정을 다루는 태도 인 것 같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고, 아주 담담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 주고 속이면서도 누구 하나 완전한 악인이나 완전한 선인으로 단정 짓지 않는 점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다들 각자의 이기심과 불완전함 때문에 삐걱거리는데, 읽는 중간쯤엔 인물들 감정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니, 왜 저렇게까지 행동하지" 하는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실의 인간관계라는 게 원래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모순투성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텍스트만 빽빽하게 채워진 소설도 아니다. 중간중간 엉뚱하면서도 묘하게 진지한 그림들이 불쑥 튀어나와서, 무겁게 가라앉던 흐름에 숨통을 한 번씩 틔워주는 것 같았다. 진지하게 몰입해서 읽다가 그런 그림을 마주치면 피식 웃음이 나면서 긴장이 풀렸다. 곳곳에 배치된 컬러 종이도 그렇다. 그 페이지에 다다르면 "여기서 무언가 포인트가 있는 부분이구나"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는데,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결을 나누는 장치로 쓰인 느낌이라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결말도 사이다처럼 통쾌하거나 명확한 답을 던져주지 않는다. 책을 덮었을 때 개운한 해방감보다는 가슴 한구석에 씁쓸함과 서늘한 잔상이 묵직하게 남았다. 그 씁쓸함이 불쾌하다기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을 정교하게 건드려준 느낌이라 오히려 여운이 오래갔다.


그래서 이 책은 가볍게 후루룩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천천히 따라가는 걸 좋아하거나, 다 읽고 나서도 오래 곱씹을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그리고 텍스트 사이사이 숨어 있는 그림과 컬러 페이지를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까지 함께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쯤 펼쳐보길 권한다. 저자가 현실에서 마주했던 상처들을 스스로 다독이기 위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나니, 인물들이 겪는 배신과 상실, 그리고 자기 안의 모순을 그토록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낼 수 있었던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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