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 - Like a Virgi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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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나는 분명히 못생긴 여자가 될 거야..."
 
*
 
자신이 가는 길이 외롭고 힘든 길인 걸 뻔히 알면서도...
우린 포기할 수 없는 것 한가지 씩은 마음에 품고 산다...
단지 그걸 실천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가 남을 뿐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타인이 지옥인 이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끊임없이 투쟁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
 
*
 
내가 만약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나는 첫 작품으로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잘 잡고 있어서...
달콤한 유혹에도, 작가로서의 욕심에도 눈돌리지 않는...
오롯이 영화다운 영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이런 성장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했을 뿐 아니라...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담백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 가운데의 힘...
그것은 결코 모호함이 아니라 잘 잡힌 "중심"이다...
안 보고 지나갔으면 후회했을 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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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발키리 - Valkyri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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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겠다...
팝콘을 미친듯이 먹어대는 어떤 또라이 때문에 약 한 시간 가량은 영화에 집중을 못했다.. 당연히 어떠한 스릴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렛미인'의 경우 강한 흡인력으로 미처 다른 곳에 신경을 내 줄 수 없게 만들었던 걸 보면 내겐 발키리가 좀 약한 빨판처럼 느껴진 것 같다...    

스토리 만을 놓고 보자면, 나는 보편성이 가진 한계(그 이면을 보지 못하고 맹신하는)를 깨닫게 해 주는 문화적 시도는 항상 가치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가산점을 주고 싶다.. 확실하게 모든 독일인이 유대인 학살에 동의하고, 히틀러를 지지하지는 않았을 텐데, 독재자가 주는 강한 임팩트 때문일까..? 나도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즉, 확실히 주위를 환기해 주는 역할은 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였다는 거다... 

어쨌든 극장에도 축구에서처럼 옐로우카드, 레드카드 제도가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정말 개념 없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게 만든 영화를 1분이라도 소홀히 보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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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 Babe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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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힘"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영화...
마치 종이처럼 가볍던 스펀지에 서서히 물이 스며들어 무거워지는 것처럼...
영화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무방비 상태에 있던 나의 영혼은 영화 한 편에 황량한 사막으로 변해 버렸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심하게 앓고 난 것처럼 몸이 무겁고 마음도 흔들리고 햇빛 찬란했던 창 밖의 풍경도 살풍경해 보이기만 했다.
이렇게 사람의 심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힘 아니겠는가.. 영화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니겠는가... 저런 연출 능력은 타고 날 수 밖에 없다...
된장...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티루의 첫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를 봤을 때의 그 강렬함을 기억한다. 범상치 않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기억한다. 그 후에 나의 몇 안되는 "좋아하는 감독" 리스트에 포함되어 늘 다음 영화가 기대되던 감독이었는데...
<21그램> 못 보고 바로 <바벨>을 봐 버린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바벨>을 보니 <21그램>은 보지 않고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평생에 좋은 영화 한 편을 찍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이 작자는 벌써 완벽하게 세 편이나 찍었다.
또 된장...
 
*
 
마지막으로...
세계의 질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소박한 평화를 전쟁으로 물들이고...
수많은 약자들을 희생시켰으며...
지구 전체가...
소통의 부재로 서로를 의심하고 배타하게 만든...
저 아메리카에 저주를...
그들의 특권의식과 오만방자함에 fuck-you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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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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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K은행은 누가 1등 아니랄까 봐 광고 카피도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나라"다. 모두가 1등이면 누가 2등을 하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우리나라에서 1등을 어떻게 대접하는 지를 생각해 보면 저 카피 만을 문제 삼을 수도 없게 된다...
 
*
 
임순례 감독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오랜만에 돌아왔다. 그것도 모두가 바라 마지 않는 1등의 로망이 아닌 2등의 지독한 현실을 가지고 말이다. 영화는 전혀 멋스럽지 않고 화려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심하게 투박하기까지 하다.  

