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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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 길이라는 소설이 차별과 온갖 부당함을 당한 여성들을 세심하게 잘 다룬 소설이라 그런지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 세계 39개국으로 출간한 작가의 새로운 책이라서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솔렌이라는 40대에 접어든 변호사인 주인공은 갑작스런 의뢰인의 자살시도 목격과 그동안 변호사 업무로 쌓여왔던 피로가 한꺼번에 터지는 바람에 정신을 잃게 된다. 의사는 그녀에게 번아웃증후군을 진단하게 된다.(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마도 자살 시도를 한 의뢰인의 충격적인 사고를 목격한 것의 대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동반되었던 걸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휴식을 취하고 밤에 잠을 청하게되면 수면제없이는 깊게 잠에 들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고 변호사로 복귀하려는 마음이 들다가도 법정에서의 일이 머릿속이 지워지지 않는 후유증이 남게 되었다.


그때 의사가 처방한 것은 알약과 자원봉사활동이었다. 그래서 자원봉사를 알아보던 중 자신이 예전부터 하고 싶어했던 작가의 꿈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대필작가 자원봉사활동을 무의식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첫 시작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포기도 하려고 했었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몸과 마음은 아직까지 치료가 덜 되었고 더욱이 하고자 할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하려는 마음을 용기로 바꾸고 그 용기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대필 작가 자원봉사활동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여자 궁전에서 대필 편지와 여러 문서들을 작성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 곳에 머물러야하는 개인적인 사정들이 많이 있었고, 온갖 멸시와 핍박을 받은 여성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솔렌이 먼저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피해 여성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솔렌과 여자 궁전을 처음 설립한 블랑슈의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진행이 되었는데 자칫 지루할 수 있고 늘어질 수 있는 스토리가 상호 연관적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책을 완독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블랑슈와 솔렌의 삶이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어머니에게 여자로서의 임무만 하고 살라, 안정적이고 남에게 잘 보여질 직업을 선택하라 등 본인의 선택과 의지보다는 부모가 선택한,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의 맞춰서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안정성, 보수성들이 솔렌과 블랑슈의 어린 시절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블랑슈는 과감하게 그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구세군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억누르고 억압하는 것들에 반기를 드는 이야기는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또한 어린시절에는 부모님이 말씀하는 거에 대해 반대를 하거나 말대꾸를 잘 못 했던 기억이 있다. 나보다 인생을 오래 사셨고, 무엇보다 자식에게는 보다 안정적이고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저의 학교 진학이나 직업 선택에는 부모님의 입김이 닿았다. 하지만 선택한 후에는 기대보다는 실망감이, 의욕보다는 자존감 하락이라는 상처도 받기도했다.


그래서 지금은 선택의 기로에 있거나 내가 해야겠다는 것들이 생기면 주저없이 도전하려고 노력하고, 늦게나마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도 하나둘씩 배워나가는 재미에 요즘을 살고 있는 듯하다.


만약 나중에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성장하면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해야겠다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하기 위해서 어떤걸 준비해야하는지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너가 스스로 알아서 해봐라~ 라고 말 할 수 있는 멋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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