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평점 :
최근 군사정권 말기에서 서울의 봄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영화가 화제가 되었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처럼 광주 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 주목받는 가운데 요모타 이누히코의 <계엄>은 한국인들에게도 어쩌면 오랜동안 감춰져온 비밀스럽고 그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시기를 도려내어 자세하게 그려낸 팩션으로서 매우 값진 성과물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의 저명한 영화 및 문학 평론가로서도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저자가 20대에 낯선 한국땅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부분을 지금까지 숙성시켜 하나의 소설로 집대성한 느낌이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제목이 상징하듯 단순히 한 개인의 체험이 아니라, 이웃나라 한국의 한 시대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한국인들이 현대사를 추체험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는 역작이었다. 어느 부분이 픽션이고 어디가 팩트인지는 이 소설에서 중요하지 않다. 불과 40여년전에 벌어진 우리의 과거를 잊고 사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떠올리고 곱씹어야 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흔치않은 작품으로 펀딩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이고 많이 읽혀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