스포츠 영화니 빠른 편집이나 극적인 클라이막스가 존재할 법도 한데 임순례 감독은 극적인 소재에 극적인 연출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연출을 선택했다.우선 선수들은 피구왕 통키처럼 불꽃슛을 쏘지 못한다. 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인간 체력의 한계를 뛰어 넘지도 못한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도 못하고, 돈이 많지도 않다. 생리통 때문에 두 배로 힘들고, 고등학교 핸드볼 부에도 쩔쩔매고 싸가지 없는 감독에게 한마디 속시원하게 쏘아대지도 못한다. 그리고 결국은 올림픽에서 2등에 머무른다.
 
그러나 이게 우리의 현실이지 않나...
누군가는 2등을 해야 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함께 보듬고 살아가야만 하고...
내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어야만 하고...
고단한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도 있고...
그러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며 버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곧 희망이다라는.. 조금은 고답적인 메시지를 삶의 진리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
 
만약 이 영화가 영화를 위한 영화.. 
예를들어 빠른 화면 편집과 선수들의 현란한 몸동작을 위주로 한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적당한 감동과 적당한 흥미) 영화였다면 이런 메시지 또한 절대 전달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진정성...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한마디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을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 임순례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김지영과 조은지는 빛나는 조연의 또 다른 발견이고 문소리와 김정은은 적당한 무게추 역할을 했다. 엄태웅의 연기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그밖에 다른 리얼한 조연들은 위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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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 The Dark Knigh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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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헐리우드에서 양산되는 슈퍼맨, 엑스맨, 헐크 따위의 영웅 시리즈에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영웅"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의 나약함을 반증하는 일면이 있고, 힘의 논리로 영웅을 구분 짓는 단순 구분법도 맘에 들지 않아서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예외의 경우가 있다. 전작들의 느낌으로 봤을 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독들이 연출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그것이다. 장-피에르 주네가 연출한 <에일리언4> 역시 그런 관심 때문에 본 적이 있다. <다크 나이트> 역시 순전히 그런 호기심에 본 영화였다.
 
<메멘토>부터 <인썸니아>까지 근저의 우울함과 비극성으로 매력을 주던 크리스토퍼 놀란이 해석하는 배트맨은 어떤 느낌일지에 대한 은근한 기대가 생기면서 그런 기대가 의례 주는 적지 않은 실망감에 대한 걱정 또한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놀란은 그런 실망감을 단호하게 배반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어떤 배트맨 시리즈 보다 더 완벽하고, 더 풍부하고, 더 진지한 철학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 놓았다. 전작들의 평가에 기대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놀란은 선배들한테 지기 싫었던 게 분명하다. 
 
때로 어떤 영화들은 이상야릇한 충만감으로 머리와 가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어린아이처럼 나를 흥분시킨다. <다크 나이트>를 보고 나온 후에도 한동안 그런 기분 좋은 취기를 느끼며 이 영화의 대단함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에 대한 소식을 들으며 분명히 그의 죽음이 조커가 가진 비극적 운명에 대한 느낌을 배가 시켰을 것이고, 그래서 그의 연기 또한 약간은 과대평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연기한 조커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고, 이전까지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완전히 구분된 독립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져 있었다. 누구나가 편이 되어 주는 善人을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惡人을 만들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연출과 스토리에서 상당 부분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겠지만 조커 덕에(?) 오히려 배트맨 캐릭터가 빛을 보지 못했을 정도라면 히스 레저의 능력 또한 그에 견줄 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가 경찰서를 탈출해 슬픈 광기에 취해 혼자 외로운 도시를 운전해 가는 장면에서는 묘한 연민과 공감이 동시에 생겨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병원을 폭발시키고 걸어나오는 장면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그를 감싸고 있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출력을 얘기해 보자면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 대도 좋을 정도다. 볼거리와 캐릭터, 스토리, 연기 어느 하나 튀지 않게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냈으며 거기에 더해 놀란 특유의 우울함과 모호함이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스릴 만점의 줄타기에 동참하고 싶거나 헐리우드 영화의 단순명료한 도식에 질려 있는 관객이라면 그러한 욕구와 결핍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테니 기대해도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 캐릭터가 약간 평면적이라는 데 있다. "영웅"의 상징성을 생각해 봤을 때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커를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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