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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나이프 -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
하야시 고지 지음, 김현화 옮김 / 오렌지디 / 2020년 11월
평점 :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톱 나이프?? 이게 무슨 뜻인가 긴가민가 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어떤 의미인지 딱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일반 서전(외과의사)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수술 스킬을 요하는 신경외과 의사들 중 가장 으뜸인 사람에게 톱 나이프라는 명예를 수여한다고 한다. 간, 신장, 위와 같은 장기는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뇌는 한 번 손상을 받게 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수술 중 사고라도 발생할 시에는 커다란 마비 또는 장애를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까다롭고 어려운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아마도 영광스러운 명예를 수여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총 4명의 신경외과 의사와 그의 환자들이 펼치는 휴머니스트와 의학드라마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특히 이 책 원본이 일본 드라마로 각색되어 방영되었던 적이 있어서 그 스토리와 의사들, 그리고 환자와의 관계 설정이 탄탄하게 잘 되어 있었고, 각각의 입장과 감정 표현이 세세하게 잘 드러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함께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에 대한 상상력과 몰입감이 상당히 좋았고 일본에서 왜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보통 의학 드라마에서는 주로 환자들에게 포커스가 비춰지지만 이 책은 의사 개개인의 고된 노동과 심리적 고통등을 잘 표현해줘서 내가 알지 못했던 의사들만의 심리적 고충과 어려운 부분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아픈 부위는 잘 수술하고 치료를 해 주지만 정작 본인들의 아픈 부분은 자기 스스로 치료하지 못하는 모순, 그리고 남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꺼려하는 모습들이 직업적으로 대단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기도 했다.
딱딱하고 어렵고 긴박한 순간의 의학드라마를 의사의 시점과 환자의 시점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책을 만나서 개인적으로 행운이라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의 명예와 기술을 뽐내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도 있고, 병원 사람들에게는 냉정하고 차갑지만 환자들에게는 다정한 의사까지 4명의 의사들이 각자의 가치관과 개성으로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면밀히 알기 쉽게 표현하는 점도 이 책을 읽는 재미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 본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개인적이고 솔직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