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K은행은 누가 1등 아니랄까 봐 광고 카피도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나라"다. 모두가 1등이면 누가 2등을 하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우리나라에서 1등을 어떻게 대접하는 지를 생각해 보면 저 카피 만을 문제 삼을 수도 없게 된다...
*
임순례 감독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오랜만에 돌아왔다. 그것도 모두가 바라 마지 않는 1등의 로망이 아닌 2등의 지독한 현실을 가지고 말이다. 영화는 전혀 멋스럽지 않고 화려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심하게 투박하기까지 하다.
스포츠 영화니 빠른 편집이나 극적인 클라이막스가 존재할 법도 한데 임순례 감독은 극적인 소재에 극적인 연출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연출을 선택했다.우선 선수들은 피구왕 통키처럼 불꽃슛을 쏘지 못한다. 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인간 체력의 한계를 뛰어 넘지도 못한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도 못하고, 돈이 많지도 않다. 생리통 때문에 두 배로 힘들고, 고등학교 핸드볼 부에도 쩔쩔매고 싸가지 없는 감독에게 한마디 속시원하게 쏘아대지도 못한다. 그리고 결국은 올림픽에서 2등에 머무른다.
그러나 이게 우리의 현실이지 않나...
누군가는 2등을 해야 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함께 보듬고 살아가야만 하고...
내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어야만 하고...
고단한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도 있고...
그러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며 버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곧 희망이다라는.. 조금은 고답적인 메시지를 삶의 진리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
만약 이 영화가 영화를 위한 영화..
예를들어 빠른 화면 편집과 선수들의 현란한 몸동작을 위주로 한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적당한 감동과 적당한 흥미) 영화였다면 이런 메시지 또한 절대 전달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진정성...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한마디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을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 임순례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김지영과 조은지는 빛나는 조연의 또 다른 발견이고 문소리와 김정은은 적당한 무게추 역할을 했다. 엄태웅의 연기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그밖에 다른 리얼한 조연들은 위대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