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만들어진 좋은 동화

그 여름의 덤더디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0
이향안 지음, 김동성 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6월

처음 덤더디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장면에서, 조금 유치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더군다나 소의 이름이 덤덤디인것이 더듬는다는 느낌과 느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멍청할것 같은 소인데...말을 알아 듣는다고?'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으면서 형수와 책을 읽는 주인공 탁이가 참 기특해 보이면서 새로운 전개가 조금씩 보인다. 

전쟁과 탁이, 형, 형수, 부모님, 그리고 덤더디의 오가는 고된 생활이 참 안쓰러웠다. 전쟁의 무서움을 점점 느끼면서 그 두려움을 가족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도 감동이었고, 그 힘든 과정에 덤더디 소를 챙기면서 함께 하는 가족의 모습도 참 좋았다. 또 형과 형수, 그리고 탁이가 만들어내는 애틋함도 좋았고, 탁이가 형수의 애기(조카)가 태어나는것을 질투하는 장면도 참 실감났다.

그런데, 형수가 애기를 유산하고, 시골집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장면이 나오게 된다. 바로 소중한 가족인 덤더디를 잡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동네에는 전쟁으로 피난온 사람들이 많아지고, 먹을것이 부족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 도우며 지내고는 있지만 아픈 사람도, 힘든사람도 늘어난 것이다. 주인공 탁이는 덤더디를 지키려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하지만 탁이의 이런 노력은 주변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한다.

결국 덤더디는 사람들에게 살과 뼈가 되고, 고향으로 돌아온 가족에게는 탁이가 덤더디와 읽던 책과 공책만 남아있다. 그리고 그 남은 것은 가족에게 웃음이되고 희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